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타타의 초저가 모델 나노(Nano)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타의 나노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궁금해 했던 모델로, 최근에 이렇게 화제를 모았던 신차가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나노에 걸었던 기대만큼이나 비관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타타는 2,500달러(약 240만원) 자동차라는 약속을 지켜냈고 이제 소비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10일 개막된 제 9회 뉴 델리 오토 엑스포. 주목 받은 기억이 없었던 인도의 모터쇼지만 올해는 달랐다. 5년을 기다려 왔던 타타의 초저가 모델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타타 그룹의 회장 라탄 타타(70세) 회장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나노를 전 세계의 미디어에게 소개했다. 타타 회장은 인도의 많은 가족들이 위험하게 이륜차를 타는 모습을 보고 나노의 개발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말이 진심이건 아니면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인의 접대용 멘트이건 나노가 이륜타 보다 안전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인도의 이륜차 오너는 헬멧 쓴 사람을 좀처럼 보기 힘들고 법규 의식도 미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노를 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출시를 밝혔던 5년 전보다 원자재 가격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코스트 절감을 이뤘는지가, 소비자로서는 그 가격의 자동차가 과연 탈 만한가의 문제가 주 관심사일 것이다.
나노의 디테일은 최신의 수퍼카나 미래적인 기술의 친환경 자동차만큼이나 흥미로운 구석이 가득하다. 외관은 다른 미니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스마트와 미쓰비시 i가 연상되는 전면과 실루엣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아 최소한의 스타일링을 고려한 모습이다. 나노는 타타의 두 번째 승용차이기도 하지만 인도 최초의 독자 디자인 모델이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3.1×1.5×1.6m로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키를 높인 점이 두드러진다. 전장은 스마트 보다 길지만 전폭은 미쓰비시 i 보다 좁다.
리어 액슬 뒤에 배치된 624cc의 2기통 가솔린 엔진은 33마력/5,500rpm의 출력을 내고 4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알로이 블록의 이 엔진은 다중 연료 분사 방식이 채용되었고 2기통 가솔린으로서는 처음으로 싱글 밸런스 샤프트까지 갖췄다. 나노의 0→70km/h 가속 시간은 14초, 최고 속도는 105km/h 내외로 알려져 있다.
세부적인 면을 보면 원가 절감을 위해 줄이고 또 줄였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라디오와 파워 스티어링도 없다. 뒷바퀴 브레이크도 드럼 방식이 채용됐다.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연료 & 유온 게이지 밖에 없다. 수출을 고려해 계기판도 가운데 위치한다.
또 휠 베어링의 한계 속도는 72km/h에 불과하다. 만약 이 이상의 속도로 달릴 경우 부품의 내구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안전도에는 문제없다고 밝혔다. 보쉬가 기술 지원한 이 엔진의 가격은 700달러에 불과하다.
타타에 따르면 나노의 전장은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마루티 800 보다 8% 짧지만 실내 공간은 21% 넓다. 옹색하기는 하지만 5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연료 탱크 용량은 30리터에 불과하다.

시트는 차라리 의자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정도이다. 바닥에 고정된 시트는 슬라이딩은 물론 등받이의 각도도 조절할 수 없다. 사이드 미러와 와이퍼도 하나 뿐이다.
차체 중량은 약 600kg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티어링 샤프트도 속이 빈 것을 사용했다. 보쉬의 35amp 발전기의 무게는 5.4kg으로, 일반적인 5.8kg 보다 조금 가볍고, 스타터 모터도 모터사이클용을 적용했다. 그리고 보쉬는 스로틀 포지션 센서의 크기도 절반으로 줄였다. 범퍼의 두께도 인디카 보다 3mm 얇은 2.5mm이다.
라탄 타타 회장은 나노를 가리켜 인도의 모든 안전 규정을 만족하고 배출가스 정도도 모터사이클 보다 적다고 자랑했다. 보쉬가 기술 지원한 2기통 엔진은 유로 4 배기가스 규정을 만족한다. 나노의 연비는 리터당 23km로, 당초 기대보다는 조금 못 미친다.

나노는 기본형과 에어컨을 갖춘 럭셔리 모델이 나온다. 기본형의 가격은 10만 루피(약 240만원, 2,500달러, 1,700유로, 1,300파운드)로, 가장 싸다는 다치아 로간의 7,500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판매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며 연간 50만대를 목표로 한다. 이는 타타 최고 인기 모델인 인디카 판매의 4배에 해당하는 것이며 차후 1백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지만 나노 전용 사이트인 ‘www.tatapeoplescar.com ’를 통해 알로이 휠과 색상 등을 고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나노를 가리켜 타타의 승부수라고 표현한다. 2,500달러는 정말 마진이 없는 가격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2,500달러는 고급차의 DVD 옵션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나노는 자동차 역사를 통 털어도 가장 싼 자동차이다. 기념비적인 포드 모델 T와 폭스바겐 오리지널 비틀의 가격을 오늘날의 달러로 환산할 경우 각각 1만 9,700달러, 1만 1,333달러이다.
트럭 전문이었던 타타는 10년 전 첫 승용차 인디카를 출시하면서 인도 2위의 메이커로 부상했다. 아직 점유율은 마루티 스즈키에 미치지 못 하지만 나노의 성공 여부에 따라 내수 시장의 판도가 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나노는 인도 내 4,500만 명에 달하는 이륜차 오너가 주 타켓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마이카 붐이 일어날 경우 상당수의 이륜차 오너들이 자동차 오너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작년 인도에서는 모터사이클과 스쿠터 등을 합쳐 840만대 이상의 이륜차가 팔렸다. 작년 150만대의 승용차 판매와 큰 대비를 이루고 있어 잠재력이 높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구 천 명당 자동차 보유도 8명에 불과하다.
월드 뱅크에 따르면 하루 생계 유지비가 2달러가 채 되지 못하는 인도인은 1억 1천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인도의 국민당 소득은 2000년 이후 두 배로 뛰었고 2005년부터는 연간 9%의 경제 성장률을 이루고 있다.
나노에 대한 환경론자들의 비난도 만만치 않다. 2005년 기준으로 인도의 자동차는 연간 2억 1,900만 톤의 CO2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35년에는 CO2 배출량이 14억 6,7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ADB(Asian Development Bank)의 전망이다. 환경론자들은 나노가 인도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타타가 5년 전의 약속을 지켰지만 앞으로의 문제는 남아 있다. 바로 배기가스와 안전 규정이다. 인도 대부분의 대도시들은 2010년 4월부터 유로 4 규정을 도입하고 에어백과 ABS 등과 같은 안전 장비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을 지키기 힘들다는 게 앞으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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