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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마 바나레, 자동차에서 벗어나고픈 젊은 일본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판매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브릭스 국가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는 게 결정적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동차 판매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던 미국과 유럽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경제 침체와 유가 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유럽도 동유럽과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이미 포화 상태이다.

침체되기는 일본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단일 국가로서는 3번째로 큰 일본 역시 신차 판매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차와 고가의 수입차만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일본 신차 시장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는 ‘쿠루마 바나레(Kuruma Banare)’를 꼽는다. 쿠루마 바나레를 직역하면 탈자동차화이다.

이런 경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의 탈자동차화는 199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자동차에 열광했던 세대들은 나이가 들었고 요즘의 신세대들은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한 예로 매년 1월에 개최되는 도쿄 오토살롱은 해가 갈수록 출품차들의 성격이 퍼포먼스에 드레스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1천 마력이 이상의 튜닝카가 즐비했던 90년대 후반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신세대들은 자동차보다는 최신형 휴대폰이나 PC, 노트북 같은 전자 기기에 더욱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오토위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한 가구당 차에 쓰는 비용은 600달러로 14% 감소했지만 인터넷과 전자 기기에 쓰는 돈은 1,500달러로 39% 늘어났다. 차를 소유하는 것은 20세기적인 생활 방식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쿄토 대학의 류이치 키타무라 교수는 예전에는 자동차가 오너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를 상징했지만 그런 생각은 요즘 세대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차량 가격과 주차비, 보험료 등을 모두 합해 월 평균 500달러가 든다. 신차 한 대당 붙는 세금은 1만 7천 달러로 미국의 4.1배, 독일의 1.7배, 영국의 1.25배에 달한다. 거기다 일본은 주차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도심 거주자의 경우 차를 운행하는 거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일본 대중 교통이 그 대안이다. 일본 중고차들의 주행 거리가 짧은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탈자동차 현상이 빠른 시일 내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판매 대수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일본 전체 판매 대수는 2006년 보다 6.7% 하락했다. 1990년만 하더라도 일본 신차 판매 대수는 789만대에 달했지만 작년은 540만대에 불과하다. 1990년 보다 33%나 하락한 것이다. 올해는 이보다 1~2%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토요타조차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 메이커들이 브릭스 국가로 눈을 돌리듯 일본 메이커들도 인도와 중국 등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분야가 있다. 바로 렌트카 업체이다. 일본의 렌트카 시장은 지난 8년 동안 30%나 커졌다. 니케이 따르면 올해 2월 29일자로 일본 전체 자동차(경차와 모터사이클 포함) 등록 대수는 7,943만 대로 전년 대비 0.2%로 하락했다.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초 3개월 동안 등록 대수가 하락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경차의 등록 대수만이 2.8% 올랐을 뿐이다.

글 / 한상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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