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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선진업계 벤치마킹 ①일본] \'그들의 살아있는 눈빛을 배워라\'


일본은 국내 정비업계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규모 큰 정비업체를 열거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이들은 으레 일본의 정비시장을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찾는다. 정비업주나 예비 창업자들을 모아 일본을 견학하는 일도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국내 정비업계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보고 느낀 건 뭘까. 우선 누구나 첫 인상에서 오는 시각적 효과에 놀란다. 타이어 전문숍을 포함해 크고 작은 정비업소마다 티끌 하나 찾아보기 힘든 작업장, 보기 좋게 진열된 제품들, 깔끔한 인테리어 등은 단박에 '우리와 다르다\'는 걸 실감케 한다. 고객이 정비업소를 선택하는 첫번째 기준은 첫 인상이다.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일본 정비업소의 모든 업무는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고객을 맞는 방법, 견적을 내고 작업지시를 받는 요령 등 영업활동은 물론 정비사의 작업 전 준비상태에서부터 작업을 마친 뒤 정리정돈까지 모든 과정이 표준화도 있다. 눈썰미 있는 이들은 정비사의 작업동선에 맞춰 배치된 장비류와 작업장 레이아웃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요 공구와 장비들은 천장과 벽, 홀 패널, 이동식 공구대 등을 활용해 정비사가 한두 걸음만 움직여 손을 뻗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작업동선을 줄이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작업 표준화와 단순화는 매출을 증대하는데 필수 요소다. 일본 정비업계는 오래 전부터 정비사가 움직이는 거리와 시간, 매출 등을 비교 분석하는 등 작업동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일본 정비업소의 작업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국내 정비업소에서는 불필요한 작업과정과 반복되는 일로 인해 적잖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비업소에는 다양한 내용의 현란한 플래카드들이 걸려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는 정비업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백화점을 벤치마킹한 마케팅 기법. 서울의 한 정비업소가 선보여 관심을 끌었던 '화요일 정비요금 20% 할인\', '여성고객 20% 할인\' 등의 이벤트도 일본의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 업소는 이를 통해 고객방문이 적은 요일의 매출감소를 만회하고 인근 여성고객을 단골로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일본 정비업소에선 종업원들의 사진과 자격증, 직원들이 결의한 슬로건 등을 벽에 걸어 둔 곳도 흔하다. 고객으로부터 신뢰 받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가 일본 정비업계를 둘러보며 눈과 머리로 배울 수 있는 내용이라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정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로 일본 정비사들의 '살아있는 눈빛\'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객을 대하는 정성어린 표정, 작업할 때의 긴장된 눈빛에선 고객을 섬기는 마음, 목숨을 바치는 군인 같은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비쳐졌습니다. 이거야말로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란 확신이 들었지요. 그들에게서 불신이나 바가지 따위의 단어는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국내의 한 정비업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정비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작업장 환경 및 효율적인 레이아웃, 다양한 마케팅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직업의식과 사명감 면에선 일본과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지금까지 국내 정비업체 간 경쟁우위가 지금까지 기술이었다면 일본은 이미 경영·마케팅 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자동차의 메커니즘은 고도화되고 있으나 이에 따라 정비 프로세스가 단순화되고 정비기술도 보편화되고 있어 기술이 주도하는 정비업소 운영은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체계적인 고객관리와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경영능력이 전문적 기술력과 함께 정비업소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정비업소의 경영과 마케팅은 고객이 정비업계에 요구하고 있는 과제이며 정비업계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세분화, 전문화된 일본의 정비업
일본은 정비업을 3종류의 '인증공장\'과 7가지의 '특정부품전문인증공장\' 등 모두 10가지로 구분해 세분화 및 전문화된 정비 서비스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인증공장은 △보통자동차(상용차 포함 전차종)분해정비업 △소형자동차(승용차)분해정비업 △경자동차(경차)분해정비사업 등으로 나뉜다. 이들 정비업체는 정비대상 차종과 시설기준을 구분하되 작업범위에는 제한이 없다.

지난 1997년부터 생긴 특정부품전문인증공장은 차의 일부 장치만 정비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고 시설기준도 크게 완화됐다. △원동기(엔진 튠업, 머플러) △동력전달장치(변속기) △주행장치(타이어, 휠, 휠얼라인먼트 등) △조종장치(하체, 휠얼라인먼트) △제동장치(브레이크 패드, 브레이크 로터 연마 등) △완충장치(쇼크업소버, 서스펜션 등) △연결장치(트레일러 하우스, 레저 보트) 등으로 나눠 각각의 기술 및 장비 기준을 정해놓았다. 따라서 이들 '전문인증\'을 획득하면 주유소나 타이어 및 용품판매점 등에서도 해당 정비를 할 수 있다.

김기호 기자(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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