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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트럭, 뜨는 크로스오버

포드 F150
픽업과 SUV, 미니밴 등을 모두 아우르는 트럭 세그먼트는 전통적으로 미국 메이커의 돈줄이었다. 유럽과 아시아 메이커들한테 승용차 시장을 잠식당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익이 많이 남는 트럭의 판매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연비 나쁜 대형 트럭들의 판매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다 토요타, 닛산의 픽업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GM과 포드는 판매 증진을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미국 빅3는 픽업 트럭에서 나오는 이익이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꾸준하게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서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픽업 트럭의 판매는 140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나 하락했다. 이는 기름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경제 악화로 소유자들이 새 차 구입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은 트럭 의존도가 큰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트럭 세그먼트의 1위는 여전히 포드 F-시리즈, 그 뒤를 시보레 실버라도와 닷지 램이 뒤따르고 있다.


반면 미 3사의 딜러가 안고 있는 상반기 픽업의 재고는 1백 2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가 증가한 상태.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 National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의 폴 테일러는 “미국 메이커들은 쌓여있는 재고 청산을 위해 더욱 강력한 할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3사는 이미 여름 전부터 고객에게 직원가 판매와 동등한 수준의 할인을 시작하고 있다. GM은 GMT 800 플랫폼 모델(시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등)에 한해 7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드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크라이슬러는 직원가 판매와 함께 현금을 되돌려 주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할인에는 하반기 출시될 뉴 모델의 판매와 현금 확보를 위해서이다. GM은 올해 말 페이스리프트된 GMT 800의 아발란쉬, 실버라도를 출시 예정에 있다.

이럼에도 포드 F-시리즈는 6월 판매가 10% 떨어졌다. 포드는 올해 자사 픽업 트럭의 판매를 90만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는 자체 분석도 내놓고 있다. 포드는 앞으로 보다 경쟁력 있는 차를 저마진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픽업과 트럭의 판매 공백을 승용차가 커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GM의 시보레 트럭은 6월 한 달 동안 일시적으로 46.5% 판매 신장을 기록했지만 이는 직원 할인가에 힘입은 것으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트럭 뿐 아니라 중형 SUV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높은 SUV의 차값, 나쁜 연비, 유가 상승에 기인한바 크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들은 크로스오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크로스오버는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그먼트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는 포드 익스플로러, 그 뒤를 시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짚 그랜드 체로키, 닷지 듀랑고가 따르고 있으며, 차종에 따라 20~30%씩 판매가 하락했다. 세그먼트 전체 판매는 14.1%나 떨어진 것. 오직 토요타 4런너만이 5.4% 판매가 상승했을 뿐이다.
이렇게 특정 세그먼트 전체의 판매가 급락한 것은 흔치 않은 일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형 SUV는 큰 이익을 안겨다주는 차종이었다. 그만큼 미국 메이커의 위기라 할 수 있다. 4런너는 다른 미국 SUV와는 달리 여러 나라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춘 것이 판매 상승의 비결이다.


GM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9년에 나올 뉴 트레일블레이저를 취소하고 크로스오버를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중형 SUV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한편 포드는 익스플로러의 상품성에는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내심 GM이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SUV를 소홀히 하고 크로스오버에 집중하는 것을 반기는 눈치. 에지를 올해 말 내놓으면서 크로스오버 라인업도 강화하지만 트럭 베이스의 SUV에 관한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드는 상반기 큰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가장 수입원이었던 SUV의 판매 부진이 결정적이다. 이에 따라 포드는 2012년까지 북미에 있는 14개 공장 폐쇄와 3만 명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는 1분기 11억 9,000만 달러, 2분기에는 1억 2,3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전체 판매도 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오프로드 매니아들만이 트럭 베이스의 SUV를 찾을 뿐 시장 자체는 한계에 왔다고 분석했다. 고급 브랜드들도 어큐라 RDX 같은 승용 감각의 크로스오버에 주력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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