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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남자의 선택과 책임, 지프 랭글러


우리네 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다. 특히 결혼한 남자들은 선택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더욱 무겁다. 어릴 적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비할 바가 아니다. 휴일 동호회 야구경기라도 나가려면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에 온몸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가족들과의 시간과 나만의 취미생활, 둘 다 만족시킬 방법은 없을까? 한참을 고민한 결과,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글 / 김태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아파트 주차장 한쪽에 당당하게 서있는 지프 랭글러가 눈에 들어온 순간,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가족들과 나들이를 다닌다면? 나머지 두 번의 주말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물론 가족들과의 나들이에서도 랭글러와 함께라면 무료하지 않을 테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지프 랭글러를 시승했다.


랭글러의 외관은 2차 세계대전에 등장했던 윌리스 MA의 모습을 이어왔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짚차’의 모습이다.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최신의 자동차들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지만, 3세대를 거치면서도 가장 지프다운 외모로 평가되고 있다.


실내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단순한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투박한 모습. 최근 보기 드문 직물시트도 눈에 띈다. 오프로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열선시트나 통풍시트는 사치일 뿐이다. 도강 시 실내에 물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발판 밑에는 배수구도 존재하며, 실내 바닥을 물로 세차할 수 있어 편리하다.


랭글러 루비콘은 3.6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힘을 낸다. 디젤 모델도 존재했었지만 2015년 이후에는 가솔린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리터당 7.4km의 연비를 감내할 수 있다면 가솔린 랭글러도 나쁘진 않다. 디젤 모델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것도 만족스럽다.


랭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산악기동성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인 만큼 오프로드에 특화되어 있다. 아스팔트보다 모래와 자갈을 온몸으로 느끼며 타는 차다. 여행의 목적지가 험난한 산골 오지라 해도 랭글러는 망설임 없이 목적지까지 안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루비콘 모델에는 엑슬락과 유압식 스웨이바 기능이 적용됐기 때문에 협곡이나 바위틈 같은 험로 탈출을 위한 별도의 오프로드 튜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구동방식을 4륜 로우로 선택하면 어떠한 길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오프로드 주행 중에는 노면충격이 크게 전달되지 않는다.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어서 큰 충격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잘 걸러주는 느낌이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성격을 감안하면 온로드에서도 무난한 주행이 가능하며, 커다란 덩치에 비해 제동력도 훌륭하다. 다만 고속주행에서는 각진 차체와 90도에 가까운 앞 유리 때문에 풍절음이 다소 심하다는 태생적인 한계도 드러난다.


지프 랭글러는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바탕으로 원하는 곳 어디든 달릴 수 있으며, 외관과 실내는 부드러움이나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이미지만 놓고 보면 상남자의 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온 가족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차이기도 하다. 랭글러와 함께라면 한 달에 두 번 쯤은 나만의 취미생활을 위해 당당히 집을 나서도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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