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포커스

아우디 2세대 R8의 디자인 고찰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최첨단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아이 로봇’에 등장했던 RSQ 스포츠 쿠페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화려한 외관과 첨단화된 기능으로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RSQ 스포츠 쿠페는 2003년 선보인 ‘르망 콰트로 컨셉트’를 바탕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손잡고 특별 제작된 모델이다.


뛰어난 디자인적 가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우디는 사실 1995년 TT 컨셉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자인 부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브랜드다. 물론 과거에도 유려하고 매끈한 바디라인은 여전했지만, 그에 비해 평범한 마스크는 경쟁사들 대비 아우디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런 아우디가 TT를 필두로 르망 콰트로 컨셉트, RSQ 스포츠 쿠페 등 혁신적인 디자인의 차량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아우디라는 브랜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2006년 파리모터쇼에는 르망 콰트로 컨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R8’을 공개하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켰고, 그 계기로 ‘아우디=디자인’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됐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R8은 미드쉽 엔진 배치로 전형적인 슈퍼카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아우디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인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헤드램프와 싱글프레임 그릴을 적절히 배치해 전면 마스크를 완성했으며, R8의 단점인 긴 허리를 커버하는 사이드 블레이드는 R8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엔진 열의 원활한 배출을 돕기 위해 다소 과격하고 투박했던 기존 고성능 차들과는 달리 R8은 후면부 역시 세련되고 심플하게 다듬어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R8의 출시로 아우디는 벤치마킹 붐을 일으키며 디자인 트렌드를 리드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고, 이후 출시된 아우디 모델들 또한 잇따라 뛰어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를 확실하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너무 강한 아이덴티티 탓인지 페이스리프트와 풀 체인지를 거듭하면서 차종별로 너무나 비슷하게 닮아가는 모습은 오히려 개성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아우디 디자인의 과도기라고 볼 수 있는 현시점에서 2세대 신형 R8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형 R8은 차세대 아우디 디자인을 가늠케 하는 스포트 콰트로와 나누크 콰트로 컨셉트의 모습을 상당 부분 따르고 있으며, 이전 세대 모델이 풍부한 곡선으로 이뤄졌다면 신형은 곳곳에 날카롭고 각진 라인이 들어갔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워낙 훌륭했던 탓인지 차체 사이즈를 비롯해 실루엣 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앞으로 나아갈 아우디 디자인의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존 R8이 보여줬던 혁신에 가까운 디자인에 비하면 신형 R8의 변화는 9년 만에 풀 체인지 되는 모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미비한 감이 있다.


신형 R8의 변화가 아쉬운 이유는 포르쉐 911처럼 자신들만의 고집스런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는 것이라기엔 무리가 따르고, 우아한 곡선을 지향하는 페라리나 극단적인 직선을 사용하는 람보르기니처럼 그들만의 조형언어를 반영한 것도 아닌, 시대에 따른 디자인 흐름이나 트렌드를 적당히 반영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15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새로운 R8에 대해서는 정식 출시 이후 더욱 자세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발터 드 실바에서 볼프강 에거를 거쳐 새롭게 아우디의 디자인을 지휘하게 된 마크 리히테가 향후 출시되는 아우디 모델들의 디자인 정체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강현구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매거진

2024-05-03 기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