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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3만대 돌파의 빛과 그림자


수입차업계는 1987년 국내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 96년 연간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규모를 키워 왔다. 그러나 IMF 한파로 심한 타격을 받아 일부 업체는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다행히 BMW 등 일부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전체 볼륨은 다시 늘어났으며, 떠났던 업체들도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에다 토요타, 벤츠, 혼다, 아우디, 폭스바겐, 닛산 등이 한국법인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해외에서와 비슷한 시기에 신차를 출시하고, 각종 이벤트 및 프로모션 등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수입차협회는 4일 2005년 수입 신차 등록대수가 3만901대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8년만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돌파한 3만대여서 업계로서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일부 업체들이 정상 판매가 아닌 가격할인, 밀어내기 등의 파행으로 얻어낸 결과다. 즉 업계 판매순위를 높이기 위해서, 또 같은 차를 파는 경쟁 딜러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각종 편법을 사용한 결과여서 씁쓸하다.

업계 최대 등록을 기록한 지난 12월 A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A사 딜러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앞다퉈 차값을 깎아준 덕분에 달성한 결과다. A사는 올해 나온 신차를 평균 400만~500만원 할인해주기도 했다. 원프라이스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잘 팔았던 브랜드가 대놓고 신차를 할인하니, 차는 날개 돋친 듯 판매될 수밖에 없다.

A사의 한 딜러는 “불과 1~2년 전에 비해 전체 판매실적은 2배 이상 늘었으나 수익은 뒷걸음쳐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털어 놓을 정도다.

신차 가격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소비자다. 중고차 및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딜러들의 수익도 악화된다. 딜러들이 손해를 보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가격 할인폭은 갈수록 더 커지고 수익은 떨어져 고객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을 거듭해 온 게 업계의 현실이다.

A사는 그러나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판매는 딜러들의 몫”이라며 “가격을 수입업체가 정하는 건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모든 딜러가 가격을 일률적으로 지키기는 힘들어도 최소한 유통질서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몇 년동안 딜러들의 경쟁심화로 골머리를 앓아 온 B사가 올해부터 가격을 안정시키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봐도 그렇다. B사는 그래서 A사를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A사가 \'실적\'이라는 환상을 위해 \'편법\'이라는 마약에 길들여졌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서다

한편, 지난해 판매가 크게 늘어난 C사의 경우 12월 등록대수가 현저히 줄었다. C사는 “재고가 없어 차를 팔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으나 실제 이유는 그 게 아니었다. 11월말부터 출고되는 모든 차에 임시번호판을 주고, 1월에 일괄 등록토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1월 등록대수가 500~600대에 달해 업계 등록순위 1위를 넘볼 수 있어서다.

수입차업계의 각 업체들은 그 동안 단순한 판매증가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고객서비스에 대한 질적 수준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심각한 할인판매와 임시번호판을 통한 등록대수 조절 등은 업계 전체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꾸준히 개선돼 왔던 수입차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추락시키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3만대라는 실적을 놓고 기뻐만 할 게 아니라 곰곰히 먼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전략을 검토해야 할 때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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