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포커스

메르세데스-벤츠 세이프티 워크샵 2007 Pt.1


12월 중순, 중국의 광둥성 주해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세이프티 워크샵 2007’ 행사에 참가했다. 만만치 않았던 행사 일정과 학창시절을 방불케 했던 이론수업 시간의 열기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실습(?)시간에 직접 체험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첨단 안전기술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글 / 메가오토 민병권
사진 / 민병권, 메르세데스-벤츠

행사장은 주해공항 활주로 바로 옆에 붙어있는 넓은 공터로, 격납고처럼 지어진 부대 건물들과 함께 주해(주하이) 에어쇼의 무대로도 활용되는 곳이었다. 모서리 부분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보니 저만치 멀리 반대편 활주로에서 여객기들이 이동하고 있었고, 행사 중에는 간간히 머리위로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했다. 직사각형의 땅을 끝에서 끝까지 네모 반듯하게 시멘트로 포장해놓았는데, 메르세데스-벤츠 S600L 정도의 성능이면 정지상태에서 출발해서 전자제한이 걸리는 최고속도(250km/h)까지 가속했다가 천천히 감속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여유 있는 공간이었다. 이야~ 우리도 이런 테스트 장소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체험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차는 4대로, 모두 S클래스였는데, 이중 한대는 V12 엔진의 S600L, 두 대는 4륜 구동인 S500 ‘4매틱’, 나머지 한대는 S350이었다. 이외에 체험 보조 차량으로 E230이 한대, 주차시범의 장애물 차량으로 M클래스, C클래스, E클래스, 그리고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R클래스가 각각 한대씩 준비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마크를 붙인 쌍용 이스타나가 서비스 차량으로 대기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었는데, (이스타나는 일부 해외시장에 벤츠 브랜드로 수출됐었다.) 이 차가 체험 중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 장애물을 가리기 위해 자리잡고 있었음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네 대의 S클래스는 독일본사에서 직접 공수해온 차량이었고, E230과 이스타나 등은 중국 현지 벤츠에서 준비한 차량들이었다.

체험 프로그램은 네 대의 S클래스에 순번대로 돌아가며 탑승하여 각 차량에 할당된 안전기술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기자는 먼저 S600L에 동승하게 되었다. 독일 벤츠의 제품 이벤트 기술지원 매니저 Jochen Haab씨는 자신이 담당한 차가 행사차량 중 유일한 Biturbo V12 모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이 S600L은 체면에 맞지 않게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 의아했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웃기만 했다.


ESP

그가 보여준 시범은 ESP®의 효능에 대한 것이었다. S600L은 반경 50m인 원형 코스에 70km/h로 진입해 왼쪽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숫자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별 것 아닐 것 같았지만 몸에 느껴지는 G포스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앞좌석 승객들은 코너링 방향의 반대쪽 부분을 팽창시켜 몸을 안전하게 지지해주는 ‘다이내믹 시트’ 덕분에 비교적 여유롭게 보였지만, 뒷좌석에서 몸을 들어 캠코더 촬영을 해야 했던 기자의 경우에는 오른쪽 옆 창에 얼굴을 문대지 않기 위해 바짝 힘을 주고 앉아야 할 정도로 쏠림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S600L은 마치 레일을 타고 돌듯이 안정감 있게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더욱 놀라운 것은 원형 코스의 시멘트 바닥이 흥건히 젖어있어 몹시 미끄러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주최측은 코스 옆에 살수차를 대기시켜놓고 물이 마를 틈을 주지 않았고, 이 물은 행사장에 가득했던 흙먼지와 결합돼 차량을 계속 더럽히고 있었다.

이정도 운전은 한 손가락으로도 할 수 있다는 Haab씨의 말에 ‘한 손 운전’을 과장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 이사람, 정말 왼손 검지만 스티어링휠의 왼쪽 스포크에 살짝 올려놓은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운전자가 꾸준히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스티어링 휠의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2.5톤짜리 S600L은 물에 젖은 원형 코스를 정확하게 따라 돌고 있었다. 적어도 뒷좌석에서는 어떠한 부자연스러움도 느낄 수가 없었고 실내는 평온하기만 했다. 여기서 체험을 끝냈다면 이정도 미끄러운 길에서도 좋은 차는 이렇게 속도를 내도 되는구나 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ESP의 효과는 그것을 꺼버리자 단박에 나타났다. Haab씨는 계기판 오른쪽에 있는 ESP OFF 스위치를 누르고 두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속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조향 방향도 그대로였지만 금새 차의 뒷부분이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티어링 휠 조작으로 이를 바로잡는 듯 했지만 다음 순간 차는 팽그르르 180도를 돌아서 멈춰 섰고, 한쪽으로 쏠렸다가 반대쪽으로 튕겨지는 충격 탓에 누군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극명하게 나타나는 차이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뒷좌석에서는 개입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그러한 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ESP가 오른쪽 앞바퀴에 적절한 제동을 가해 오버스티어를 제한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VDC, DSC, ESC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전자식 주행안정 장치”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는 1980년대 벤츠가 보쉬와 함께 처음 개발한 것으로, 당시 명칭은 “횡방향 미끄럼 컨트롤 장치”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99년부터 자사의 모든 승용차에 ESP를 기본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사고율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었다. 현재 독일에서는 신규등록 승용차의 3/4이 ESP를 장착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안전장치인 만큼 각국에서 장착의무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하겠다.

BAS 체험장. 이스타나 앞에서 꼬마아이의 모형이 뛰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BAS)

다음 차량에서 체험한 것은 브레이크 어시스트, 즉 BAS(Brake Assist System)라고 불리는 제동 보조장치이다. ESP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여러 메이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안전장치이지만 최초로 선보여진 것은 역시 1996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의해서였다. 여기서 말하는 어시스트, 즉 보조라는 것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이를 시스템에서 보충해준다는 개념으로, 급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워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적용된다.

유압에 의해 작동하는 자동차의 제동장치는 충분한 힘과 속도로 입력(페달)을 가해야 그에 상응하는 출력(감속)을 얻을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긴급한 상황에서도 강한 힘으로 페달을 밟을 수 있겠지만 여성이나 노인 등 모든 운전자가 상황에 적합한 만큼의 힘을 가해 차를 세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BAS는 이러한 위급상황을 감지해 작동하는데, 중요한 판단 기준은 바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얼마나 급하게 밟는가 하는 것이다.


운전 상황에 따라 끌 수 있도록 별도의 스위치를 달기도 하는 ESP와는 달리 BAS는 운전자가 마음대로 ON/OFF시킬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체험차량인 S500 4매틱에는 측정장비와 노트북이 연결되어 있었고, 동반석의 엔지니어는 이를 통해 BAS를 강제로 꺼두었다. 먼저, 직선코스를 80km/h로 달리다가 무엇이든 장애물이 나타나면 급제동을 실시해 차를 세우라고 했다. ‘돌발’ 장애물이라니, 운전면허시험을 다시 보는 기분이군 하고 생각했는데, 예의 그 이스타나에 가려져있다가 튀어나온 장애물은 다름아닌 질주하는 꼬마아이의 그림이었다.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긴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튀어나온, ‘사실적인’ 장애물 탓에 심박수가 절로 올라갔다.

다음에는 BAS를 켜고 같은 테스트를 다시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장애물은 갑자기 내려지는 차단기 형태의 것이었고, 나타나는 위치도 바뀌었다. 예측을 불허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실시된 두 번의 테스트 결과는 노트북 화면에 정리되어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났다. 함께 동승했던 체험자의 경우 BAS의 도움이 없었을 때 제동거리는 29.3미터, 있었을 때는 27.2미터로 대략 2미터가 단축되었다. BAS가 없는 상황에서는 장애물 어린이(!)와 21.4km/h의 속도로 충돌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결과도 볼 수 있었다. 페달을 좀더 강력하게 밟았던 기자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11km/h로 조금 적게 나타났지만 역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의 제동 감속력을 낼 수 있도록 운전자를 보조하는 BAS는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줄여준다. 또, 이러한 운전자의 급제동 조작 시에는 자동으로 브레이크 램프를 깜빡이게 해주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가 작동해 뒤따라오는 차량에게 경고를 보내준다. 연쇄추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기능 같지만 국내 법규상 우리나라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법규상 제동등은 작동 시 계속 켜져 있어야 한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비상등 자동 점멸 기능은 국내 시판중인 일부 수입차에 적용되어 있다.)

사실 다음부터 살펴볼 장비들은 모두 메르세데스-벤츠에는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규문제로 만나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매거진

2025-04-28 기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