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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주목군락 어우러진 그 너른 나무바다를 보라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정말 살맛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뉴스 접하는 일이 두렵고, 덧없는 세상살이가 자꾸만 기운을 빼놓는다면 이 곳 덕유산 너른 품에 안겨보는 건 어떨까.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의 설천면, 적상면, 안성면, 두풍면과 장수군의 계북면, 계내면을 비롯해 경남 거창군의 북상면과 함양군의 서상면 등 2도 4군 8면에 걸쳐 뻗어 있는 명산이다. 해발 1,594m의 덕유산은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덕유산보다 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그 북쪽으로 70리에 걸쳐 펼쳐지는 구천동의 긴 계곡.

구천동(九千洞)이라는 이름에 얽힌 내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 때 덕유산에 9,000여 명에 이르는 성불공자가 살았다고 해서 구천둔(九千屯)이라 불리다가 뒷날 구천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 골짜기에 구씨(具氏)와 천씨(千氏)가 살면서 집안싸움을 벌였는데 어사 박문수가 해결해준 뒤로부터 구천동(具千洞)이라고 불리다가 구천동(九千洞)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확인할 수 없는 이런저런 사연들로 오히려 구천동의 비경이 더욱 돋보이고 신비스러움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의 동쪽 깊은 골짜기로부터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장장 70리에 걸쳐 펼쳐지는 33경의 절경은 제 아무리 무딘 감정의 소유자라 해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천동 계곡의 경승은 33경으로 이야기되는데, 제1경인 옛날 신라와 백제의 관문이었던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33경이 펼쳐진다. 나제통문은 산줄기의 암벽을 뚫어 만든 통문이다. 이 문이 옛날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 관문이기도 했다. 나제통문에서 설천면 두길리 두길초등학교로 가서 한참 들어가면 거북 모양의 바위와 강선대, 구룡담, 운장대란 글씨가 새겨진 기암 무리가 나온다. 바로 제2경 은구암이다.


은구암 남쪽에는 제3경인,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타는 가야금 소리에 계류의 물소리로 거기에 맞췄다는 청금대가 있다.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을 한 4경 와룡담, 수백 마리의 학이 서식했다는 5경 학소대, 6경은 넓은 바위가 돛을 단 배에 오른 것 같다는 일사대, 7경은 합벽소를 꼽는다. 합벽소 위쪽에 있는 8경 가의암, 9경은 선녀들이 달맞이를 하던 추월담, 추월담을 지나면 낙조 때의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는 10경 만조탄이 이어진다.

11경은 어느 곳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파회(巴回), 12경은 기암절벽이 수놓은 수심대, 13경은 몸과 마음을 씻고 구천동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세십대다. 기암과 수림이 어우러진 14경 수경대, 15경은 월하탄, 16경은 본격적인 구천동 계곡의 포문을 여는 인월담이다. 17경은 호랑이가 달밤에 내려와 목욕하던 곳이라는 사자담이다. 18경은 가을날의 단풍이 일품인 청류동, 19경은 옛날에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하고 이 곳에서 비파를 뜯으며 놀았다고 하는 비파담, 20경은 차를 끓이며 연기를 피우던 곳이라는 다연대다.

두줄기의 계류가 합쳐지면서 조그만 폭포를 이룬 빼어난 경치의 21경 구월담을 지나면 계곡의 물소리가 가야금 소리를 내는 금포탄(22경). 그 위쪽으로는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주는 23경 호단암과 아름다운 계곡 청류계(24경)가 이어진다. 옛날 백련사와 구천동을 오가던 승려와 불교신자들이 쉬어가던 곳이라는 25경 안심대, 그 위로는 26경 신앙담과 27경 명경담이 구천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구천동 계곡에서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28경 구천폭포는 2단으로 이어진 폭포다. 옛날에 하늘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와 졸던 전설이 남은 곳이다. 구천동에 있는 절인 백련사로 들어가기 전 계곡의 마지막 소(沼)인 29경 백련담은 승려들과 불자들이 절에 들어가기 전 몸과 마음을 씻었다는 곳이다. 30경은 작은 폭포들이 겹쳐 마치 연꽃과 같은 모양을 한 연화폭포, 31경은 속세를 떠나 불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속리대다.


구천동 계곡에 있는 유일한 절인 백련사는 구천동 제32경으로 신라 문무왕 때 백련대사가 숨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6·25를 거치면서 당시의 절은 불타고 지금 건물은 구천동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중수된 것이다. 구천동 비경의 마지막 경치인 33경은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이다. 주목군락과 고산식물 그리고 나무바다를 이루는 절경은 말문을 막는 장관이다.

*맛집
무주리조트 읍내에 있는 금강식당(063-322-0979)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금강에서 잡아올린 배가사리(빠가사리), 피라미 등 민물고기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든 뒤 쌀을 넣고 끓인 죽이다. 언뜻 생각하면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제비와 각종 야채까지 넣은 어죽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푸짐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매운탕을 주문하도록. 민물 매운탕 특유의 맛이 얼큰하다.

*가는 요령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무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19번 국도를 탄다. 무주읍-나제통문-37번 국도-무주구천동(덕유산 국립공원)에 이른다. 서울 방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비룡 IC-대진고속도로-무주 IC-리조트, 구천동 방향-사산 3거리-치목, 구천동터널-구천동, 리조트에 닿는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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