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승용차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이커가 바로 푸조다. 푸조가 처음 디젤 승용차인 407 HDi를 선보였을 시기만 해도 한국에서 디젤+세단은 정말 생소했지만, 뛰어난 연비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 물론 그 시절엔 디젤차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특히 폭스바겐을 주축으로 독일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젤모델을 계속 출시하면서 푸조의 입지가 달라진 상황. 이에 중형차 시장에서 한동안 조용했던 푸조는 새로운 중형세단 508을 선보였다. 1.6, 2.0, 2.2 세 가지 배기량 모두 디젤모델.
개인적으로 국산 디젤 승용차를 운행하고 있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508을 만나러 푸조 센터로 달려간 날은 서울에 굉장한 폭우가 쏟아졌다. 제대로 된 시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최대한 달려보기로 한다.
푸조는 예전부터 개성 강한 모델이 많았다. 508 또한 강렬한 마스크로 시작해서 A필러를 지나 C필러까지 여느 세단들과 차별화된 우아한 곡선을 보여준다.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C필러와 트렁크리드 부분에서는 어색함도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완성도 높은 균형 잡힌 디자인이다. 프런트와 리어를 날렵하게 디자인해서 멋진 스타일링을 완성시킨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곳곳에는 LED를 적용하여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최근에 시승했던 어떤 차량보다 심플함이 돋보인다. 처음부터 한눈에 모든 기기를 작동할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시보드는 T자형을 기본으로 센터페시아 상단에 공조장치가 위치하고 하단에 내비게이션을 넣었는데, 해외모델과 반대인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다. 어쨌든 운행 중에 내비게이션 화면은 거의 볼 수 없어서 아리따운 아가씨의 목소리에 의존해야 했다. 지니맵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립 과정에서의 문제인지 시승차만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마감제가 살짝 들뜨는 현상도 보였다.
대시보드의 질감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전체적으로 폭신폭신한 우레탄 재질로서 손에 닿는 느낌도 좋다. 실내 어떤 곳에서도 딱딱한 플라스틱의 느낌을 찾기 힘들고, 가죽 질감이나 마무리 상태도 훌륭하다.
1열 시트는 세미버킷 타입으로 적당히 단단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특히나 운전석 시트는 허벅지 받침부분이 조절되어 가장 편안한 포지션을 만들 수 있다. 착좌감도 무난하고 장거리 주행에 특히 편할 것 같다. 2열 시트는 중형급에 맞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시승차인 GT 모델은 2.2 리터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45.5kg.m를 발휘한다. 배기량 대비 훌륭한 수치를 보여주는 엔진과 짝을 이루는 6단 자동변속기는 패들시프트도 마련되어 적극적인 주행에도 득이 된다. 아이들링 시 엔진소리는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는 한 디젤임을 느끼지 못할 만큼 조용하며 진동도 잘 억제되어 있다.
넉넉한 토크에 감탄하면서 서울 시내를 주행하는데, 심하게 정체된 구간에서 에어컨과 히터를 번갈아 켜놓아도 무리 없이 훌륭한 연비를 보여준다. 연료게이지도 어지간해선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적당히 단단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도로상황을 운전자에게 적당히 전달하면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는 깔끔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무척 세련됐다. 차량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세팅이라고 생각된다.
서울 시내를 빠져나오자 다행히 비는 점점 그치고 도로 상황도 비교적 좋아졌다. 차량이 뜸해지는 구간에 들어서서 앞차와의 거리를 벌려놓고 S모드로 변경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가다가 과속카메라를 통과하는 시점에 바로 엑셀을 끝까지 짓눌러 본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일반모드에 비해서 한결 민감하고 빠른 반응을 보여주면서 앞차를 삼킬 듯 달려 나가는데, 디젤엔진 특성상 묵직한 토크감으로 체감 가속력은 더 좋다. 꾸준한 패턴으로 넘어가는 계기판을 보면 어디 가서 절대 꿀리는 실력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희미하게 들리는 묵직하고 낮게 깔린 엔진소리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508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여유 있게 올려놓고 무리 없이 170km/h 구간을 통과해버리는데 도로 여건으로 인해 무리하지 않았다. 제원표상 최고속도 232km/h까지 도달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200km/h까지는 무리 없이 치고 올라갈 실력이다. 듬직하단 표현이 어울리는 엔진성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S모드에서는 엑셀반응이 예민해지고 적당히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주행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변속기. 일반 D모드 상태에서도 패들시프트를 작동하면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응도 빠른 편이고 변속감도 깔끔하다. 특히나, 어느 구간에서든지 엔진 토크를 잘 뽑아내는 변속기는 더 이상 불만을 주기 힘들다. 1.6 모델의 MCP변속기와는 차이가 있다.
와인딩 코스로 들어가면서 좀 더 타이트하게 운전 자세를 잡아본다. 집중하면서 다시 S모드로 넣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달려 나간다. 눈동자가 커지면서 어께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508은 별거 아니라는 듯 묵묵히 와인딩을 내달리고 있다. 예로부터 푸조는 핸들링에 강세를 보였듯이 508도 마찬가지. 날카롭고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지만 부드러우면서 운전자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깔끔한 핸들링에 감탄하면서 코너링 성능에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태생이 패밀리 세단인지라 거칠게 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코너를 돌아가면 어느 정도 롤이 느껴지지만 19인치 40시리즈의 타이어가 잘 받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쫀득쫀득한 느낌으로 꽤나 재미있는 코너링 실력을 보여준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찬찬히 508을 다시 되짚어본다. 부드러우면서 조용한 디젤엔진은“세단은 휘발유다”라는 고정관념의 오너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것이고, 장거리 주행이 많은 오너들에게는 뛰어난 연비로 보답할 것이다.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508이지만,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기에는 쟁쟁한 경쟁차종이 너무 많은 국내 실정. 그런 이유로 508의 매력이 퇴색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연료게이지는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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