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메이커를 중심으로 스톱-스타트의 쓰임새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스톱-스타트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연비와 배기가스 규정이 강화되면서 그 효용도가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 CAFE와 유럽 CO2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스톱-스타트의 쓰임새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가 신호 대기 또는 주정차 시 소모하는 연료의 양은 그야말로 막대하다. 예를 들어 디젤 엔진의 미국 대형 트럭이 공회전 시 소모하는 연료는 연간 3조 8천억 리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한 해 990만 톤의 CO2와 16만 3,278 톤의 질소산화물, 4,535 톤의 PM을 방출한다. 미국 EPA에 따르면 도심 운전자들이 자동차에 머무는 시간의 35%가 공회전 때이다. 공회전 시 엔진이 꺼지고 모터만 작동되는 하이브리드카의 효용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가 가다서다가 잦은 도심에서 연비가 좋은 것은 바로 스톱-스타트 기능 때문이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술이지만 하이브리드카와 만나면서 빛을 발하고 있고 요즘 들어서는 유럽차를 중심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 스톱-스타트가 적용되면 일반적으로 시내 연비는 5~10%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톱-스타트는 원래 폭스바겐과 시트로엥이 가장 먼저 상용화 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고급차 메이커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가 ‘좋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그 기능 하나로 얼마나 줄일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또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켜질 때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도 고급차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쓰였던 모델은 1980년대의 폭스바겐 폴로이다. 폭스바겐은 90년대에 골프 에코매틱과 루포 3리터에도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로서 낯선 이 기능은 운전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시트로엥이 C2와 C3, 그리고 BMW가 1, 3시리즈, 미니에 사용하고 있다. 작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BMW와 다이하쓰, 로터스 등의 메이커가 스톱-스타트 기능을 들고 나왔다.
유럽 메이커 중에서는 BMW가 가장 적극적이다. 1시리즈는 보쉬가 제공한 스톱-스타트 기능을 채용해 연료 소모와 CO2 배출을 더욱 줄였다. 스톱-스타트는 BMW가 추진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적용 차종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보쉬는 작년 들어서면서 스톱-스타트와 관련된 메이커들의 제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밝혔다. 스톱-스타트는 배기량 줄이기+터보와 디젤 하이브리드, 실린더 컷 오프, 직분사 등과 함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쉬에 따르면 자사의 스톱-스타트 시스템 적용으로 인해 연비를 약 8%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가솔린에 직분사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보쉬는 배터리 잔량이 매우 낮을 경우 재시동의 불량성을 생각해 기능이 해제된다.
정체가 심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스톱-스타트 기능이다. 따라서 요즘은 스톱-스타트를 마이크로-하이브리드라 부르기도 한다. 모터는 없지만 하이브리드카의 기능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스톱-스타트는 배터리 센서와 크랭크 센서 등 몇 개의 부품을 고치거나 더하면 되기 때문에 코스트 상승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보쉬와 함께 프랑스의 발레오도 스톱-스타트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04년 데뷔한 발레오의 StARS(StARS, Starter-Alternator Reversible System)는 시트로엥 C2와 C3에 가장 먼저 쓰였고 이후 스마트 포투 MHD도 사용하고 있다. 발레오의 StARS는 오토모티브 뉴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2006 페이스 어워드(PACE Award)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트로엥의 재시동 시간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경우 0.4초 만에 시동되고, 도심 연비는 10%나 좋아진다. 정체가 극심하다면 최대 15%까지 연비가 좋아진다고 밝혔다. 푸조에 따르면 재시동에 드는 연료는 2~3초의 공회전 시간과 동일하다. 따라서 3초 이상 제자리에 서 있을 경우 스톱-스타트가 연비에 더 유리하다. 물론 운전자는 에어컨과 히터 등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스톱-스타트 기능을 해제할 수도 있다.

발레오의 StARS는 엔진 컨트롤러를 변경해야 하지만 알터네이터는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구조도 간단해 모든 종류의 기어박스에 장착이 가능하고 AT의 경우 별도의 펌프와 유압 라인이 추가된다. 발레오에 따르면 StARS가 장착된 차의 도심 연비는 평균 15% 좋아진다. 이 공식을 미국에 적용할 경우 발레오의 스톱-스타트는 연간 360만 톤의 CO2를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톱-스타트는 차가 정차하면 엔진이 정지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시동된다. 10년 전보다 작동의 세련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엔진이 꺼지고 켜질 때의 소음과 진동, 그리고 반응 속도는 단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아직까지 가솔린은 2리터, 디젤은 1.6리터가 적용 가능한 최대 배기량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모든 엔진에 장착되는 제품이 나온다. 발레오는 StARS의 반응 시간은 0.35초라 밝혔다.
미국은 풀 하이브리드가 인기지만 유럽은 코스트 대비 효율이 높고 구조도 간단한 스톱-스타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역시 스톱-스타트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GM은 GMC 시에라와 실버라도 픽업에 컨티넨탈의 스톱-스타트를 선보였지만 여러 이유로 2006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생산된 차종은 수 천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투-모드 하이브리드는 엔진의 온오프 작동이 매우 매끄러워졌고 연비도 좋아졌다. 투-모드가 적용된 유콘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V6 엔진의 가솔린 SUV와 비슷하다.
발레오는 자사의 StARS을 장착한 유럽의 신차는 0.5% 내외에 그치고 있지만 2012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010년이 되면 적용 차량은 4백만 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 한상기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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