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중국의 광둥성 주해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세이프티 워크샵 2007’ 행사에 참가했다. 만만치 않았던 행사 일정과 학창시절을 방불케 했던 이론수업 시간의 열기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실습(?)시간에 직접 체험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첨단 안전기술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글 / 메가오토 민병권
사진 / 민병권, 메르세데스-벤츠
지난 시간에 언급한대로, 이제부터 살펴볼 사양들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메르세데스-벤츠들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는 장비들이기 때문에 이미 국내에서 사용중인 주파수와의 간섭 여부가 걸림돌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문제이니 ‘왜 우리만 안되냐’ 하는 식의 피해의식은 갖지 않는 편이 낫겠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먼저, Brake Assist PLUS. 이름처럼 BAS가 진화한 것인데, 여기에 붙은 ‘플러스’는 레이더 장비에 의한 기능 향상을 의미한다. 차의 앞부분에 장착된 레이더가 주행 시 앞차 등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가 앞차가 급정거를 한다던가 해서 충돌이 예상될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지는 경우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또, 이처럼 추돌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운전자가 페달을 약하게 밟더라도 필요한 만큼의 제동력을 가해 차를 정지시킨다.
BAS PLUS 체험차량은 고정된 장애물을 향해 곧장 60km/h의 속도로 달려가는 형태로 세가지 각기 다른 상황을 재현해주었다. 먼저 딴짓을 하던 운전자가 ‘삐-삐-삐-‘ 하는 연속된 경고음의 첫 번째 ‘삐-‘ 소리를 듣는 즉시 급 브레이크를, 충분한 힘으로 밟는 경우. 차량은 장애물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하지만 현실에서 딴 곳을 보며 운전하던 이가 경고음을 듣자마자 상황파악도 없이 전광석화 같은 급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두 번째에는 운전자가 첫 경고음을 듣고 한 박자 늦게, 즉 세 번째 ‘삐-‘소리가 날 때쯤 급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번에도 여유 있는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시스템이 공주거리를 감안해 미리 경고해주는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첫 경고음을 듣고 한 박자 늦게, 그리고 차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힘의 20%만큼 만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상황을 연출했다. 사고를 내려고 작정을 한 셈이랄까? 하지만 역시나 차는 장애물과 접촉하지 않고 무사히 멈춰 섰다. 레이더를 통해 장애물과의 거리 및 현재 속도 등을 계산한 BAS PLUS가 충돌을 면하기 위해 필요한 나머지 80%의 제동력을 가해 차를 멈춰 세웠던 것이다.
프리-세이프(PRE SAFE®) 브레이크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사고회피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운전대를 잡은 채 꿈나라에 갔다가 경고음을 듣고서야 정신이 돌아 올랑 말랑 해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장애물을 회피할 생각까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쯤에서 개입되는 것이 PRE SAFE® BRAKE다. 반복된 시청각 경고에도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시스템은 스스로 0.4g의 제동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부분적인 감속과 함께 운전자에게 추가적인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이때라도 운전자가 브레이크페달을 밟는다면 BAS PLUS의 보조 제동 작용과 함께 사고를 피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된다면?
PRE SAFE® 브레이크는 최대의 40%에 이르는 제동력을 가해 차를 감속시킨다. 다만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는 한, 100%에 이르는 풀 브레이킹으로 차를 멈춰 세워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주어진 데이터만 갖고 사고위험을 판단해 시스템이 급제동을 실시하기에는 실제 상황에서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완전히 시스템의 판단에 맡겨둘 경우 급제동에 의한 급격한 에너지 변화에 따라 또 다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설명이었다. 즉, 지금의 프리-세이프 브레이크는 부분적인 감속을 통해 충돌시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데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중인 2단계 PRE SAFE® 브레이크는 급제동 기능까지를 포함하게 된다고 한다.
체험차량은 접힐 수 있도록 제작된 작은 장애물을 향해 45km/h의 속도로 달려갔다. 가속페달을 반쯤 밟은 채 조향 조작은 자제하라고 했다. 운전자가 연속된 경고음을 무시해 장애물과 차의 접촉이 임박하자, PRE SAFE® 시스템은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사고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PRE SAFE®는 브레이크뿐 아니라 사고징후 감지시 작동하는 안전시스템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유리창과 선루프를 닫아주고 의자 등받이 각도를 조절해주는 등의 기능까지 포함한다. ※ 관련기사 참조)
하지만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던 탓인지 급박하게 뭔가가 돌아가는 듯한 요란함은 느낄 수 없었고, 그 상태 그대로 체험차량은 장애물 위를 지나갔다. 기자의 경우 장애물을 향해 접근하는 동안 무의식 중에 조금씩 스티어링 휠을 흔들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시스템의 반응이 약간 늦게 나타났다. 운전자가 사고를 회피할 의지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란다.
앞서 언급한대로, 프리세이프 브레이크는 운전자의 조작이 없더라도 부분적인 감속을 실시해 충돌시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50Km/h로 충돌할 상황이었다면 프리세이프 브레이크 덕분에 37.5km/h로 충돌할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앞좌석 승객은 30%, 뒷좌석 승객은 45% 더 작은 충격을 받게 된다.
디스트로닉 플러스
S클래스의 전면부에 내장된 레이더는 안전장비인 BAS PLUS나 PRE-SAFE BRAKE뿐 아니라 편의장비인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 디스트로닉 플러스(DISTRONIC PLUS)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기존 통념으로 보면 크루즈 컨트롤은 편의장비일 뿐이지만,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사고예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설명을 듣고 보면 안전과 편의의 경계가 그리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이 장비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미 앞차와의 거리 유지 기능을 담고 있었던 디스트로닉은 ‘플러스’로 진화화면서 정지 및 출발 기능까지 갖게 되었다. 운전자의 페달조작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설정된 속도와 거리에 맞춰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앞차가 서면 따라서 서고, 다시 출발하면 이를 뒤쫓아 출발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즉,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도로 정체 시에서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로, 운전자는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조향 조작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설정 가능한 속도는 0(?)에서 200km/h까지.
체험차량이었던 S500 4매틱은 디스트로닉 플러스의 속도를 120km/h로 설정한 뒤, 보조차량으로 앞장선 E230의 뒤를 졸졸졸 따라가기 시작했다. 출발에서 정차, 다시 출발하는 과정이 모두 부드럽게 진행됐다. 동승한 입장에서는 운전자의 다리나 모니터를 보지 않고는 운전자와 시스템 중 어느 쪽이 차의 속도를 제어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앞차가 동일 차선에 있으면 앞차의 속도에 맞춰 설정된 거리를 유지하지만, 운전자가 차선을 바꿔 앞쪽이 비게 되면 원래 설정한 속도까지 다시 가속된다. 물론 전 과정에서 운전자는 페달을 밟을 일이 없었다.
이쯤 되면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운전하면 사고위험시 반응하는 속도가 떨어져 더 위험한 것이 아니냐고. 물론이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줄여 운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DMB 방송 켜놓고 한 손으로 전화 통화하면서 길가는 착한 여성까지 쳐다보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고위험이 감지되면 앞서 언급한 안전장치들이 먼저 제 역할을 하긴 하겠지만 운전자가 져야 할 안전운전의 책임까지 떠넘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한편, 체험차량에는 사각지대 경고 장치가 있어 이에 대한 시연도 이루어졌다. 예의 그 E클래스가 체험차량의 오른쪽 차선 뒤편 사각지대에 붙어 나란히 달리자, 우측 사이드미러의 바깥쪽에는 빨간색 삼각형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 상태에서 우측 깜빡이를 넣으니 경고음과 함께 경고등이 점멸했다. 볼보의 BLIS와 비슷한 기능이지만 카메라 방식인 BLIS와 달리 이쪽은 앞뒤 범퍼 측면에 달린 6개의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다.
주차보조 시스템
이 레이더 센서는 사각지대 감시뿐 아니라 주차 시에도 활용된다. 후진 주차 때 카메라를 통한 시야 확보나 조향 방향에 따른 안내선 표시 정도는 이미 국산차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편의사양이다. 그런데 S클래스나 CL클래스에 달린 메르세데스-벤츠의 파킹 가디언스는 여기에 레이더 센서가 접목되어 횡렬주차는 물론 종렬주차까지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길가에 평행하게 주차하고자 할 경우 이 시스템은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인지를 파악해 계기판에 표시해주고, 운전자가 후진기어를 넣으면 역시 알록달록한 수평, 수직의 안내선들을 화면에 띄워 스티어링휠을 얼마나 돌려야 하고 얼마나 후진해야 하는지, 언제 반대방향으로 꺾어야 하는지를 친절히 알려준다.
S클래스와 CL클래스에 적용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이더 기반 안전 시스템은 30대의 차량과 500명의 운전자를 독일과 미국의 실제 교통상황에 투입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총 테스트 주행거리는 1백만km가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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