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신형 M시리즈는 존재감 넘치는 외모와 화려한 실내 구성이 돋보이는 인피니티의 야심작이자 역작이다. 특유의 고성능에 부드러운 감각과 효율성까지 추가함으로서 팔방미인으로 거듭난 M은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며 동급 세그먼트에서 자신의 위상과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인피니티의 향후 디자인방향을 제시한 컨셉카 ‘에센스’가 2009년 3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의 모습을 보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후배 녀석이 풀죽어 내뱉었던 말이 기억난다. “저는 아무래도 디자인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기자가 보기엔 나름 감각 있고 열정적이던 후배를 그토록 기죽게 만들었던 에센스의 디자인 컨셉트가 처음으로 반영된 결과물이 바로 4년여 만에 풀 체인지 된 인피니티 M의 3세대 모델이다. 상위 그레이드인 M56과의 만남은 아쉽지만 잠시 미뤄두고 판매의 주력이 될 M37과 먼저 함께했다.
볼륨감 넘치는 근육질 몸매를 바탕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곡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외관은 존재감이란 측면에서 2세대를 훨씬 능가하는 모습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인피니티의 볼륨 모델인 G세단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다소 투박했던 기존 모델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듯 이제야 비로소 형님다운 멋진 모습을 갖추게 된 셈이다.
차체 사이즈가 증가하면서 전폭이 가장 늘어났기에 당당하고 안정된 자세가 부각되는 것도 특징. 이는 인피니티가 개척하고 있는 유럽의 프리미엄 중형차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디자인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역동성과 스포티함을 한껏 부각시킨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디테일을 살펴보면 같은 가문의 형제들과 다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닮은꼴로 절묘한 패밀리룩을 이어가고 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은 서로 상반된 이미지로 함께 어우러져 날카롭고 강인한 인상을 동시에 자아내고, 측면을 넘실대며 가로지르는 우아한 라인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해주는 외관 디자인의 백미. 뒷모습은 리어램프와 번호판 주변부 라인 등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봉긋하게 솟아올라 다운포스를 유도하는 트렁크리드가 전체적인 차체 라인과 조화를 이뤄준다.
외관만큼이나 몰라보게 변신한 실내로 들어서면 인피니티의 기함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나타내듯 넉넉한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뒷좌석의 여유로움과 편의장비는 대형 세단 못지않다. 이는 경쟁모델들과 비교해 우위에 설 수 있는 부분이며 상품성을 높여주는 요소. 내장재질과 조립품질도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에 흠이 될 만한 부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실내 디자인은 외관 디자인과의 통일감이 상당한 편으로 다채로운 곡선들이 잘 조화된 우아하고 세련된 멋을 물씬 풍겨낸다. 기존 인피니티의 분위기에 BMW나 렉서스의 장점들을 살짝 가미시킨 느낌도 든다.
뒷좌석 공간이 훌륭하다 해도 모든 라인업이 한 성능 한다는 인피니티라면 역시 운전석에 앉아야 제 맛. 적당히 단단하고 넓은 시트에 앉아 자세를 잡으면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다양한 조작부들은 얼핏 버튼이 많아 보이지만 정리가 일목요연하여 직관성은 높다. 그 흔한 윈도우 조작버튼이나 계기판의 디테일도 세심하게 처리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소한 부분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
기어변속레버 아래로는 생소한 조작 다이얼이 눈에 띈다. 이것이 바로 ‘드라이브모드 셀렉터’라는 새롭게 추가된 장비로서 스포츠, 오토, 에코, 스노우 등의 4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드디어 인피니티에도 골라 먹는, 아니 골라 주행하는 재미가 생겼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중 에코모드는 고성능 모델도 효율성을 포기하지 않는 최근의 추세에 잘 부합하는 셈이다. 에코 상태에서는 계기판에 녹색 표시등이 점멸되고 엔진 회전수가 제어되며 미션의 반응도 더뎌진다. 답답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괴롭히면 녹색등이 적색으로 변하며 기름 값을 걱정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에코모드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는 인피니티 특유의 시원한 성능을 느껴볼 차례. 오토와 스포츠모드는 실제 속도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체감상으로 약간 하드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기존 M시리즈는 M45와 M35로 구분되어 각각 4.5리터와 3.5리터 엔진이 사용되었기에 M35는 동생인 G37세단보다 못한 심장을 달고 서러웠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M56에 무려 5.6리터 엔진이 얹히고 주력인 M37에는 G시리즈와 마찬가지로 3.7리터 엔진이 장착되어 당당하게 가슴 펴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워즈오토 선정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 수상 경력을 가진 VQ엔진의 최신버전 VQ37VHR 엔진은 333마력의 최고출력과 37.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고회전 지향의 유닛이며, 반응이 빠른 7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채찍질을 가해준다.
신형 M은 정숙성이 상당히 부각되어 대형 세단에나 어울리는 지극히 조용하고 편안하며 여유로운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가속페달을 살살 어루만지듯 달리면 동승자는 이 차가 300마력 이상의 고성능 모델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인피니티가 아니다. 마음먹고 오른발에 힘을 주면 고요했던 엔진이 듣기 좋은 음색으로 적당히 날카롭게 살아나면서 총알같이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초반 가속을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몸무게가 더 가벼운 동생 G37세단과 비교해도 짜릿한 속도감은 체감상의 차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잘 조율된 기어비와 매끄러운 회전 상승, 안정감 있는 거동 등은 M37이 앞서는 감각. 다만 M37에는 안타깝게도 수동모드에서 유용한 패들시프트가 빠져있어 G세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G세단도 스포츠 모델에만 패들시프트가 장착되어 있듯이 고성능이 부각되는 괴물 M56에는 당연히 적용된다.
하체 특성은 최근의 추세가 그러하듯 기본적으론 소프트한 감각이 주를 이루고 불규칙한 노면에 대한 흡수력이 우수해서 안락한 승차감을 잃지 않는다. 물론 스포츠세단으로서의 단단함 또한 겸비하고 있어 고출력에 어울리는 안정감과 후륜구동 특유의 재미난 핸들링 감각도 무난하게 뒷받침해주지만 높은 출력을 감안하면 굽이진 코너가 반복되거나 200km/h 이상의 고속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가속을 만끽하다가 동그란 인터체인지로 빠르게 돌입해서 다른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한 순간 일부러 스티어링 휠을 과도하게 돌렸더니 타이어가 살짝 비명을 지르는 찰나 VDC가 약간 늦게 개입하며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차체 강성과 밸런스가 우수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불안감 없이 제어하기가 쉬워 무덤덤했으나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것은 갑자기 몸을 조여 오는 전동식 안전벨트였다. 인피니티 M에는 기존모델에도 급격한 브레이킹 또는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등의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안전벨트가 순간적으로 타이트하게 당겨지는 기특한 장비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에필로그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 메이커 중에서, 아니 비유럽 메이커에서 유일하게 유럽차와 비슷한 주행감성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인피니티 엠블럼을 달고 있는 녀석들이다. 특히 독일 차, 그중에서도 다이내믹함을 강조하는 BMW와 가장 닮았는데, 괴물 머신 GT-R을 생산하는 메이커답게 2% 부족한 주행 안정성만 개선해 나간다면 그 격차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탄생한 신형 M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인피니티의 역작이다. 존재감 넘치는 외관과 나무랄 데 없는 실내는 2세대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일보했으며 경쟁자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 게다가 특유의 짜릿한 성능은 당연하다는 듯 기본적으로 갖추고 정숙성과 안락함까지 부각시킴으로서 더 많은 오너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피니티라 하면 G시리즈를 필두로 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이란 칭찬을 들어왔던 것이 그간의 평가였지만, 신형 M의 등장으로 인해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에 부합할만한 저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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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승기 이미지 업데이트 예정 (상세 이미지는 프리미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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