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막연히 상상했던 나의 30대는 실제로 30대가 된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여우 같은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토끼 같은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서는 가정적인 아빠의 모습을 상상했었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질러진 방구석에 앉아 홀아비 냄새를 풍기는 전형적인 노총각의 모습일 뿐이다.
글 /
김태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이런 현실을 꼬집기라도 하듯, 아빠들이 많이 찾는 SUV 중에서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XT5과 운명적으로 조우했다. XT5는 새로운 캐딜락 라인업의 완성을 위해 이전의 SRX에서 이름을 변경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투박했던 외모를 탈피해 가로로 곧게 뻗은 직선과 세로형상 램프들의 조화로 세련된 남성미를 잘 구현했다.
실내는 남성미과 고급스러움이 공존한다. 수평형 센터페시아에 가죽과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해 묘한 고급감을 물씬 풍긴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전자식 기어레버의 손맛 또한 일품이다. 시트도 고급 세단 못지않은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안락하다.
고급스러움과 안락함만 추구하지도 않았다. 전방거리 감지 시스템, 보행자 감지 시스템, 전후방 자동 브레이킹 시스템, 차선변경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 등의 첨단 안전장비들이 가족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가장의 마음을 대변한다.
토끼 같은 아이들이 탑승할 2열은 상당히 널찍하다. AWD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센터 터널이 존재하지 않아 가운데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또한, 앞뒤로 움직이는 리클라이닝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 시에도 2열에 앉은 아이들이 칭얼거릴 일은 없을 듯하다.
XT5의 파워트레인은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5kg.m의 충분한 힘을 내뿜기 때문에 육중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올리는데 답답함은 없으며, 가솔린 모델답게 탁월한 정숙성을 자랑한다.
이전 모델인 SRX에 비해 무게를 60kg 이상 감량한 XT5는 저속 또는 정속 주행에서 6개의 실린더 중 4개만 활성화시키는 가변 실린더 시스템과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을 개선해 8.9km/L의 나쁘지 않은 연비를 자랑한다. 다만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비활성화 시키는 별도의 조작버튼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주행감각은 전륜과 후륜 차축에 토크를 0~100%까지 배분하는 AWD 시스템으로 인해 젖은 노면이나 눈길 주행에서도 거침이 없으며, SUV의 취약점인 코너링 시 좌우로 쏠리는 현상은 탄탄한 하체 덕분에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노면 충격을 잘 걸러주는 적당한 세팅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아울러 고속주행에서 급제동을 감행해도 불안한 흔들림 없이 감속하는 안정적인 면모를 지녔다.
주차 시에는 기본적인 후방카메라 외에 별도의 카메라를 통해 후방 영상을 룸미러에 비춰주는 리어카메라 미러 기능이 있어 루프와 2열 승객의 간섭 없이 룸미러를 보면서 후방 주차도 가능하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나오는 일반 후방카메라 영상과는 또 다른 각도로 영상이 표시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적응이 필요하다.
캐딜락 XT5를 시승하는 내내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차를 대했다. 철없는 노총각의 시각에선 재미없는 SUV로 보일지 모르지만, 가장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급스럽고 안전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주행감각과 편의장비를 갖춘 이상적인 패밀리카로 느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대비 가치 또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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