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 할부금융은 중고차유통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생명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들어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경기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은 중고차유통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일부 업체는 중고차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중고차업체들은 그나마 찾아오는 소비자도 돌려보내고 있다. 그 동안 문제됐던 높은 금리는 내리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대출조건만 예전 상태로 되돌려달라고 업체들이 하소연할 정도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점차 중고차 할부금융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금융권과 제휴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할부금융사들도 시장 재진출을 추진중이다. 국내 중고차 할부금융시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새 움직임을 정리한다.
▲할부금융의 과거
중고차 할부금융은 지난 97년 처음 등장했다. 한 해 전 신용카드업법에 따라 할부금융업을 인가받은 코오롱캐피탈이 주인공이다. 중고차 할부금융은 IMF시절을 거치면서 중고차 거래증가와 함께 성장했다. 이에 따라 LG, 삼성 등 대기업 계열 할부금융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 중고차시장을 장악해 갔다.
중고차 할부금융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빅3로 불리는 LG, 삼성, 현대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고차할부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한 LG의 경우 2000년에는 전년 대비 113%, 2001년에는 155.5% 성장했다. 지난 2001년 4월 기준으로 빅3의 월평균 매출액은 LG 800억원, 삼성 700억원, 현대 400억원 정도였다.
▲중고차 금융시장 장악
중고차 할부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받기가 쉽다는 것. 중고차를 사는 소비자 3명 중 1명은 할부금융을 이용한다. 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의 까다로운 대출절차를 밟기 보다는 이자가 비싸더라도 대출문턱이 낮고 편리한 할부금융을 쓰고 있다. 중고차값이 높지 않다면 한 달에 이자 몇 만원 정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다는 점도 할부금융 활용을 활성화시켰다.
중고차 할부거래가 중고차시장을 주도할 만큼 성장한 데는 할부금융사들의 중고차업체 관리대책이 한 몫했다. 중고차 거래는 주로 현금, 신용카드, 할부금융으로 이뤄진다. 현금만으로 중고차가 거래되는 것보다는 \'현금+할부금융 또는 신용카드\'로 중고차가 매매된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중고차시장에서도 카드 이용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할부금융이 대세다.
여기엔 할부금융사들의 중고차업체 지원정책도 작용했다. 할부금융사들은 중고차업체에서 할부거래가 이뤄지면 이용액의 1.2%를 판매장려금으로 준다. 반면 카드사들은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 수수료 2.5~2.7%를 오히려 업체에서 받아간다. 이 때문에 상당수 영세업체들은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 수수료보다 많은 4~5%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부정적인 영향
할부금융사들은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소비자에게 대출해준다. 중간 마진을 얻는 셈. 따라서 은행보다 이자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준이 너무 높아 비난을 받았다. 할부금융사들이 수 년 간 연리 25%라는 고금리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
지난해부터 연리 22%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편이다. 몇몇 할부금융사는 한 때 연리 13%까지 내리거나 제휴를 맺은 기업형 매매업체를 통한 거래 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 종사자뿐이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말부터는 높은 금리보다 대출조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출조건을 강화했고 중고차 할부금융도 같은 길을 따른 것. 할부금융 빅3 중 한 곳인 삼성캐피탈은 심지어 지난 4월부터 사실상 중고차 할부금융을 중단했다. 이로써 중고차업체들은 그나마 중고차시장을 찾는 소비자들마저 놓치고 있다. 할부금융과 카드 외에는 별다른 금융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사에 이은 할부금융사의 대출조건 강화는 중고차시장에 악재가 됐다.
▲타 금융권의 중고차시장 진출
-손해보험
동양화재는 최근 대우캐피탈과 함께 중고차 할부금융과 보험을 접목한 대출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대우캐피탈에서 출시한 중고차 CI론을 이용한 고객은 동양화재의 단체신용상해보험에 무료 가입되고 △대출자가 사망, 후유장해, 암 등 질병에 걸렸을 경우 남아 있는 채무잔액 전액을 동양화재가 대신 갚아주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두 회사는 앞으로도 양사 고객을 위한 공동상품 개발 및 서비스 제공, 컨텐츠 상호교환, 공동 이벤트 추진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다른 할부금융사들도 방카슈랑스 시대를 맞아 보험사 또는 보험판매대리점 등과 제휴를 맺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출위험을 분산, 할부금리를 내리고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은행과 신용카드사
H은행은 지난 2001년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의 신용상태를 세분화하고 보증보험업계와 제휴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대출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계획을 철회했다. Y은행도 자동차관련 인터넷업체와 제휴를 맺고 일부 중고차 구입고객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중고차전용 상품 개발을 검토했다가 제휴기간이 끝난 뒤 관심을 거뒀다.
이들 은행은 신차시장보다 규모가 커진 중고차시장에서 대출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진출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가 많은 중고차 대출시장에 섣불리 뛰어들 경우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는 등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 시장진출을 포기했다. 은행이 대출 편의성에서 할부금융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국민카드도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중고차 대출상품을 선보이려던 계획을 지난해 포기했다. 경기악화로 카드고객들의 대출조건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고차 대출시장 진출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여긴 것.
그러나 이들 금융사가 중고차 대출시장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출이익 창출기회가 높다는 매력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서민금융기관
삼화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중고차 딜러에게 중고차 구입자금을 대출해주는 모터스론을 판매중이다. 이 저축은행은 중고차 고객 대상의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등 할부금융사의 자동차관련 상품은 모두 취급할 계획이다.
최기성 기자(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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