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변수와 악재로 수요예측 ‘불허’, 국산차 출시 지연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가, 물먹는 하마가 될 것인가\'
내년 1월부터 내수판매가 허용되는 디젤승용차시장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한동안 디젤승용차를 내수부진 타개의 기대주로 주목하며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판매허용 몇 달을 앞둔 요즘엔 디젤승용차가 ‘자동차시장의 파이’를 키우기는 커녕 막대한 개발비도 건지지 못하고 수익성만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부 연구기관이 전체 승용차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겼던 디젤승용차시장에 대한 인식이 왜 갑자기 달라졌을까. 완성차업계는 무엇보다 판매개시 몇 달을 앞둔 시점에서도 수요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
우선 디젤승용차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솔린 대비 경유 가격이 당초 인상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을 현재 69%에서 2007년 7월까지 75%로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내년부터 휘발유의 85%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 주변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69%에서 85%로 올릴 경우 연료비 증가로 디젤차 가격이 9.6% 인상되는 효과를 낸다. 승용형 디젤엔진은 동급 휘발유엔진보다 평균 200만~3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싼 연료비와 높은 연비로 4~5년 이내에 차 유지비 감소분이 비싼 차값을 상쇄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잇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또 경유 가격 인상은 가솔린차 대비 디젤차의 판매비중 감소로 이어지고, 특히 고급 디젤엔진 RV 수요가 가솔린차로 옮아갈 경우 해당 자동차메이커의 수익성이 이전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디젤차를 주로 사용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와 화물차의 물류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또 연이어 디젤승용차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각종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자동차업계에 내년에 팔 디젤승용차의 절반에 DPF(매연방지필터)를 달도록 강력히 요구했다. 이 장치를 달면 또다시 100만원 이상의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적용되는 유로-4 기준을 내년중 앞당겨 만족시킬 것도 요구하며, 이 경우 해당 차의 특별소비세 중 50%를 감면시켜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차값의 3% 인하효과에 그쳐 결국 디젤승용차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는 낳는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완성차업계는 이 대목에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에 대한 특소세 면제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어서다. 내년에 특소세가 환원될 경우 전체 시장도 그렇지만 디젤승용차의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우려다. 가뜩이나 동급 가솔린차보다 200만원 이상 차값이 비싼 데다 특소세가 정상적으로 붙을 경우 중형차 기준 200만원 가량이 추가 인상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얼마 전 디젤승용차를 준비중인 국산차 및 수입차업체들에 향후 판매예상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입차업체 한 곳을 제외하곤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메이커들은 보통 5~10년 뒤의 시장을 내다보고 차를 개발하는데도 몇 달 뒤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1월 아반떼XD로 국내 디젤승용차의 첫 테잎을 끊을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는 이 차의 출시시기를 4~5월경으로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는 이에 대해 “아반떼XD 디젤모델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엔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큼 품질과 성능 등을 보다 완벽히 마무리하기 위해 개발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디젤승용차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대 관계자는 “디젤승용차는 자동차메이커의 단순한 판매확대를 위한 게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흐름에 맞춰 국내 자동차시장의 문화를 바꾸는 모험적 성격이 크다”며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호 기자 kh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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