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라인의 전 차종을 시승할 수 있는 시트로엥 미디어 행사가 화성 일대에서 열렸다. 시트로엥은 1919년 설립된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로 독창적인 아방가르드 기술을 표방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로 미래지향적인 모델들을 개발해낸 시트로엥. 유럽 최초의 양산차인 타입A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1934년에는 세계 최초 전륜구동 자동차로 유압식 브레이크가 장착된 트락숑 아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현행 DS 라인의 원조인 DS와 세계 최초로 4단 변속기가 장착됐던 2CV가 전시되어 관심을 끌었다. 이 두 대의 클래식카는 푸조와 시트로엥의 공식수입원 한불모터스 PDI 센터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운행도 가능하다.
다양한 DS 모델과 달리기 위해 정해진 시승코스는 한적한 국도와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해안도로. 먼저 정해진 시승 차량을 타고 PDI 센터를 한 바퀴 돌아본 후에 각자 원하는 차량을 타고 시승에 나선다. 기자는 가장 먼저 소형 해치백 DS3와 함께했다.
형형색색 늘어서 있는 모습이 화려하다. 강렬한 색감의 지붕이 눈에 띈다. 작지만 당당한 자태를 드러내며 늘어서 있는 DS3.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차라는 것이 다시금 와 닿는다.
실내 인테리어는 특별하지 않아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깔끔하면서도 광택이 나는 대시보드와 곳곳의 수납함 등이 다른 수입 소형차들과는 사뭇 다른 감각이다. 공간이 작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앞좌석의 경우에는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몸을 감싸는 시트와 낮게 설계된 드라이빙 포지션은 안정감 있는 자세를 만들기 충분하다.
이제 DS3와 함께 달려볼 차례. 출발은 부드럽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길이라 초반에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 코스. 노면의 충격을 적당히 전해주면서도 사뿐하게 방지턱을 넘어간다. 구불구불한 코너를 만나도 요리조리 잘도 헤쳐나간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운동성능을 보여주다가 해안도로를 만나 고속으로 진입하니 거침이 없다. 이 작은 체구가 빠르게 질주하는 느낌이 굉장히 유연하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출력에 목마르게 되고, 노면과 조금은 동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받게 되는 건 아쉽다.
급출발이나 급정지에서는 부드러운 가속과 다르게 울컥거리는 거동이 전해지지만 금세 차분한 감각을 되찾는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내몰고 다니기에는 좋으나 재미있는 주행을 위한 차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나 세련된 외모와 무난한 주행성능, 뛰어난 연비 등을 감안하면 점점 더 이끌리게 된다.
DS3와 DS4에 장착되어 있는 EGS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에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추가한 것이다. 이 기술은 최적의 힘을 제공하며 연료 효율성도 증대시켜 준다. 또한,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연비 향상을 위해 전자 제어 시스템이 기어 변속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할지 몰라도 일단 적응되면 운전재미와 효율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특별한 변속기라 할 수 있다.
다음은 가장 타고 싶었던 DS4를 시승할 순서. 눈에 띄는 차량을 보자마자 재빨리 올라탔다. 펄이 들어간 갈색 차체는 고급스러우면서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SUV와 해치백을 섞어놓은 듯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디자인은 개성이 매우 강하다.
실내 분위기는 아기자기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엿보인다. 기어변속레버의 형태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다른 차종과 달리 더 작고 신선하다. 하바나 가죽으로 마무리된 시트는 클래식하고 특별한 느낌을 주며,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파노라믹 윈드스크린이 편안한 감각을 제공한다. 내부 곳곳의 분위기가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DS4와는 좁은 산길을 올라가보기로 한다. 먼저 고저차가 높은 언덕을 오르며 과속 방지턱을 지나는데 매우 안정감 있게 자세를 잡는다. 급가속을 해도 전체적으로 힘이 적당하게 분배되는 기분. 차가 운전자와 한 몸이 되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
다시 PDI 센터로 돌아와 이번에는 눈여겨보고 있던 DS5를 고른다. 다양한 색상이 있었지만 고민을 거듭하다 짙은 검정색 차량에 탑승한다.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DS5의 묘한 인상을 주는 외관은 보면 볼수록 새롭다. 고급 세단의 분위기가 강한 듯 하면서도 다른 얼굴을 갖다 붙인 것 같다. 하나를 보고 있는 데 두 개 혹은 세 개 이상의 얼굴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측면은 날렵하다. 길고 묵직하되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에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하며 차가운 분위기가 감돈다. 후면은 의문을 갖고 있던 정체성에 더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데, 이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머플러와 커다랗게 벌어진 리어램프의 조화 때문인 듯.
실내는 중형급의 차체답게 넓은 편이며 구조적인 배치가 확연하게 돋보인다. 그 중 새로운 개념의 썬루프인 3피스 타입 제니스 글래스 루프는 개별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디자인도 독특하다. 실제 사용해보니 한 공간에서도 각각의 취향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기특한 장비다. 몸에 맞춘 시트는 집 안 소파에 앉은 것과 같은 아늑함을 제공한다.
시동을 걸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올라온다. 출발부터 부드러운 가속으로 계속해서 안정감을 유지한다. 이러한 안정감은 굴곡이 있는 노면이나 코너에서도 여전히 유지된다. 고속에서도 마찬가지. 급가속과 급브레이킹 시에도 빠르게 안정감을 찾는다. 그러나 꽤나 단단한 하체로 인해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충격을 거의 그대로 전해준다. 부드러운 주행감각과는 달리 덜컹거리며 제자리를 찾기까지의 거동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세 가지 DS 모델의 시승을 마쳤다. 각기 다른 특색으로 성격이 분명한 DS3, DS4, DS5. 이번 시승 후 시트로엥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되었다. 물론 여느 브랜드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능이나 운전재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독성 있는 감수성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당당하게 옆에 서 있는 시트로엥 DS 라인업은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마치 어느 날 우연히 들러본 갤러리에서 눈에 띈 한 점의 그림이 눈앞에 계속 어른거리는 것처럼, 언젠가는 한번쯤 소유해보고 싶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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