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포르쉐. 포르쉐의 대표 모델 911. 업그레이드된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911 특유의 주행감성을 제대로 발휘하는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 모델은 짜릿한 낭만까지 선사하는 오픈 에어링이 매력적. 이번 시승기에서는 쿠페 모델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녀석과 함께한 느낌을 적어본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하늘이 무척 슬픈가보다. 어제부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밤새 울어댄 것도 모자라 아침이 되어도 그칠 기색이 없다. 눈뜨자마자 확인한 일기예보에선 늦은 오후까지 비가 내린다는 실망스런 소식뿐.
안타까운 마음에 야속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저런 혼잣말을 건네 본다. ‘하필 뚜껑 좀 열고 달려보려니까 울고 난리야!’라며 화도 내보고, ‘이제 그만 눈물 뚝 그치고 기분 풀지 그러니’라며 달래보기도 한다. 우두커니 몇 마디 건네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체념하곤 서둘러 시승차를 데리러 집을 나선다.
그러자 마치 거짓말처럼, 내심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광경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 출근길로 분주한 거리를 형형색색 수놓은 우산들의 행렬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한 것.
어느덧 시승차와 만날 장소에 도착하자 구름만 가득할 뿐이지 비는 완전히 그치고 공기는 맑아졌다. 톱을 열고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엔 최고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눈앞에 새하얀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가 모습을 드러낸다. 심장을 깨우자 우렁차게 포효하는 머신.
복잡한 도심을 지나 한적한 구간으로 접어들 무렵 찬찬히 달리며 소프트톱을 열었다. 시속 50km 이하라면 가능하다는데, 실제 계기판상으론 시속 60km 근접한 속도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한다. 오픈한 상태에서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바람이 들이치는 정도는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
시원한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정통 스포츠카, 더군다나 포르쉐 911이라니. 이쯤 되면 기분이 아무리 우울했더라도 금세 흥에 겨워 미소를 짓게 된다. 남자라면 그럴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구상에 남성이 없었다면 포르쉐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신나게 내달리기 시작하면 어떤 슈퍼카도 부럽지 않은 치밀한 주행감성으로 특유의 포르쉐 바이러스를 온몸에 침투시킨다. 여기에 빠져들면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 마약 이상의 자기만족을 선사한다. 자동차에 무지한 여자들이 비틀과 비슷한 취급을 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이유다.
카레라 S 대비 향상된 출력과 토크, 뛰어난 접지력은 카브리올레 모델에서도 여지없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 바로 얼마 전 경험했던 쿠페모델과 직접적인 비교를 해도 뒤쳐질 것 없는 차체 강성이 뒷받침되기 때문. 급격한 코너를 신나게 내달려도 마찬가지. 온몸으로 느껴지는 우수한 설계와 뛰어난 조립품질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 PDK 기어변속레버를 D레인지에 놓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울부짖는 엔진음과 솟구치는 회전수가 고정되면 스티어링 휠에 론치 컨트롤 표시가 점등되고, 그 상태에서 왼발을 떼버리면 알아서 가장 빠른 최고의 스타트를 발휘한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온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압박과 함께 미친 듯이 뛰쳐나가는 이 짜릿한 가속감은 그야말로 환상적. 조수석에 동승자가 있다면 혼을 빼버리기에 충분하다. 포르쉐가 남자란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장비가 바로 론치 컨트롤이 아닐까.
환상적인 가속감은 고속으로 넘어가도 좀처럼 지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매끄럽고 강력하게 상승하는 수평대향 엔진과 간결하고 순간적인 PDK의 변속이 맞물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실력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카브리올레 모델이라면 톱을 열었을 경우 주행의 모든 느낌은 배가된다. 뒤에서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직접적으로 귓가를 자극하고,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며 하늘을 만끽하는 시원스런 질주로 인해 묵혀있던 온갖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해소된다. 쿠페보다 카브리올레가 비싼 이유는 소프트톱의 가격을 떠나서 여유와 낭만이 존재하기 때문.
에필로그
너무 칭찬만 늘어놨나 싶어 문득 직업병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당신이 자동차를 사랑하고 스포츠카에 열광한다면, 설령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 수 있다 해도 결국엔 이 차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버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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