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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푸조 407 HDi 탐구생활, 시승 편

디젤의 명가 푸조에서 중핵 모델인 407 HDi 세단과 SW가 새롭게 거듭났다. 날로 발전하는 디젤기술과 고유가 시대가 맞물리며 유럽의 매력적인 디젤차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조 격인 푸조도 한동안 볼륨모델인 308의 디젤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면서 시장에 맞서왔는데, 308과 마찬가지로 407또한 매력적인 스타일과 높아진 연비 등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이번 시승기는 요즘 한창 유명해진 모 케이블TV 프로그램의 나레이션을 패러디 해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케이블TV 시청률 순위 1위라고 한다. 이런 시승기의 경우 재미 위주로 쓰여 질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 407 HDi에 대한 내용은 빠짐없이 들어가 있으며, 비슷하게 패러디하려면 간혹 비속어가 섞일 수밖에 없으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푸조 407 HDi 탐구생활, 시승 편
오늘은 푸조의 407 HDi를 시승하러 가는 날이에요. 2010년형으로 다시 태어난 407인데 역시 디젤 모델이에요. 분명 세단과 왜건인 SW가 있을 텐데 시승차로는 어떤 녀석이 주어질지 모르겠어요. 기자는 SW보단 세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시승이라지만 기자도 남자인데 혹시나 예전 308처럼 빨간색에다 왜건이라면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일단 시승차를 픽업하러 청담동으로 출발해요.

매장에 도착했어요. 매장 앞에는 다양한 푸조 모델들이 나란히 서있어요. 기자가 시승했던 녀석도 있어서 그동안 잘 지냈냐며 손을 흔들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신경쓰지 않아요. 그때 검은색 407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여요. 시승차임을 직감한 기자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검은색에 세단인 407 HDi 라면 부담스럽지 않을 테니까요.

시승차에서 담당자분이 내리고 인사를 건네요. 아담하고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좋은 여성분이에요. 차량을 잠시 훑어보니 우측면 하단에 상처가 나있어요. 사진으로 크게 티가 날 정도는 아니라 상관없지만 시승차를 험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미워져요. 시승하는 동안에는 내차라고 생각해야 사고도 안 나고 상처도 안 나는 법인데 말이에요.

아무튼 운전석으로 들어가려는데 헉, 아담사이즈의 담당자분이 조절해놓은 시트가 앞으로 엄청 당겨져 있어요. 낑낑대며 간신히 몸을 집어넣고 빛의 속도로 시트를 뒤로 밀어요. 요즘 한창 몸이 부실해져서 조금만 힘을 써도 숨이 차올라요. 헉헉대며 자세를 잡고 스티어링휠, 사이드미러, 룸미러를 차례로 조절해요. 그런데 사이드미러가 완전 귀여워요. 차체에 비하면 엄청 작은데 의외로 시야각은 괜찮아서 보기엔 편해요. 아무튼 복잡한 성수대교 남단을 빠져나가며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요.


그런데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져요. 시간이 없으니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때우자고 사진기자님과 합의를 봐요. 압구정 버거X에서 베이컨 치즈 와X를 주문했어요. 허겁지겁 먹으며 유리벽 밖에 서있는 407 HDi의 개성 있고 스타일리쉬한 외관을 자꾸만 흘겨봐요.

앞모습은 고양이를 닮은 펠린 룩이고 308보다 약간 날카로워 보여요. 그에 비해 뒷모습은 단정하고 심플한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407 HDi의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쳐다봐요. 측면은 다른 차의 C필러가 A필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A필러의 기울기가 상당해요. C필러는 여느 차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디자인이에요. 디자인의 나라 프랑스차라서 그런가 봐요. 앞뒤 범퍼와 사이드에 얇게 이어지는 크롬 라인은 검은색 차체를 돋보이게 해줘요.

어, 갑자기 대형세단 한 대가 407 HDi 옆으로 들어와 주차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자꾸만 왔다 갔다 하면서 주차하는 시간이 길어져요. 그래요, 그 유명한 김여사님이에요. 순간 기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차하는 차를 예의주시해요. 김여사님이 행여나 407 HDi 에 상처라도 입히면 곤란한 일이에요.

다행히 김여사님이 주차를 마쳤어요. 그동안 3분의 1정도 남은 커다란 햄버거를 다 먹었어요. 기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407 HDi 옆으로 순간이동을 해요. 김여사님의 마지막 필살기가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문콕이라 불리는 옆 차와 상관없이 도어를 활짝 열어젖히는 무개념 신공이에요. 기자는 407 HDi의 도어를 열고 탈 듯 말 듯 하면서 김여사님이 내리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봐요. 다행히 옆 차에 사람이 있으면 그것을 의식하는 김여사님이에요. 결국 우리의 407 HDi는 그렇게 테러 위험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시승과 촬영을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서 급하게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올해는 신차가 엄청나게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그래서 기자는 폐인처럼 살고 있어요. 안타깝지만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서 급한 일을 먼저 해치우고 시승과 촬영을 진행하기로 해요.

사무실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문득 창밖을 올려다보니 붉은 노을로 떨어지는 해가 참 예뻐요. 젠장, 큰일 났어요. 해가 다 떨어지면 시승차의 촬영이 힘들어져요. 하던 일을 제로백 3초대의 스피드로 마무리하고 사진기자님과 함께 407 HDi로 순간이동을 한 다음 가장 가까운 촬영 장소로 향해요.

언제나 그랬듯 실내 촬영을 먼저 진행하기로 해요. 조금이라도 더 깨끗할 때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일단 피아노블랙 재질의 센터페시아가 눈에 먼저 들어와요. 기존 모델 대비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겨요. 사제 네비게이션이 순정처럼 매립되어 있고 그 위치에 있던 정보 패널은 상단으로 올라갔어요. 마무리가 깔끔해서 이게 원래 모습인줄 착각할 지경이에요. 예전 같으면 네비게이션 없이 팔렸겠지만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것 하나도 신경을 써줘야 해요.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장비 욕심이 많아서 국산차를 살 때도 풀 옵션을 선호해요. 그래서 국내메이커는 옵션만 많으면 장땡인줄 알아요.

5개의 크고 작은 화이트 링으로 구성된 계기판이 깔끔해요. 연료게이지는 자랑스럽게 가운데 있어요. 연비 좋다고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아요. 308은 야간에 파란색 조명이 들어오는데 407은 붉은색이에요. 썬루프 조작은 다이얼식이라 익숙하지 않아요. 기어변속레버는 다른 푸조들과 동일하고 스노모드 S모드 버튼이 따로 있어요. 실내 공간과 뒷좌석은 무난한 편이에요. 딱히 꼬집어 말할 부분은 없어요. 요즘 차들은 대부분 트렁크 공간이 넓어서 기자는 그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되요. 그렇다고 시승기에 트렁크 공간 몇 리터라고 표기하면 머릿속으로 1.5리터 페트병을 떠올리며 50개쯤 쌓아올리는 분들이 있어서 별로 와 닿는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407 HDi도 꽤나 넓어요.


사진기자님이 끙끙대면서 실내 여기저기를 유체이탈 하듯 옮겨 다니고 실내 촬영이 끝났어요. 뒷좌석 센터 터널이 없어져서 꽤나 수월했다고 해요. 이제 해가 거의 다 떨어져서 더 이상의 촬영은 불가능해요. 외관과 디테일 사진을 다음 날 모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지만 프로정신으로 극복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사실 프로정신이 아니라 그냥 깡이에요.

다시 사무실이에요. 오늘은 407 HDi 운전석과 사무실 책상을 몇 번씩 번갈아 앉으며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시승은 밤에 하기로 계획했어요. HID 램프가 아니라 아쉽지만 푸조 모델들은 헤드램프 높낮이를 다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신기해요. 그러면서 프랑스엔 세심한 사람들이 많다고 단정지어요.

일을 마감하고 다시 407 HDi와 함께 달리고 있어요. 시간은 이미 11시를 넘겨 자정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쯤 되면 피곤해도 정신력으로 버텨야 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자유로를 향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요. 자유로 귀신 얘기가 떠오르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해요. 407 HDi는 배기량 2리터의 클린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38마력(4000rpm), 최대토크 32.6kgm(2000rpm)의 파워를 발휘하면서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요. 수치상으로 구형과 비슷하지만 차체 중량 감소가 확실하게 이루어져서 가속성능도 좋아지고 연비도 높아졌어요.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니 디젤 특유의 토크감으로 배기량 대비 만족스러워요. 변속 충격도 느껴지지 않고 고속 안전성도 꽤나 훌륭해요. 어라,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진 않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큰일이에요. 한참 달리다보니 가로등이 없고 안개가 너무 심해서 한치 앞도 안보여요. 이건 완전 감으로 달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냥 되는 길로 빠져서 계속 달렸더니 이젠 주위에 차도 없어요. 적막한 어둠속의 도로를 검은색 407 HDi가 달리고 있어요. 그러다 도로 전방에 시커먼 작은 물체가 보여요. 어라, 하는 찰나 한쪽 바퀴가 그 물체를 밟고 지나가서 낮은 턱을 지날 때의 느낌이 들었어요.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그 물체는 바로 고양이 시체였어요. 옆에 동승한 사진기자님은 소름끼치는지 몸서리쳐요. 기자는 그 와중에 고양이를 닮은 펠린룩의 푸조차가 고양이를 밟고 지나갔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죽은 고양이를 또 밟고 지나간 상황이 고양이를 두 번 죽인 것 같아 죄책감도 들어요. 고양이가 불쌍해서 한동안 침울한 상태로 주행을 계속해요. 사실 코너를 돌다 생긴 일이에요. 노면도 미끄럽고 속도가 꽤나 높아서 여느 차라면 머릿속에 그린 라인을 벗어날 법도 해요. 하지만 쫀득하게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그대로 돌아나가다가 고양이를 밟은 것이었어요. 이럴 땐 코너링이 좋아도 문제에요.

이젠 아예 암흑이에요. 갑자기 이니셜D의 타쿠미가 생각났어요. 어두운 고갯길에서 라이트를 끄고 상대에게 빛을 감춘 후 추월해버리는 그 모습 말이에요. 과연 그 상황에서 앞이 제대로 보일까 궁금해졌어요. 이참에 시험해보기로 해요. 대신 긴 직선도로에서 전방 끝과 후방 끝에 달리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헤드램프를 꺼요. 젠장, 타쿠미는 야간 투시경을 사용한 게 분명해요. 이런 상황에 처해보니 야간에 라이트를 모두 끄고 주행하는 차량들은 욕을 해줘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날이에요. 아침부터 외관 사진을 촬영하느라 분주해요. 이럴 땐 기동성이 중요해요. S모드를 누르면 토크가 살짝 상승해요. 여기저기 왔다갔다 잽싸게 달리면서 얼짱 각도로 포즈를 잡아요. 전후방 파킹 센서가 도움이 많이 되요. 주유게이지 바늘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요. 2~3일간 계속 풀 스로틀로 달려도 주유경고등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푸조 디젤모델을 시승할 때마다 매번 이래요. 407 HDi는 1등급에 불과 0.3km/l 모자라서 2등급 연비지만 어지간한 1등급 연비 차량보다 실연비는 더 잘나오는 것 같아요.

이제 407 HDi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어요. 새로워진 407 HDi는 푸조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이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실내 인테리어는 한층 고급스러워져서 예상보다 만족도가 컸어요.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지만 중량 감소로 한층 경쾌해진 주행성능과 함께 308보다 뛰어난 정숙성도 돋보여요. 갑자기 407SW HDi도 탐이 나요. 더 넓은 공간 효율성, 그리고 더 뛰어난 무게배분으로 인해 앞서는 밸런스를 보여줄 것 같아요. 이제 푸조 라인업은 607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아주 세련된 신세대 모델들이에요. 디젤차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시점에서 407 HDi를 비롯한 푸조 디젤 라인업의 활약이 기대 되요. 최근 들어 유가 상승으로 기름 값이 다시 높아졌어요. 젠장, 이놈의 나라 돌아가는 꼴은 후진국스러운데 기름값은 선진국 수준이에요. 이상으로 푸조 407 HDi 탐구생활 시승편을 마치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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