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1일 출범한 EU의 신자동차 유통제도와 관련, 직간접관련 업계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자동차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은 새 제도 적용 이후 유럽 자동차관련 직간접 업계의 동향을 정리했다.
▲딜러업계 주가, 지난 1년간 상승세
유럽의 대형 상장 자동차 딜러그룹의 주식가격이 지난 한 해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 속에서의 이러한 주식가격 상승은 투자자들이 올 10월1일부터 발효되는 규정 변화로 대형 소매업체들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03년 9월말 기준, 지난 12개월동안 유럽의 톱10 자동차 딜러업체의 주식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이 중 6개사는 주식가격이 무려 50% 이상 올랐으며 2개사가 25% 이상 그리고 2개사만이 25% 미만의 성장을 했다. 톱 10개사 중 8개사가 영국업체였다.
이러한 주가 상승세와 함께 대형 소매업체들 자체도 새 유통제도가 자신들에게 안정성과 독립성을 준다고 확신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더 이상 프랜차이즈 계약을 아무런 이유없이 종료하거나 판매영역을 제한할 수 없어서다.
또 대형 딜러의 경우 새 유통제도 하에서 규모의 경제가 더 가능해지며, 소규모 딜러를 인수함으로써 활동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 구제도에서보다 유리해진다. 이러한 활동영역 확대는 딜러들로 하여금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협상에서 과거보다 더 유리한 지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톱 3위인 인치케이프그룹은 대형 딜러, 특히 영국 딜러들의 전략이 BMW, 토요타/렉서스, 벤츠, PAG, 페라리/마세라티 등을 위한 주 딜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인치케이프는 확장을 시작해 지난 8월 6개의 BMW 딜러십을 인수했으며, 이에 따라 이 업체는 영국 내 판매물량의 4%을 차지하게 됐다.
현재 82개의 딜러십을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대형 딜러 렉 바르디도 최근 4개의 딜러 인수를 발표했으며 2005년 4월까지 딜러십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H.R.오언도 일부 고급 브랜드 자동차업체가 새 유통제도 하에서는 프랜차이징 계약업체 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판단, 더 많은 딜러십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확장 및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변화폭과 속도, 예상보다 저조
새 유통제도 발효로 유럽 자동차 소매구조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효 이후 1주일이 지난 현재로서는 그 변화폭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슈퍼마켓 체인이 자동차 유통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본격 뛰어든 자동차 소매업체는 없으며, 계약갱신을 해야 하는 보수 및 수리업체도 우선은 제조업체의 신 계약안을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이는 새 유통제도가 제조업체들에게 독점적 네트워크와 선별적 네트워크 중 선택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 딜러나 수리업체가 되기 위한 새 자격기준을 새 제도 발효 마지막 순간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들 딜러의 실질적 선택폭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기존 제도에서 딜러는 제조업체와 하나의 단일 판매계약만 체결하면 판매, 서비스 및 수리업무를 모두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제도에서는 이들 3개 활동별로 각기 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경험부족에 따라 소극적인 태도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딜러별 영향 가시화
새 규정은 제조업체 및 대형 딜러업체로부터 부품 공급업체와 소형 작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그러나 가장 크게 예상되는 변화는 딜러와 수리업체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분석가들은 대형 소매 네트워크(딜러)가 소형 판매장을 인수할 것이므로 2010년까지 유럽 내 딜러 수가 36% 감소하고, 서비스 및 수리업체 수도 현재의 25만개에서 20만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도시에 있는 소형 가족기업도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대형 딜러 및 수리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다. 비록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승자와 패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유럽 소국 딜러와의 인터뷰 결과에 비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ㅇ경향 1 : 소형 딜러는 프랜차이징을 상실할 것
- 사례 : 아일랜드 소재 피아트 딜러 스위니 포르테
지난 48년간 아일랜드에서 피아트와 프랜차이징 계약을 체결해 피아트차를 팔아 온 이 딜러는 새 유통제도 하에서는 피아트와의 프랜차이징 계획을 갱신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는 피아트가 다른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딜러십 자격요건을 강화했는데, 자사가 이런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여력이 없어서다.
게다가 복수딜러를 하고 싶어도 특히 소재지가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이어서 기존 매장에 여러 브랜드 차를 전시할 추가공간이 없다는 점도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딜러는 이미 피아트와의 프랜차이징 계약 갱신시점이 도래했을 때 이를 갱신하지 않았다.
ㅇ 경향 2 : 복수브랜드 판매로 중형 딜러는 재기 가능
- 사례 : 오스트리아의 혼다 딜러 월터 벤다
비엔나에 있는 이 딜러는 새 유통제도에 따른 혼다의 새로운 대유럽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작년에 자사 소재지 맞은 편에 대형 혼다 쇼룸이 들어서면서 프랜차이징 계약을 잃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 판매를 시작했으나 아직까지는 기존 혼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및 수리업무에 의존하고 있다.
이 처럼 새 유통제도에 따라 혼다와의 프랜차이징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딜러는 혼다의 새 모델과 다른 브랜드 자동차 판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딜러는 복수 브랜드 판매가 가능해진 점이 자사와 같은 중형 딜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혼다와의 프랜차이징 계약종료에도 불구하고 직원 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
ㅇ 경향 3 : 대형 딜러에게는 업무영역 확장될 것
- 사례 : 아일랜드의 BMW 딜러인 조 듀피 모터스
아일랜드의 최대 BMW 딜러인 이 회사는 새 규정이 자사와 같은 대형 딜러에게는 대형화 추진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딜러는 새 유통제도로 자동차 제조업체, 특히 고급차 브랜드의 딜러나 수리업체 자격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그 동안 확장을 도모해 왔다. 실제 새 제도에 따라 BMW가 제시한 신딜러 계약에 따르면 딜러나 수리업체의 자격이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딜러는 높아진 기준 충족을 위해 업무영역 확장은 물론 매장 품질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ㅇ 경향 4 : 허브 딜러에게는 사업축소 요인될 것
- 사례 : 오스트리아의 푸조 딜러인 마샤
이 회사는 오스트리아에서 연간 450대의 푸조차를 판매해 온 중형 딜러이나 새 제도로 오히려 자사 사업이 대폭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자사 소재지역의 딜러 허브로서, 자사 연간 판매대수의 150대를 하청딜러를 통해 판매해 왔는데 새 제도가 허브딜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푸조가 이 회사의 하청딜러와 직접 계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ㅇ 경향 5 : 복수브랜드 딜러십 보유 딜러그룹에는 유리
- 사례 : 포르투갈 딜러 산토갈그룹
포르투갈 최대 딜러인 이 회사는 그 동안 자사가 추진한 6,000만유로 상당의 투자가 새 제도로 인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개 자동차 브랜드를 취급하는 이 그룹은 지난 9년간 리스본 소재 자사의 신규 쇼룸과 서비스센터 설립 및 운영을 위해 이를 투자해 왔는데, 기존 제도에서는 각 쇼룸별로 특정 제조업체와만 연계돼 있었다.
그러나 새 제도로 인해 쇼룸이 여러 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공급과잉 상태였던 쇼룸/서비스업체와 공급부족 상태인 쇼룸/서비스업체 간 긴밀한 연계를 통해 판매/수리활동을 최적화할 수 있으므로 향후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호영 기자(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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