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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스칸디나비안 트렌디 해치백 - 볼보 뉴 C30

볼보의 프리미엄 해치백 C30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변화의 핵심은 새롭게 변모한 디자인과 추가된 장비들. 뒷모습 대비 심심했던 앞모습에 성형을 가해 얼짱으로 거듭났으며, 네비게이션과 스마트 키 등의 편의장비가 눈에 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뉴 C30의 국내 판매 모델인 T5와 2.4i 모두 만나보도록 하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motorjournalist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C30이 앞모습을 성형했다고 표현하니 문득 성형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언젠가부터 성형천국이 되어버린 세상. 특히 젊은 여성들은 저마다 어디 한 군데라도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듯 날이 갈수록 이목구비가 서로 닮아가는 추세다. 성형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들이 몇 가지 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억울해서, 나보다 못생겼던 여자가 성형 이후 더 예뻐진 것을 보고 배 아파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받기 싫어서 등등.

여자들의 질투심이야 과거부터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대단하니까 위와 같은 이유들도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직 외모 향상을 위해 몸에 칼을 들이대는 무서움과 고통을 감수하는 여성들을 보면 확실히 남자들보다 독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한편으론 남자들이 성형미인에 대해 인조인간 어쩌고 하며 욕할 자격은 없다. 따지고 보면 원인 제공자들이니까. 솔직히 남자가 여자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아니 기준이랄 것도 없이 일단은 오로지 외모다. 좋은 성격과 착한 심성이 먼저라는 백마 탄 왕자님은 저기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존재할 뿐이니 여성분들은 부디 그런 얼토당토 않는 말에 속아서는 아니 되겠다. 남자란 동물은 원래 비주얼적인 것에 약하고 여자란 동물은 감성적인 것에 약한 법이니까.

예쁘고 늘씬한 A라는 여성과 못생기고 뚱뚱한 B라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당신이 남자라면 A와 B를 대하는 행동과 말투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마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다를 것이다. A가 눈웃음이라도 치면서 무엇을 부탁하면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 B가 인상이라도 찌푸리며 무엇을 부탁하면 과연 해주고 싶겠나? 그러니 B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A에게 질투심을 느끼며 외모지상주의 가득한 남자들에게 저주를 퍼붓곤 몸에 칼을 들이댈 결심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사람의 성형 이야기는 이만 끝내도록 하고, 자동차는 성형이 필수가 된지 오래다. 보통 신차가 등장한 이후 다시 신형으로 풀 모델 체인지 되기 전까지 짧게는 3~4년, 길게는 6~7년 동안 같은 모습으로만 소비자를 유혹하기엔 식상해질 우려가 있으니 중간에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거치게 되는데 이것을 부분변경 혹은 페이스리프트라 부르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C30 또한 처음 등장했던 때가 2007년이었으니 적당한 시기에 변신을 꽤했다고 보면 되겠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은 해치백으로서 획기적인 뒤태가 찬사를 받았지만 앞모습은 세단인 S40과 다를 바 없어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터라, 그 포인트를 잘 잡아낸 볼보는 갈수록 스포티해지는 자신들의 컨셉에 걸맞게 가장 젊은 볼보인 C30의 얼굴에 대대적인 성형을 가함으로서 훨씬 돋보이는 이미지로 거듭나는 것에 성공했다.


기존 모델과 달라진 점은 역시 몰라보게 세련된 면모로 거듭난 앞모습. 측면의 변화는 찾기 힘들고 뒤로 흐르면서 살짝 낮아지는 루프라인도 여전하다. 2.4i와 T5 각각의 휠 디자인도 그대로. 뒷모습은 얼핏 보면 유리만 열리는 리어해치 등은 기존과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범퍼 형상과 이런저런 라인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흔적이 엿보인다. T5의 듀얼 머플러는 그대로지만 2.4i는 기존에 싱글머플러가 외부에 돌출되어 있었는데 이번엔 안쪽으로 사라져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기존 C30 모델 중 가장 멋졌던 T5 하이코 튜닝 버전과 새롭게 페이스리프트된 T5의 비교사진이다. 앞모습만 보면 최근 진화를 거듭하는 볼보 패밀리 전체의 디자인 컨셉이 페이스리프트임에도 불구하고 풀 체인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실내는 외관처럼 큰 변화는 없지만 기존에 없던 실속 있는 장비들이 새롭게 추가되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일단 팝업 방식 내비게이션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터치스크린 방식이라 편리하고 리모컨도 마련된다. 가장 반가웠던 것은 키리스 고 시스템으로서 기존에는 키를 꼽아서 돌리는 평범한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편의성을 자랑한다. 다만 조수석까지 3인분의 메모리 시트가 적용된 것은 필요 이상의 과한 장비가 아닌가 싶다.


심플하면서 세련미를 잃지 않는 볼보 특유의 실내 인테리어는 이제 친숙한 모습. 새롭게 오렌지색상이 조합된 내장을 선택할 수 있어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T5는 천연가죽 시트가 적용되었고 2.4i에는 부분적으로 다른 재질이 사용되었는데 이 시트도 훌륭한 질감을 자랑한다.


특히 모든 실내 재질은 Oeko-Tex 표준 100 기준을 준수하여 적용되었다고 한다. 이게 무엇인가 하면, 직물 및 가죽에 대한 알러지 유발 물질 및 유해 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금속재료(도어 손잡이, 안전벨트 버클 등)에 대해서는 쥬얼리 기준의 접촉성 알레르기 검사를 완료했다는 것. 또한 실내 공기 중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지상층 위 오존과 같은 오염물질을 차단시켜주는 실내공기품질관리시스템도 기본으로 제공된단다. 안전의 볼보라는 수식어 뿐 아니라 건강의 볼보라는 타이틀까지 욕심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엔진과 미션 등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그대로다. 2.4i는 가솔린 직렬 5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3kg.m를 발휘하며 T5는 비슷한 배기량에 저압터보 시스템을 추가해 230마력의 최고출력과 33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두 녀석 모두 5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수치상으로 보면 T5가 훨씬 빠를 것 같지만 체감상으론 2.4i의 달리기 실력도 만만치 않아 수치만큼의 차이가 몸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더군다나 직선에서의 고속주행보다는 해치백 특유의 아기자기한 핸들링 감각을 즐기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출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T5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쭉쭉 뻗어나가는 맛도 일품이다. 두 모델의 0-100km/h 수치는 T5가 7.1초, 2.4i가 8.8초로 1.7초나 벌어지기 때문에 엔진 출력만큼의 가속성능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다단화된 미션과 듀얼클러치 미션이 많아진 현 시점에서 출력이 높은 T5는 반응이 빠르지 못한 5단 자동변속기가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답답한 반면, 2.4i는 출력 대비 무난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경쾌한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T5를 시승할 당시에는 왜 더 빠르고 매끄럽지 못하냐며 투덜거렸으나 2.4i로 달릴 땐 그저 재미있는 핸들링에 푹 빠진 채 시종일관 즐거웠다. 함께 달리면 분명 T5가 모든 영역에서 더 앞서는데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수치와 감각의 차이는 드라이빙에 있어 무시 못 할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듀얼클러치 이전의 포르쉐가 답답하다면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듀얼클러치 이후의 포르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충분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출력에 있어서는 이렇듯 실제 성능과 만족도가 상반된 느낌도 든다. 그래도 두 녀석의 재미난 핸들링 감각과 출중한 코너링 실력만큼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싶다.

해치백이라 해서 무조건 코너링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차체 강성과 밸런스,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 잘 조율된 하체가 조화롭게 맞물려야만 흡족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C30이 바로 그런 녀석이다. 오죽하면 쭉 뻗은 직선에서도 속도를 높이지 않고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살짝살짝 돌려 앞머리를 흔들어대면서 굽이진 코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하체의 특성은 꽤나 단단하면서 평범한 해치백들과 달리 무분별하게 튀지도 않는 감각이라 만족스럽다. 브레이킹 실력도 수준급, 이 부분에서도 T5보다 2.4i가 밸런스는 더 나은 편이다.


에필로그
안전의 대명사 볼보의 프리미엄 해치백 C30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분위기를 확 바꾸고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젊은 감각으로 스포티함을 더해가는 볼보 전체 라인업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예상된다. 외관 디자인에 있어서는 이제 경쟁자들을 압도할 정도로 매력이 넘쳐나며, 실내 인테리어와 편의장비들도 따져보면 C30의 상품성이 가장 높다. 볼보다운 수많은 안전장비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부족함 없는 성능도 현 시점에서는 불만이 없으며 재미있는 핸들링 감각을 비롯한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는 동급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풀 모델 체인지 시기가 되면 엔진과 미션 등의 업그레이드는 분명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T5와 2.4i 모두 만나본 뉴 C30은 출중한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집안 좋고, 성격 좋고, 똑똑하고, 가진 것도 많은데다가 별로 비싸게 굴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녀석은 함께하는 오너까지 세련되고 트렌디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 다른 한편으로, 너무 고지식하거나 지극히 무난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멋들어진 스칸디나비안 트렌디 해치백을 스타일리쉬하게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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