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의 형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다. 자동차 또한 여기에서 제외될 수 없다. 그런데 이 변화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회적 변화요인들과 그에 대한 반응 또는 적응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은 자연을 제외하면 모두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인공물이고, 이 인공물은 바로 우리가 쓰는 도구들인 것이다. 그런데 ‘도구’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목적’이 달라진다면, 같은 기능의 ‘도구’라고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변화된다.
자동차 역시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도구들 중의 하나이고, 오늘날의 세계를 움직이는 축의 하나인 기술(技術; technology)의 산물(産物)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모습의 자동차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전되어온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의 다양한 모습에서 아름다움(美)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과연 자동차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해답에 다가가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또한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것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사물의 형태적 측면과 그것의 인식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것은 필자만의 분석방법에 의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자동차의 다양한 모습은 무수한 발전과 진화의 단계를 거친 것이지만, 20세기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으면서 그 모습이 보다 명확하게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갖추는 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속도의 경쟁이었다. 상대보다 빠르다는 것은 강력한 힘의 또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속도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었으며, 이것은 자동차의 모습을 지배하는 하나의 원리로 자리 잡게 되었고, 자동차만이 아닌 모든 제품의 형태 변화를 촉진시켜 나갔다
이러한 속도에 의한 제품형태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레이몬드 로위(Raymond Loewy, 1893~1986)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태생으로 193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패션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전쟁과 이데올로기 같은 정치적 문제들로부터 피신하여 미국으로 왔다. 로위는 디자이너로서 자동차와 선박, 기관차, 항공기, 냉장고, 가구 등의 제품은 물론이고, 그래픽디자인 작업도 했는데, 엑손(Exxon), 쉘(Shell), 영국정유(British Petroleum)등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는 기업심벌(company symbol)과, 20세기를 대표하는 형태 중 하나라고 이야기되는 코카콜라 병의 디자인을 정리해 제품으로 완성시키기도 했다.

로위의 디자인에서 공통적인 것으로 주목되는 점은 유선형(流線形; streamline)의 도입이다. 사실상 로위의 유선형은 유체역학(流體力學)의 연구결과에 의한 것은 아니었으나, 속도를 시각화(視覺化)시키는 작업, 즉 제품의 형상에 기능을 암시(暗示)하는 추상(抽象)적 형태를 적용함으로써, 현대적 의미의 디자인에 근접한 형태개념을 정착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고전적 의미의 제품형태에서는 기능과 전혀 상관없는 장식이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그는 제품의 형태를 기능과 연관시켜, 기능을 반영한 형태가 동시에 그 제품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기능의 미학’에 근접한 것이다. 이러한 로위의 조형방법에 의한 디자인으로써 대표적인 차량은 1939년에 등장한 크라이슬러(Chrysler)의 에어플로우(Airflow)승용차와 1946년형 스터드베이커(Studebaker) 승용차이다. 이 이후 유선형 스타일은 자동차와 많은 종류의 제품형태에 도입되기에 이른다.
한편 두 번의 큰 전쟁을 사이에 두고 미국에서는 ‘기계시대(The Machine Age, 1918~1941)’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산업과 제품형태 발전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것은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군수물자의 생산증가와 미국의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대량생산체제가 자리 잡혀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방식의 도입은 동일한 형태의 제품이 대중들에게 대량으로 공급되었고, 그것은 사회적으로는 일정한 형태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스타일’로써 정착되었던 것이다. 대개의 스타일은 어떤 대상물이든 외부형태를 통하여 전달되기 때문에 이것은 수공업적 생산에 의하던 공예생산시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형태에서의 스타일은 생산기술이 변화됨에 따라 함께 변화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게 되었다.

초기
기계시대의 스타일에서는 생산기술(生産技術; production technology)에 절대적 비중이 있었다. 목표로 하는 형태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대의 형태 결정 요인이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작 가능한 형태와 구조는
점차 변화되어 갔고, 스타일도 변화되었다. 그리고 로위는 이 때 제품의 형태를 발전시키는 원리에서 의미 없는 장식이 아닌, 기능을
반영한 형태의 개념,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제품의 형태에 반영시키는 추상성(抽象性)에 입각해 제품을 디자인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이 제품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과, 한편으로 그 변화내용을 예측하려고 했다. 그는 그러한 변화가
속도의 변화에 따라 시대 별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40년에 로위가 만든 스타일 변화유형 예측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표는 자동차와 항공기, 열차, 전화기, 의자, 탁상시계, 컵 그리고 구두 등의 형태를 각 시기별로 정리했다. 이 표에서 1940년대 이후의 형태는 로위 자신이 예측한 형태를 제시했다. 여기에서는 자동차와 항공기, 열차만 살펴보도록 하자. 로위는 1920년대 이후에 나오게 될 열차는 고속화되어 유선형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의 형태변화는 열차에서보다는 다양하게 변화되지만, 이것 역시 차량의 형태가 기능을 반영된 형태로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차체의 전체 높이는 낮아지고, 그에 따라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어졌으며, 마차와 유사한 구조에 의한 상자형의 차체스타일에 금형에 의해 차체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점차 곡면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경향은 차량의 성능향상에 의한 고속화로 유선형을 가지는 것과 맥을 함께 하여, 속도감을 가진 곡선형 스타일로 정리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퀴의 크기도 차체에 대비하여 소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동력과 주행성능의 향상과 바퀴 자체의 구조적 특성 등이 모두 복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자동차의
시간에 따른 스타일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조형적 특징은 통합화(統合化; unify), 추상화(抽象化; abstraction),
단순화(單純化; simplify)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반적인 형태에서 장식적인 요소가 감소하고 구조적 요소와
형태가 공존하는 조형방법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는 모든 제품(자동차)의 형태에서 근본적인
아름다움(美)의 특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가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자동차 또한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 중의 하나이고, 목적하는 용도에 부합하는 기능을 가진, 공장에서 생산되는 ‘규격품’이다. 이러한 자동차는 그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움직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와 같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이동하여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의 형태는 그렇지 않은 제품과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움직인다는 개념에 다시 속도(速度)가 더해진다면, 그 효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형태적 조치들이 필요해진다. 그러므로 ‘움직임’과 그것의 ‘속도’는 형태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자동차는 충분한 실내 공간 확보와 고속주행에서 공기저항 감소의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러므로 유선형에 의한 조형은 사실 자동차에 있어서는 고속으로 달리는 한 피할 수 없는 공기저항을 완화시키는 기능적 형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동수단임을 이야기하는 은유적(隱喩的) 형태언어(形態言語)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은유의 언어 속에는 바로 우리의 다양한 감성이 더해진 스타일(style)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기능을 가진 모든 제품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은 바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것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은 20세기 모더니즘(Modernism)의 모토(motto)였던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 기능만을 전제로 한 이 명제는 모더니즘의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기능이 같다면 형태도 동일한가?’라는 물음은 제품의 형태가 다양함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은 제품의 형태는 물리적 기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제품의 기능이라고 한다면, 그 기능에는 제품의 물리적 기능 뿐 아니라, 제품의 형태에 의해 느껴지는 미적 만족감까지 포함된다. 그것이 바로 제품의 종합적인 기능이며 아름다움(美)의 근원인 것이다. 제품의 형태는 사용자가 가지는 미적 즐거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 (Form follow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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