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최근 주유소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오너들에게는 버리고 싶은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88올림픽이 열렸던 시절, 휘발유가 ℓ당 400원대였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휘발유가격이 ℓ당 1,500원을 넘어섰다는 건 이미 옛날 얘기여서 많은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값싼 주유소를 찾아다닌다. 물론 프리미엄이나 고급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는 ℓ당 2,000원 이상을 받으며 고급차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치별, 지역별 가격의 차이가 ℓ당 200원 이상 차이나는 곳도 있다. \"부동산 가격과 임대비 등으로 연료값이 차이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석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휘발유가격 중 68%, 경유가격 중 48%가 세금이다. 연료 소비자가격이 원유도입비(24%), 정제비(2%) 등을 포함한 공장도가격과 유통비(6%), 부가가치세에 특별소비세, 교통세, 교육세 등이 포함된 세금으로 정해진다. 세금을 좀더 자세히 보면 휘발유, 경유에 기본적으로 붙는 교통세, 이를 바탕으로 교통세의 24%에 해당하는 지방주행세, 교통세의 15%에 해당하는 교육세, 소비자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세금이 인상되면 연료가격은 덩달아 올라가고, 연료가격이 오르면 세금도 올라 더욱 큰 폭의 인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물고물리는 가격구조가 15년동안 ℓ당 1,100원 인상이라는 결과를 가져 왔다. 정부는 연료를 아끼고 차량통행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2000년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에너지가격적정화방안\'보다 빠르게 휘발유, 경유, LPG의 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세금을 거두기 위한 대책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 판매가 줄고, 이는 경기침체를 부추겼다. 폐업하는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지역만 하더라도 2000년초 800개가 넘던 주유소가 이제는 700여개로 줄었다. 연료 판매량도 감소했다. 2003년 휘발유의 서울지역 판매량이 총 860만2,037드럼에서 2004년에는 295만1,652드럼으로 급감했다.
산업자원부는 5년 전 에너지적정화방안을 마련하면서 2006년까지 각 연료에 대한 비율을 조율했다. 2005년 현재 휘발유:경유:LPG:등유:중유의 비율은 100:70:54:53:23이다. 적정화방안은 매년 5% 정도 경유값을 인상하는 걸 기본 골자로 하고 있으나 2005년인 올해 휘발유:경유의 비율은 100:78.9로 최종단계인 2006년보다 높다. 물론 경유를 휘발유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적이 있으나 경기불황에서 비약적인 성장(?)으로 목표를 ‘초과달성’한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정경제부는 2004년말 수정안을 내놨다. 2007년 7월까지 휘발유:경유:LPG의 가격을 100:85:50으로 조율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그러나 이 역시 휘발유값의 변동에 따라 다른 연료들도 바뀌는 것이기에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차피 계획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또 오를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연료값의 변화로 차를 가진 서민들은 철새가 됐다. 서울의 경우 강남을 벗어나 연료가 싼 곳을 찾아다니고 있고, 싼 주유소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사이트도 생겼다. 경기회복과 세금확보라는, 길이 다른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현 시장을 보면서 예전 PC게임으로 유행했던 도시운영 전략게임인 ‘SIMCITY’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한창희 기자 motor01@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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