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길동 200\', \'김철수 PO230\'과 같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홍길동 200\'은 홍길동이란 자동차의 배기량이 2,000cc라는 뜻이고, \'김철수 PO230\'은 \'김철수\'라는 자동차의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Power One\'의 이니셜을 모델명으로 사용한 배기량 2,300cc인 경우다. 물론 이런 이름의 차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 처럼 자동차 이름과 모델명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회사마다 일정한 규칙을 갖는가 하면 소형차는 3음절, 중형 이상은 4음절로 차명을 만드는 등의 음성학적 연구결과까지 반영되기도 한다.
모델명을 가장 규칙적으로 짓는다는 페라리의 경우를 보자. \'페라리\'란 이름은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의 이름에서 비롯됐으며, 각 모델은 보통 1기통 당 배기량을 숫자로 표현해 고유모델명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250GT SWB는 V12 3,000cc 엔진으로 배기량을 엔진 실린더 개수로 나눴을 때 1기통당 250cc가 계산된다. 이에 따라 모델명이 250으로 정해졌으며, \'GT\'는 자동차경주의 한 분야인 그랜드 투어링(Grand Touring)의 이니셜이다. SWB는 \'Short Wheel Base\'를 의미한다.
이 밖에 숫자나 알파벳으로 차급을 구분하는 경우도 흔하다. BMW는 세 자리 수로 이름을 짓는다. 차가 작을수록 100단위 숫자가 낮고, 그 숫자 뒤에 붙는 두 자리 숫자가 배기량을 뜻한다. 예를 들어 520은 5시리즈 2,000cc급 모델을 뜻한다. 벤츠는 알파벳으로 차의 크기를 구분한다. E230이라 하면 E클래스 2,300cc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같은 독일업체인 아우디도 아우디를 표시하는 \'A\' 뒤에 숫자를 붙여 차의 크기를 나타내고, 별도의 배기량을 표시한다.
이 밖에 푸조와 시트로엥 등 프랑스 회사들도 숫자로 모델을 구분하는 게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 숫자보다는 개별 모델의 이름을 일일이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이름을 만들 때 차의 컨셉트와 발음 등을 고려하는데, 이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에 따라 판매실적이 좌우될 수 있어서다. 또 이름을 한 번 정하면 이를 알리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는 만큼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동차 이름이 3음절이고 \'토, 스, 코, 고\' 등으로 끝나면 주로 경소형차다. 발음 상 깜찍하고 귀여운 느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아토스, 티코, 비스토\' 등이 해당된다. 또 첫머리의 \'T\' 발음은 역동성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주로 스포츠카에 붙여진다. \'티뷰론, 투스카니, 터뷸런스\'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중대형차로 갈수록 차가 큰 만큼 이름도 길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매그너스, 크레도스 등이 좋은 예다. 물론 레간자, 쏘나타, 옵티마처럼 3음절도 있어 반드시 이 원칙이 지켜지는 건 아니나 옵티마의 경우 \'마젠티스\'로 수출되는 것처럼 음절이 길어질수록 중량감이 묻어나 4음절 선호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자동차메이커는 고유 엠블럼을 차에 붙여 아이덴티티를 강조한다. 특히 엠블럼으로 동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포츠카메이커의 경우 대개 동물문양을 엠블럼으로 쓰고 있다. 페라리나 포르쉐 등은 말 모양을 엠블럼로 사용하고, 황소문양은 슈퍼카로 평가되는 람보르기니의 상징물이다.
이 밖에 스포츠카메이커는 아니지만 푸조가 전설의 동물인 \'벨포르 라이온(사자문양)\'을 엠블럼으로 택하고 있으며, 스웨덴 자동차업체인 사브는 두 개의 타원이 겹치는 부분에 금관을 쓴 동물 \'그리핀\'을 새겨 넣었다. 그리핀은 스웨덴 남쪽 지방인 스카니아를 대표하는 문양으로 현재 사브가 생산하는 9-5 모델 중 최고급 자동차의 이름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회사도 엠블럼을 쓰나 최근들어 대형 고급차에 한해 엠블럼을 달지 않고, 차 이름만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또는 \'멋진 마차\'를 뜻하는 에쿠스는 어디를 봐도 현대차의 엠블럼이 없다. 기아가 올초 출시한 오피러스 또한 파란색의 기아 엠블럼은 사라졌다. 이는 엠블럼이 주는 메이커의 아이덴티티로 인해 해당 모델의 컨셉트가 훼손될 수 있어 별도의 엠블럼과 브랜드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토요타가 미국 진출 당시 미국 사람들이 \'토요타\'라는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인식하지 않았고, 토요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렉서스\'라는 새로운 브랜드와 엠블럼을 등장시켰다. 그 결과 렉서스는 지금 미국 내 최고의 고급차로, 또 품질이 우수한 차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나 철저히 브랜드 단절을 시켰던지 지금도 렉서스와 토요타를 별개의 회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권용주 기자 <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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