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GTC 스피드... 진정한 럭셔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태와 그 안에 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파워가 스며들어 있어, 마치 감동적인 오페라 공연과 짜릿한 록 콘서트를 동시에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양면의 매력을 가진 컨티넨탈 GTC 스피드를 느껴보자.
글, 사진,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언젠가부터 평범하고 대중적인 중형급 이하 차종들까지 ‘럭셔리’ ‘프리미엄’ 이란 단어들을 남발하며 광고하는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럭셔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치, 호사, 사치품, 고급품, 값비싸고 호화로움, 매우 고급스러움 등으로 정리가 된다.
그 의미만 놓고 보면 이제 소형차만 타도 럭셔리한 걸까, 그 차들이 럭셔리란 단어를 붙여도 되는 수준일까, 라는 의문들이 생기면서, 이제 갈 때까지 가버린 각 메이커 담당자들의 고뇌가 만만치 않을 터, 앞으론 어떤 단어들로 치장하고 포장할지도 매우 기대가 된다.
대중적인 메이커들은 그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도 하겠지만, 진짜 럭셔리카를 만드는 메이커들은 다른 종류의 고민이 있을 수 있겠다. 오래된 전통을 지키면서 고가의 가격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명품을 만들어내야 하며, 현대 기술의 종합예술분야인 자동차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함과 동시에 그들의 고객인 전 세계 부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격조 높은 이미지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만난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모든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지 않나 싶다.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만한 호사스러운 겉모습과 넘치는 고성능으로 오너를 만족시켜 줄 것이며, 이보다 더 값비싼 모델이 있다 해도 비슷한 레벨일 뿐, 결국 상위 1%가 아닌 0.1%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것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자부심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벤틀리 컨티넨탈의 라인업은 4도어 대형세단인 플라잉스퍼, 쿠페인 GT, 컨버터블인 GTC가 포진하며, 여기에 각각의 고성능 버전으로 이름 뒤에 ‘스피드’가 붙는 모델들이 추가되었다. 럭셔리에만 머물지 않고 그 이름처럼 스피드를 즐기는 오너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보다 더한 고성능 버전도 추가될 것이다. 역시 한계란 없다. 단지 넘어서기 위해 존재할 뿐.
지난 번 시승했던 GT 스피드를 통해 이미 그 엄청난 성능을 경험했던 터라, 이번에 만난 GTC 스피드는 마주 대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데, 한동안 솥뚜껑들만 보다가 다시 자라를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마냥 멋졌던 GT 스피드의 색상은 그에 걸맞게 짙은 그레이였으나, 이번 GTC 스피드의 색상은 오묘한 아이보리빛, 게다가 하늘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컨버터블인지라 본닛 안에 감춰진 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의 존재는 잠시 잊혀지고, 화려한 자태와 오픈에어링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 다가왔다.
정면과 후면의 디자인, 그리고 스피드 모델에 공통으로 장착되는 20인치 휠 등은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GT 스피드와 동일하며, GTC의 매력인 소프트탑이 지붕을 덮고 있는데 워낙 길고 넓고 낮은 차체라 닫혀있는 탑의 모양도 길고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다. 그밖엔 외관과 디테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분석이나 평가보단 감상 쪽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 사실. 따라서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메가오토의 프리미엄 갤러리, 프레스 갤러리를 통해 즐기시면 되겠다.
누구나 감상이 가능한 겉모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탑을 오픈하지 않는 한 탑승자만이 감상할 수 있는 GTC 스피드의 실내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별천지가 따로 없다. 고급스러움과 모던함, 클래식한 분위기를 테마로 가죽, 우드, 메탈이 어우러진 소재의 품질은 대중적인 메이커의 차량에서 절대 구경할 수 없는 고품질의 최상급이다. 행여나 가죽에 상처라도 날까 몸에 버클 등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하셨던 젠틀한 신사 이미지의 담당자 분 이야기가 100% 공감되면서 몸과 실내가 맞닿는 부분이 세삼 조심스러워진다.
시트는 약간 단단하면서 나무랄 데 없는 편안함과 적당히 몸을 잡아주는 감각이 차의 성격과 잘 매칭 되는 느낌이고, 3인분의 메모리 포함 다각도로 세밀하게 전동 조절되어 자세를 잡아주는데, 고가의 모델과 비교해도 시트만큼은 최고였던 BMW의 컴포트시트 이후에 가장 만족스런 착좌감을 선사해 주었다.
이 편안한 시트에 앉아 버튼을 눌러 전자동으로 탑을 오픈하고 나면 화려한 실내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탑을 닫았을 때보다 더 심하게 눈을 떼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신형 모델을 타고 지나가던 오너가 옆에서 창문을 내리고 머리를 밖으로 쑥 내밀기까지 하면서 GTC 스피드의 모습을 감상하셨을까. 기자 개인적으론 오픈 모델을 타고도 전혀 민망하지 않았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 어떤 모델보다 시선은 더 받았지만 화려한 GTC 스피드의 자태를 감상하느라 운전자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관심을 갖더라도 심적으로 별로 개의치 않게 된다.
그밖엔 벤틀리의 B로고가 큼직하게 들어간 기어변속레버 아래에 시동, 열선시트, 서스펜션, 차고조절, 소프트탑 등의 조작 버튼/다이얼 등이 길게 나열되어 있는데, 우측 끝에 위치한 비상등 조작버튼은 크기도 작아 비상시의 빠른 조작엔 다소 불편함이 있다. 뒷좌석은 성인이 탑승하기엔 무릎공간이 다소 부족해 장거리 동행은 무리가 있으며, 대략 12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라면 탑승시켜도 큰 불편은 없겠다.
이젠 화려한 녀석의 외모 때문에 잠시 잊어버렸던 심장을 제대로 깨울 차례. 폭스바겐의 6리터 12기통 엔진에 트윈터보를 장착하고 다양한 부분을 개선하며 경량화시킨 이 심장은 그야말로 ‘스피드’라는 닉네임에 부합하는 엄청난 출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610마력/6000rpm, 최대토크 76.5kg.m/1750rpm의 수치만 봐도 2.5톤에 가까운 무게지만 어떻게 달려 나갈지 대충 감이 오는데, 일단 웅장한 엔진음과 배기 사운드가 압권이다.
수많은 차종을 접하면서도 V12 엔진을 경험하는 경우는 일 년에 두세 번 정도일까, 더군다나 환경과 연비문제 때문에 최신 유행처럼 엔진을 다이어트 시키며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는 메이커들의 피나는 노력을 감안하면, 이런 괴물 같은 엔진의 사운드는 앞으로 점점 듣기 힘들어질 것이다.
일단 시동버튼을 누르면 잠에서 깨어나며 짧고 우렁차게 내뱉는 소리부터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이후 가속페달을 조심스레 밟으면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기 전까지는 아주 낮게 깔려 울려 퍼지는 은은한 사운드가 귀에 바로 들어오지 않고 주위를 맴돌며 몸으로 전해져온다. 더군다나 탑을 오픈하고 바람을 맞으며 들려오는 12기통의 이 웅장한 사운드는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기분은 이미 구름 위를 달리는 것처럼 황홀해지면서 그 순간만큼은 세상 온갖 걱정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라면 비슷한 표현일까.
그렇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호사스러운 드라이브를 즐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힘껏 밟아주면, 앞에서 엔진이 먼저 크게 울부짖은 다음 찰나의 순간을 지나 뒤에서 배기음이 터져주는 것 같은 묘한 느낌과 함께 12기통 트윈터보 심장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면서, 더 커졌지만 절대 경박하지 않고 여전히 낮게 울려 퍼지며 귀가 아닌 몸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저 멀리까지 메아리침과 동시에 단단한 하체가 도로의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며 순식간에 뻗어나간다.
이만한 파워를 제대로 감당해 내려면 4륜구동은 왠지 필수요소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GT 스피드보다 약간은 부드러운 것 같지만 겉모습에 따른 기분상의 차이일 뿐인지 의심될 정도로 비슷하게 단단하고 탄탄한 하체가 커다란 차체를 받쳐주면서 시종일관 뉴트럴하고 묵직한 반응을 보여준다. 날카롭거나 예리한 맛은 순수한 스포츠카들 대비 덜하지만, 워낙 높은 출력을 내뿜고 있다 보니 초반에 즐겼던 여유 있고 호사스러운 드라이빙의 기억은 상실되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런 감각들로 하늘을 열고 달리면서 쭉 뻗은 직선 도로를 만나 차선을 변경하며 치고나가는 성능은 가히 폭발적, 76.5kg.m의 가공할 토크가 1750rpm의 낮은 영역대부터 발휘된다. 눈앞에 펼쳐진 도로와 차량들의 배열을 순간적으로 판단하며 저 앞에 미리 그려놓은 라인을 따라 움직이면 그야말로 마음먹은 대로, 아니 라인은 그대로인데 속도는 계속 마음먹은 것보다 더 빨라져 100~200km/h 정도의 실용(?) 영역에서는 빠른 가속감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시종일관 묵직하고 안정된 거동을 보여주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참고로 0-100km/h 4.8초, 0-160km/h 10.5초, 최고속도 322km/h 라는 흐뭇한 수치를 갖고 있다.
여기서 잠시 쿠페인 GT 스피드와 함께했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 날은 비가 내리고 노면이 젖어 있어 최고속도가 한참 남은 270km/h 정도에서 아쉽게 물러났던 기억이 난다. 또한 200km/h 정도에서 차선 두 개를 한 번에 가로지르다 리어에 슬립이 일어나 차체가 요동치는 경험을 했던지라 젖어있는 노면을 한없이 원망했었는데, 그런 경험 때문인지 비슷한 성능의 GTC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하면서는 화창한 날씨에 제대로 익은 노면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노면이 아닌 주변 차량들이 문제, 그날따라 평소보다 차량 소통이 눈에 띄게 많아 제대로 된 속도를 뽑아낼 수 없었다. 대신 마른 노면에서의 감각은 확실하게 느끼며 몸 안의 세포에 저장시킬 수 있었는데, 둥근 인터체인지를 빠르게 돌아나가는 거동에서 지난 번 GT 스피드보다 살짝 떨어지는 강성에도 불구하고 네 바퀴가 그려나가는 라인은 오차 없이 정확했으며, 답답함까지 느껴져 속도를 더 높이며 돌아나가자 타이어의 비명소리만 자그맣게 들려올 뿐 거동엔 변함이 없었다. 핸들링 감각은 무겁지만 힘이 들어가진 않는 정도이며, 브레이킹 감각은 멈추는 것에 더 충실한 고성능 모델의 진가를 잘 보여준다.
에필로그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가격 대비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럭셔리카로 꼽힌다. 모든 것을 갖추고도 전통의 뛰어난 고성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세상엔 초호화 세단과 슈퍼카의 장점만 모아놓은 차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급의 타 메이커 모델 대비 매리트가 높아 부유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에도 잘 부합하며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승을 통해 그러한 이유를 공감할 수 있었고, 진정한 럭셔리가 무엇인지 사전적 의미를 찾아볼 필요 따위 없이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여유와 낭만, 그리고 짜릿한 성능이 공존하며 기대하고 원하는 것 이상의 찬란한 매력을 발산하는 울트라 럭셔리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 GTC 스피드는 시승을 하고 글을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일을 떠나 한번쯤 순수한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모델로 아쉽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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