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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사브 9-3 스포츠 세단 1.9 TiD 시승기

사브 9-3 TiD는 요즘 디젤차에 요구되는 좋은 연비와 가솔린 못지않은 성능을 1.9리터 엔진에 담아냈다. 디젤 엔진 하나의 추가로 상품성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속도계의 바늘이 부드럽게 200km/h를 넘어가는 대목은 인상적인 부분. 6단 AT의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 회전수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편의성 면에서 세밀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9-3 TiD는 연비 좋고 잘 달리기까지 하니 좋아할 이유가 충분하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원선웅


예전에 누군가 했던 “정말 요즘 차는 다 좋은 거 같아”라는 말이 생각난다. 각 메이커들의 품질 또는 기술 차이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자도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 특히 디젤차에 대해서는 말이다.

메이커에 따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의 디젤 승용차를 타보면 하나같이 맘에 든다. 이전의 기계식에 비해 월등히 줄어든 ‘요즘 디젤’의 진동과 소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부분이고, 뛰어난 연비는 디젤 엔진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이다. 거기다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보다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디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다.

얼마 전 국내 출시된 사브 9-3 스포츠 세단 TiD 역시 기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1.9리터의 배기량이 무색할 만큼 잘 달리고 연비 역시 뛰어나다. 디젤차가 시대의 대세임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승이었다.

진동은 평균 이상이지만 소음은 적어

사브는 뉴 9-3가 국내 출시됐을 때 타본 것이 마지막이니까 상당히 오랜만이다. 당시 스포티하게 변한 뉴 9-3의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었고, 스포츠 세단이란 컨셉트에 걸맞게 서스펜션도 성능이 훌륭했던 기억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뉴 9-3 스포츠 세단은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품었다. 아직 스포츠 세단과 디젤의 매칭은 생소하게 들리지만 왠지 기대해도 좋을 듯한 분위기. 배기량은 1.9리터로 작은 듯하지만 출력은 150마력으로 만만치 않다. 적어도 출력의 수치 면에서는 2리터와 큰 차이가 없다.


기어 레버 뒤에 있는 이그니션 홀에 키를 넣고 돌리니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공회전 시 진동은 평균 이상이다. 스티어링 휠을 통한 진동은 다른 차보다 조금 더 크게 느껴지고, 무릎이 닿는 센터페시아의 측면에서도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디젤차와 비교했을 시 좀 더 부각된다는 말이다.

반면 아이들링 소음은 평균보다 적은 느낌이다. 외부 소음은 다른 디젤과 비슷하지만 실내 유입이 적은 것을 생각할 때 방음에 신경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디젤 엔진은 타 메이커와 비교 시 소음 면에서 조금 다르다. 보통 아이들링을 벗어나면 4,000rpm 전까지는 가솔린과 비슷하거나 조용한데 반해, 9-3 TiD는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또 가속 시 실내로 들어오는 음량이 비교적 낮은 톤으로 넓게 퍼지고, 이런 특성은 회전수가 높아져도 일정하다. 음색과 회전 질감은 독일차의 그것에 2% 부족하다. 가속 시 대시보드 윗부분의 플라스틱이 떨려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은 옥의 티다.

고회전, 고속에 강한 파워트레인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11초로, 뛰어난 순발력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2리터 가솔린이 보통 10초 내외인 것을 생각할 때 결코 처지지 않은 성능이다. 그보다는 가속 페달을 더 적게 밟아도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것에서 메리트를 찾을 수 있다. 오른발에 힘을 덜 들이니 그만큼 스트레스가 없다.
D 모드에서는 4,500rpm에서 자동으로 변속된다. 2단에서는 85km/h, 3단에서는 135km/h 정도까지 가속되어 6단임을 감안할 때 저단 기어들의 기어비가 다소 긴 편이다. 5단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900rpm 정도.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젤 엔진보다는 오히려 6단 AT쪽이다. ‘수동’ 기능에 대단히 충실하다.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 즉 오른쪽으로 젖히면 그때부터는 순수하게 운전자 조작으로만 시프트 업이 된다. 일반 AT는 수동 모드가 있어도 엔진 보호를 위해 일정 회전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시프트 업 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따라서 4,500rpm 이상의 회전수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최고 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를 지나 토크의 저하가 두드러지면 그 이상의 영역을 사용하기 부담스럽지만 이 1.9리터 디젤은 비교적 끈질기게 토크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회전수를 무작정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500rpm을 지나 5,000rpm에 이르면 연료 차단이 되면서 회전 상승은 멈춘다. 5,000rpm을 기준으로 각 단의 최고 속도를 체크해 보면 1단 58, 2단 90, 3단 145km/h까지 힘차게 가속된다. 앞서 얘기한대로 6단이면서 3단까지의 기어비 폭이 넓다.
그리고 4단 4,500rpm에서는 180km/h, 5,000rpm까지 회전시키면 200km/h 조금 못 미치는 속도까지 밀어붙인다. 4단까지의 가속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상 못했던 부분은 4단 이후의 가속력으로, 5단이 4단과 간격이 가깝긴 하지만 더 이상의 속도 상승은 천천히 진행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5단으로 넘어가서도 210km/h까지 멈칫거림 없이 쭉 뻗어주는 속도계의 바늘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1.9리터의 배기량을 감안한다면 기대치 못했던 능력이다.
5단 210km/h에서의 회전수는 4,000rpm으로, 여기서 한차례 숨을 고른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220km/h에 도달한다. 평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이다.
6단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500rpm으로, 전형적인 항속 기어다. 따라서 최고 속도는 5단에서 나온다. 하지만 매우 낮은 기어비의 6단으로도 200km/h를 유지할 수가 있어 엔진의 토크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6단만으로 가속한다면 180km/h 언저리까지 아주 천천히 속도가 붙는다.

스포티한 6단 AT, 하체는 소프트해져

6단 AT의 수동 모드는 정말 ‘수동’의 기능에 충실하다. 성능을 떠나 기능만을 놓고 봤을 때 기자가 아는 자동 변속기 중에서 가장 수동 기능이 강조되어 있다.
수동 모드로 전환되면 앞서 밝힌 대로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서만 시프트 업이 된다. 레드라인에 진입해도 시프트 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물론, 킥다운을 해도 기어 단수가 내려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110~120km/h 정도의 속도를 6단으로 가고 있을 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3단 또는 4단 정도로 건너뛰면서 시프트 다운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9-3 TiD의 6단 AT는 그대로 단수가 고정되면서 가속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가속력을 얻고자 할 때는 순차적으로 기어를 내려야 한다.
이런 프로그래밍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다. 정말 이 6단 AT의 수동 모드는 스스로 변속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프트 다운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100km/h 정도에서 6단으로 변속하면 곧 5단으로 저절로 바뀐다. 더 낮은 단수에서도 동일한 현상인데, 60km/h 정도의 속도를 유지할 때는 4단을 넣어도 3단으로 내려간다.
자동으로 시프트 다운 될 때의 회전수는 약 1,600rpm. 터빈의 부스트 존을 벗어나기 때문에 기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회전수를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이렇게 프로그래밍 하지 않았나 싶다. 또 낮은 회전수가 연비에 더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브 9-3 스포츠 세단 1.9 TiD에서 가장 스포티한 부분은 바로 변속기가 아닌가 싶다.

수동 변속은 시프트 레버도 가능하지만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로도 가능하다. 변속 반응이 비슷하기 때문에 당연히 스티어링 패들이 안전을 위해서도 추천이다. 왼쪽이 시프트 다운, 오른쪽이 시프트 업으로, 정확히 9시 15분 방향으로 잡아야 엄지손가락에 자연스레 닿는다.

P-R-N-D로 옮길 때의 충격이 상당히 적은 반면 가다서가 잦은 구간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 수동 모드에서 고회전 변속 시 약간의 미끄러짐도 느껴진다. 크게 흠잡을 부분은 아니지만 후진 기어를 놓고 정차 시 떨림이 조금 심해지는 것도 흠이다. 크리핑 현상은 강한 편에 속한다. D 모드에서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기분 좋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풍절음이 여타 소음을 덮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속으로 갈수록 운전자가 받는 소음은 풍절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브 9-3 TiD의 경우 높은 속도에서도 바람 가르는 소리가 비교적 억제되어 있다. 고속에서의 직진 안정성도 우수한 편이어서 200km/h 넘는 속도에서도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오른발에 힘을 줄 수 있다.

215/55R/16 사이즈의 굳이어 이글 NCT5 역시 소음이 적은 편이다. 대신 접지력은 많이 부족하다. 단단한 섀시나 유연한 서스펜션은 평균 이상의 수준이지만 타이어가 마무리를 못해준다. 사이드 월이 부드럽고 코너링시 한계가 일찍 찾아온다. 타이어만 UHP로 갈아도 운동 성능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다.

서스펜션의 댐핑은 예전의 뉴 9-3 가솔린이 보여줬던 단단함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가솔린의 경우 튜닝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긴장감이 흘렀는데, TiD는 보다 푸근하고 여유로운 느낌이다. 디젤 엔진과 함께 서스펜션의 세팅도 보다 대중성을 가미했다 할 것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조향에 따른 리어의 추종성이 매우 우수하다. 한계가 비교적 빨리 찾아오고 언더스티어가 심하긴 하지만 그전까지는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쫓아오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스티어링 무게와 정보 전달도 평균적인 수준이다.

실내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완전히 동일하다. 속도계를 제외한 모든 게이지의 조명이 꺼지는 나이트 패널 기능과 대시보드 위에 붙은 SID(Saab Information Display) 등 편의 장비도 동일하다.
SID에는 여러 정보가 표시되는데, ‘CUSTOMIZE\' 버튼을 누르면 도난 알람, 파킹 센서, 공조 장치의 세팅, 레인센서 등의 세팅이 가능하다. 또 조수석에 사람이 탈 경우 붉은 색으로 안전벨트 표시 사인 등 차량의 정보가 계기판 대신 모두 이곳에 디스플레이 된다. 그만큼 주행 중 시선을 덜 빼앗긴다 할 수 있다.
많은 버튼들이 모여 있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아기자기함이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만 정신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 센터페시아는 하단에 6CD 체인저, 바로 위에 공조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교적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이다.

기본적인 하드웨어나 파워트레인은 우수하지만 편의성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컵홀더의 경우 크기가 다른 용기를 수납하기가 힘들다. 몸을 꼬으며 펼쳐지는 센터페시아의 컵홀더는 작동이 재미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이즈의 캔 음료를 놓을라치면 너무 공간이 많이 남는다.
또 윈도우 작동도 하향만 원터치이다. 출발 후 일정 속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오토 도어록 기능도 없다. 이런 세세한 부분을 아쉬워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적극적 안전 장비에서 ESP 없이 TCS만 있는 것도 아쉽다.

가죽 시트는 높이와 거리 조절 모두 전동식이고 3인까지 포지션을 메모리할 수 있다. 실내를 이루는 플라스틱의 질에 비해 시트의 가죽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착좌감은 비교적 무난하지만 약간은 미끄럽다. 글로브 박스는 눈에 띄게 넓고 트렁크는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평균 수준이다.

사브 뉴 9-3 스포츠 세단 TiD는 디젤 엔진의 추가로 국내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상품성의 모델로 변모했다. 차값도 4천 5백 95만원으로 가솔린과 동일하다. 무엇보다도 끌리는 것은 역시 연비로, 총 주행 거리는 252km. 기름 게이지의 바늘은 4분의 3에 조금 못 미치게 남았다. 1박 2일 동안 ‘시승’하면서 이렇게 기름 많이 남기고 차 반납하기는 처음이다.



사브 뉴 9-3 스포츠 세단 TiD 주요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635×1,760×1,465
휠베이스(mm) : 2,675
트레드 앞/뒤(mm) : 1,524/1,506
중량(kg) : 1,610

엔진 : 1910c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mm) 82.0×90.4
최고출력(마력/rpm) : 150/4,000
최대토크(kg.m/rpm) : 32.1/2,000~2,750
압축비 : 17.5:1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AT
기어비 ①4.150/②2.370/③1.560/④1.150/
⑤0.860/60.69ⓡ5.024
최종 감속비 : 2.670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최고속도 : 210km/h
0-100km/h 가속 시간 : 11.0초
연료탱크용량 : 61리터
타이어 : 215/55R/16
가격 : 4천 5백 9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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