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A8이 한국 땅을 밟은 이후, 반 년 만에 롱휠베이스 모델들이 추가되며 제대로 된 라인업이 갖춰졌다. 그 중 기함 역할을 맡게 된 A8 L W12는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가진 아우디의 모든 역량이 집약된 최상위 플래그쉽 모델. 벤츠 S600L, BMW 760Li 등이 직접적인 비교대상이자 경쟁상대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거대한 대형 세단의 외모부터 살펴본다. 커다란 싱글 라디에이터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는 강한 인상을 자아내고, 심플한 후면 디테일까지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가 돋보인다. 기함으로서의 존재감은 충분하지만, 아우디는 여느 메이커보다 패밀리룩이 확고하기 때문에 A4와 A8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깔끔한 외관과 상반된 다채로운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밝은 우드트림과 메탈그레인이 적용되어 화려한 이미지를 뽐내면서 아우디 특유의 탄탄한 조립품질로 만족감을 더한다. 2+2의 4인승 구조는 차체 크기 대비 공간보다는 다양한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열 시트는 좌우를 구분하는 차별화가 나타난다. 상석에는 다양한 안마기능 리모컨이 따로 마련되고, 전동식 각도조절 모니터, 좌우 또는 리어 윈도우 전동식 햇빛가리개 조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조수석을 멀리 밀어내고 발판을 펼쳐 다리를 뻗으면 달리는 퍼스트클래스로 변신. 중앙 콘솔엔 230V와 12V 전원 소켓이 마련되어 다양한 전자기기 활용이 가능하며, 시원한 냉장고는 무더운 여름 진가를 발휘한다.

상석에 느긋하게 앉아 다양한 장비들을 탐구하며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들려주는 음악까지 감상하고 있자니 저 앞에 보이는 운전석에는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12기통 심장이 달린 아우디와 달려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 결국 뒷자리에서의 사치를 접어두고 자리를 옮겨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6.3리터 12기통 FSI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500마력의 최고출력과 63.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전자제어식 신형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수치적인 출력은 경쟁모델들 대비 부족한 감이 있지만, A8에겐 신형 알루미늄 바디와 콰트로 시스템이 적용되어 차별화를 나타낸다.


컴포트, 노멀, 다이내믹, 인디비주얼의 4가지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는 각각 뚜렷한 주행 특성을 전달하는데, 단계별로 묵직함을 더하는 스티어링 휠과 단단해지는 하체를 비롯한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자신감 넘치는 주행을 가능케 하는 요소.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뻗어나가기 시작하면 3~4리터 급의 저배기량(?) 엔진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정숙성이 강조되어 은은하게만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아쉽기도.

뛰어난 접지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라는 만족스런 초반 가속 이후, 200km/h에 이르기까지 부드럽고 매끄럽게 솟구치는 속도계의 바늘은 흐뭇한 미소를 짓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 가장 의외인 점은 최고속도가 시속 210km라는 것이다. 실제 속도계상으론 정확히 212km/h에서 제한된다. 물론 쇼퍼 드리븐카로서 그 이상은 불필요한 영역일지 모르지만, 메이커의 기술력이 집약된 상징적인 의미의 기함이라면 경쟁모델들처럼 최소한 250km/h까지는 허락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고속에서의 주행 안전성은 기대치가 너무 컷기 때문일까, 도로에 낮게 깔려 달라붙는 맛은 의외로 아쉽게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최고속도 제한 시점이 적당하다 싶을 정도.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긴 차체를 이끌고 급차선 변경과 코너링을 반복한 결과는 다시금 만족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만에 하나 너무 과도한 코너링으로 슬립이 일어난다면 무조건 타이어 탓으로 돌려도 무방할 만큼 섀시 완성도는 훌륭하다. 브레이킹 성능은 무난한 수준이라 나쁘진 않은데, 상황에 따라 더 강력한 제동력을 원하게 될 때도 있다.


에필로그
결론적으로 A8 L W12와 주어진 시간의 나머지 절반은 뒷좌석 시승으로 마무리했다. 상석에 거의 눕다시피 하곤 따가운 여름 햇살을 차단한 채 마사지를 받으며 수준 높은 사운드로 음악을 감상하는 여유로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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