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손을 뗀다.
지난 92년부터 해외 모터스포츠 활동을 강화해 온 현대는 호주지역 랠리 등을 거쳐 아시아퍼시픽랠리, WRC F2 클래스에 이어 99년부터 영국의 레이싱전문회사 모터스포츠디벨럽먼트(MSD)와 공동으로 WRC에 베르나 월드랠리카를 투입, 세계 모터스포츠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현대는 지난해부터 투자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 등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 올해 투자비용을 작년보다 30% 이상 삭감했다. MSD는 현대의 자금집행이 제 때 되지 않아 레이스 운영을 힘겨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MSD 소식에 정통한 국내 관계자에 따르면 "MSD의 자금사정을 파악한 부품회사가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 레이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MSD쪽에서 자금 지급시기와 관련해 현대와 소송을 벌이겠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를 통해서도 MSD의 상황이 전해졌다. KARA 관계자는 "최근 MSD에 부품인증을 대행해준 비용을 청구한 결과 이 회사가 내년도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지불요구를 거절했다"며 "이는 현대가 내년 시즌에 사실상 MSD와 결별하고 WRC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대가 WRC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레이스 관계자들은 현대의 운영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즉 WRC에 참가하는 자동차업체들이 별도법인을 설립, 전력을 기울이는 데 비해 현대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 실제 토요타의 경우 TTE, 스바루는 STI란 별도의 모터스포츠 조직이 레이스를 관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 임원들의 WRC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게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게 레이스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예산을 심의하고 있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5년동안 MSD의 성적과 관련해 무슨 조치는 있지 않겠느냐"고 털어놔 내부적으로는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걸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WRC에서 철수하는 건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현대의 장담이 사실이라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즉 지난 5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대가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 계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직접 조직해서 참가하는 것. 다른 하나는 MSD가 아닌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는 경우다. 그러나 두 가지 시나리오 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어쨌든 지난 5년간 비싼 대가를 지불한 현대가 내년 모터스포츠 활동과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김태종 기자(kls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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