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가정에 3대꼴로 자가용을 갖고 있는 독일의 국민들은 어릴 적부터 차에 대한 관심과 상식이 풍부해 어지간한 정비는 손수 한다. 게다가 정비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운전자들이 직접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류는 물론 쇼크업소버나 엔진까지 교환하기도 한다.
자동차관리법에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정비작업을 제한해 놓고 정비업소도 종합(1급), 소형(2급), 부분정비업으로 나눠 엄격한 등록기준과 허용 작업범위를 규정하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크게 다르다.
독일에선 1, 2급이나 부분정비업소 등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가벼운 정비는 가까운 주유소나 소규모 업소에서, 큰 정비는 대형 정비업소를 찾는다. 경정비는 대부분 주유소에서 이뤄진다. 독일의 주유소들은 자동차 액세서리 판매와 차를 수리하는 카센터와 음료수나 간단한 음식, 생활필수품을 파는 편의점을 겸업하고 있다. 정비업소에는 자격증을 가진 '마이스터\'가 있으며 그 아래에 견습생을 거느리고 있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Meister) 자격증만 있으면 정비업소를 차릴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등록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마이스터 자격증이 곧 허가증이 되는 셈이다. 철저하게 정부의 검증절차를 거쳐 마이스터라는 칭호를 부여하므로 그만큼 권위를 인정 받게 된다.
독일의 마이스터는 장인을 뜻한다. 중세 유럽의 수공업 발전과정에서 형성된 도제(徒弟) 훈련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3세기 경부터 마이스터 정신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독일에선 기술자를 높이 사는 국민적 인식이 뿌리내려 있다. 월드컵 축구에서 우승하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세계의 장인\'이란 뜻의 '벨트 마이스터\'(Weltmeister)라고 부를 정도로 마이스터라는 칭호가 사회 곳곳에서 최고의 존칭어로 쓰이고 있다.
마이스터의 임금은 정부(우리나라의 산업자원부)가 고시하고 있다. 직업학교에 다니는 예비 마이스터의 경우 7등급(L1~L7)으로 나눠 나이, 경력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정식 마이스터가 되면 기술능력에 따라 M1, M2, M3의 기준에 따라 임금이 차별화 된다.
정비업소를 경영하는 마이스터의 경우에는 이 기준에 의해 정비작업의 시간당 공임이 결정된다. 정부가 정해 놓은 작업시간과 공임 기준을 지키지 않고 무리한 요금을 청구하면 관련법규의 처벌의 받게 된다. 독일의 정비요금은 기술자의 능력(Arbeit Wert)에 따라 법규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작업시간 기준은 차종과 작업내용에 따라 규정돼 있다. 따라서 3시간 안에 해야 할 작업이 5시간 이상 걸렸어도 3시간 기준에 맞춰 수리비를 받아야 한다.
독일에선 정해진 시간 안에 고장을 해결할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술 중심의 정비문화가 형성돼 있다. 또 소비자들은 안전의식이 높기 때문에 예방정비가 일반화돼 있어 정비업소의 작업도 대부분 사전예약에 의해 진행된다.
◆마이스터제도
마이스터(직고의 우두머리), 거젠(직공), 레르링크(도제)의 신분제도가 이뤄진 13세기 경에 확립된 직업훈련제도를 말한다. 독일의 많은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를 마친 뒤에 상급과정과 직업코스를 거쳐 마이스터 제도의 도제가 된다. 취직해서 일을 하면서도 정시제의 직업학교에 다니면서 직업에 대한 이론적 훈련을 받고 직장에서는 마이스터로부터 지도를 받는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마이스터가 되면 사회적으로 명예와 부를 얻게 된다. 이는 예비 마이스터인 도제들에게 밝은 꿈을 갖게 해준다. 독일에서는 청소년들의 30% 가량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직업학교나 전문대학에 간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부모 모두 직업학교에 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한 부와 명예를 얻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떳떳하게 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마이스터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 정비 마이스터
유흥균 씨(57)는 독일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자동차정비 마이스터 자격을 따고 프랑크푸르트 외곽에서 정비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 씨는 공고 자동차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회사에서 1971년 기술연수를 받기 위해 독일로 오게 됐다.
독일인들의 장인정신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마이스터 제도에 매력을 느낀 유 씨는 독일에서 뿌리를 내리기로 했다. 유 씨는 보통 20세 이전에 마이스터를 꿈꾸며 직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는 독일인과 달리 30세의 늦깎이로 험난한 마이스터의 길에 도전했다. 독일인들도 마이스터 교육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낙오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유 씨는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유 씨는 1982년 32세의 나이로 한국인 처음으로 자동차정비 마이스터 자격을 땄다. 유 씨의 마이스터 자격취득은 당시 지역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