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고백하자면 기자는 BMW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을 갖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자동차는 없지만 BMW는 거의 완벽할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가장 갖고 싶은 차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BMW 엠블럼이 달린 차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고, 이젠 너무 당연한 이치가 되어버렸다.

멋진 디자인이나 최첨단 편의장비 때문이 아니라, 이를테면 수억을 호가하는 고가의 차보다 오히려 3시리즈의 주행감성과 밸런스가 낫다고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경험들 때문이다. 심지어 BMW는 무조건 작을수록 좋다는 오랜 진리마저 현행 7시리즈의 높은 완성도를 몇 차례 경험한 이후에는 혼란스러워졌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가장 최근에 만난 BMW는 신형 650i 컨버터블이다. 예상대로면 당연히 모든 부분에서 흠 잡을 곳 없이 훌륭하다는 결론이 나올 터. 하지만 이번 시승을 통해 그동안 BMW에서 느끼지 못했던 의외의 단점을 발견했으니, 그 이유는 차츰 풀어가 보도록 하자.


시승차를 바라보며 스마트키로 톱을 오픈하고 멋진 자태를 감상하다가, 그냥 서있어도 무척 빠를 것 같은 모습에 몸이 근질거려 곧바로 올라탄 다음 가속페달을 짓누른다. 더없이 매끄럽고 짜릿한 가속과 함께 느껴지는 안정감은 바로 BMW의 그것.

최대토크가 낮은 회전수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커다란 덩치가 무색할 만큼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BMW의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더 이상의 욕심이 생기지 않는 수준. 시속 200km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며, 220km/h 이후에는 힘겹지만 250km/h까지 무난하게 안착한다.


핸들링 특성은 Z4나 M버전 같은 날카로움보단 5나 7시리즈 정도의 적당한 예리함을 나타낸다. 반면에 하체는 컴포트 모드를 제외하면 세단들보다 단단한 편이고, 컨버터블이지만 하드톱 모델 대비 섀시 강성의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빠른 코너링에선 한 템포 여유 있는 거동으로 운전자를 달래는 타입인데, 적응되고 나면 BMW 특유의 쫄깃한 맛도 간간히 즐길 수 있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가속페달과 수동모드를 조작하는 템포에 따라 간간히 으르렁대며 때론 감성적인 사운드로 귓가를 자극한다. 브레이킹 실력은 흠 잡을 데 없는 탁월함. 전반적인 650i 컨버터블의 주행 특성은 안락하고 부드러운 GT로서의 성향이 강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다이내믹함을 잃지 않은 모습. 여기까지는 도무지 단점을 찾을 수 없으니, 내 외관을 살펴보며 흠집을 내보려 마음먹는다.


외관 디자인은 최근의 BMW 모델 중에서 가장 날카롭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전면 마스크는 상어를 연상케 하고, 뚜렷한 측면 라인과 세련된 뒷모습이 맞물려 어떤 각도에서도 어색한 부분이 없다. 덩치는 꽤나 큰 편으로 전장은 5시리즈, 전폭은 7시리즈와 비슷하며 전고는 낮아서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특히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소프트 톱의 루프 라인은 6시리즈 컨버터블 디자인의 백미.


실내로 들어서면 7시리즈 저리가라 할 정도의 고급스런 소재들이 럭셔리함을 물씬 풍긴다. 대부분의 디테일은 다른 BMW와 비슷해서 친숙하지만, 운전자 중심의 와이드한 비대칭 센터페시아와 10인치가 넘는 광활한 모니터 등이 6시리즈만의 호화로움을 표현한다.


실내 공간은 4명이서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여유로움을 가졌고, 소프트 톱이 꽤나 작은 공간에 수납되는 만큼 트렁크 공간도 컨버터블 치곤 효율성이 상당하다.


에필로그
음, 모조리 살펴봐도 별다른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완벽한 BMW에게 없는 것,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의외의 단점이란 과연 무엇이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너무 철두철미해서 조금은 숨이 막히는 그런 분위기. 약간 허술해도 크게 상관없는 부분마저 모두 칼같이 만들어버리는 완벽주의자의 모습. 더군다나 그 완벽함이 갈수록 심해져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것은 곧 감성적인 측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물론 오너의 입장이 아니라 차량 자체만 놓고 보는 기자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다. 자동차는 기계지만 사람이 만들어서 탄다는 이유로 100점 만점에 10점을 빼본다. 650i 컨버터블에게 90점은 매우 적은 점수다.
{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