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금단의 벽을 넘어서다 - 렉서스 뉴 IS

렉서스의 스포츠세단 IS가 3세대로 진화했다. 렉서스가 밝힌 신형 IS의 개발목표는 세그먼트 최고의 드라이빙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정숙성과 쾌적함의 대명사였던 렉서스가 신형 GS부터 역동적인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이번 IS에서는 기어코 일을 저질러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급의 독일산 스포츠세단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아니 어떤 면에선 더 우월한 운동성능과 주행감각을 펼쳐낸다. 서킷과 공도에서 시승한 IS는 선입견으로 가득 차있던 기자의 머릿속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먼저 한 세대 진화하며 존재감이 뚜렷해진 외관부터 살펴보자. 전반적인 이미지는 굉장히 강렬하다. 매끄러운 라인과 날카로운 디테일들이 조합되어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모습을 연출한다. 전면의 큼직한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그 어떤 모델보다 과감하게 이식되었고, 분리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 자연스러운 통일감이 느껴지는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은 멋과 개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킨다.


전면에서 시작된 역동적인 라인들은 측면으로 넘어오면서 매끈하게 차체를 감싼다. 특히 사이드미러 부분에서 넓어졌다가 뒤로 갈수록 좁아지며 물 흐르듯 이어지는 벨트라인은 신형 IS 디자인의 백미. 이와 더불어 스포일러 형상으로 치켜 올라간 트렁크 리드와 얄쌍하고 와이드한 L자형 리어램프가 맞물려 세련되고 안정적인 후면 디자인을 완성한다.


F SPORT 모델은 일반 모델 대비 외관과 실내 모두 은근히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외관상으로는 메쉬타입 그릴과 더욱 공격적인 범퍼의 형상, 짙은 색으로 메탈 코팅 처리된 휠, F SPORT 전용 엠블럼 등이 어우러져 고성능 이미지를 표현한다.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이러한 디자인에 부합하는 IS 350 모델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밀려든다.


외관 디자인은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만한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질감도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훌륭한 편이고, 탄탄한 조립품질로 인해 든든한 신뢰가 절로 쌓인다. 최근 일부 독일차들에게서 드러나는 실망스런 원가절감의 흔적이 IS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인 만족감은 더 높아진다.


실내에서 신형으로 거듭난 IS의 진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뒷좌석.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성인 남성에겐 너무 좁게만 느껴졌던 구형보다 훨씬 넉넉한 공간을 선사한다. 키 177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과 머리 공간 모두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만족스럽다. 이제야 비로소 여럿이 함께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불편하지 않은 차가 된 것.

참고로 자동차의 실내는 단순히 공간만 넓어진다고 더 편해지는 건 아니다. 공간과 더불어 시트가 얼마나 인체공학적으로 잘 만들어졌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높이가 알맞고 몸과 잘 밀착되며 적당히 단단한 IS의 시트는 마치 이 방면에 도가 튼 독일차의 시트를 떼어온 듯한 감각이다. 뜯어보면 볼수록 예전과 같은 일본차의 느낌을 찾기 힘든 3세대 IS가 왠지 어색하고 당황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F SPORT 모델은 실내에서도 차별화된 분위기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렉서스의 슈퍼카인 LFA를 계승한 움직이는 센터 링 계기판은 F SPORT 모델만의 매력적인 요소로서, 요즘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쓸데없는 고퀄리티’인지라 구매욕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그밖에도 F SPORT 전용 시트가 몸을 더 잘 잡아주고, 실내 곳곳에 일반모델과 다른 소재들이 적용되어 스포티한 감각을 연출한다.


다음은 3세대 IS의 중요한 포인트인 주행성능을 테스트해볼 차례. 서킷에서는 IS 250 F SPORT 모델과 함께했으며, 공도에서는 IS 250 고급형 모델을 타고 달렸다. 서킷과 공도를 오가며 이뤄진 시승 코스는 만족스러웠지만 IS의 탁월해진 운동성능을 감안하면 페이스카를 따라가야 하는 그룹 주행이 답답하기도 했다. 차후 별도의 시승을 통해 공도에서 느껴지는 F SPORT 모델의 진가를 더 깊게 확인해볼 예정이다.

신형으로 넘어왔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의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 최근의 자동차 제조사들 대부분은 풀 모델 체인지와 페이스리프트에 연연하지 않고 별도의 파워트레인 교체주기를 적용하는 추세. 신형 IS 또한 파워트레인 변경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면서 그 밖의 모든 부분을 개선해 전혀 다른 차로 탄생했다. IS 250 모델의 V6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발휘하며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차체가 달라지고 세팅이 개선되어 기존 모델 대비 연비가 향상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순서. 서킷 시승 때마다 레이싱 헬멧을 착용시키며 안전을 강조하는 유일한 브랜드인 렉서스의 꼼꼼함에 다시금 혀를 내두르면서 일렬로 도열해 있는 IS 250 F SPORT 모델의 운전석에 자리를 잡는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조절 폭이 커서 다양한 체형의 운전자들이 만족할만한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겠다.

새롭게 적용된 드라이빙 셀렉트 모드를 스포트로 놓고 가속페달을 밟자 은근히 쏠쏠한 엔진음과 배기음이 귓가로 전해진다. 인제 서킷의 고저차 심한 연속 코너에서 점점 속도를 높여나가자 가장 먼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것은 우수한 차체 강성. 새로운 조인트 패널 접착공법과 레이저 용접부위 확대, 스팟 용접의 추가로 차체의 전반적인 강성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담당 엔지니어의 말이 떠오른다.


IS의 이러한 차체 강성은 탁월한 승차감과 날카롭고 정확한 핸들링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개선된 서스펜션과 함께 뛰어난 코너링 실력과 고속주행 안정감을 동시에 실현시킨다. 서킷을 공략하며 스티어링 휠을 일부러 과하게 돌려도 좀처럼 안정적인 거동을 잃지 않는 움직임에 불현듯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앞서가는 페이스카의 엉덩이를 자극하며 달리는 와중에도 오른발과 양 손이 애타게 근질거린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고회전을 즐기면서 조금만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밀려오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IS의 탁월한 운동성능을 깨닫게 된 것으로 만족해본다.


아쉬운 서킷을 뒤로한 채 이번에는 IS 250 고급형 모델을 타고 공도로 나간다. 마침 앞서가는 다른 차들이 한 대도 나타나지 않는 한적한 국도여서 페이스카도 예상보다 속도를 높여 내달려주기 시작한다. 서킷과 달리 고르지 못한 노면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과속방지턱과 요철을 빠르게 지나면서도 다시금 진가를 발휘하는 우수한 차체 강성과 탄탄한 하체. 노면을 움켜쥔 상태로 반복되는 굽이진 코너를 가볍게 해쳐나가고, 원하는 데로 날카롭게 도로를 잘라내는 스티어링 감각은 이따금 감탄사마저 유발시킨다. 주행감각과 운동성능 만큼은 독일차가 최고라는 확고한 선입견이 결국엔 무너져버리는 순간.


그렇게 IS의 코너링 실력에 감탄하며 한참을 달리자 어느덧 탁 트인 고속주행 구간이 나타난다. 운동성능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만 고속에서의 믿음직한 안정감은 하루아침에 이뤄낼 수 없는 부분.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누르고 속도를 높여본다. 그런데 이번에도 뭔가 이상하다. 일체의 불안감 없이 도로에 낮게 깔려 뻗어나가는 익숙한 이 감각은 분명 독일차들에게서 느껴지던 안정감이다. 고속구간이 짧았기 때문에 차후에 다시 한 번 경험해봐야 확실해질 것 같지만, 함께 동승한 기자에게 이럴 리가 없다는 말을 연달아 내뱉은 걸 보면 분명 인상적이긴 했나보다.

이제 속도를 줄여야 할 시점, 룸미러로 저 멀리까지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아보니 휘청거림 없이 매끄럽고 빠르게 멈춘다. 이번에도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3세대 IS와 함께한 서킷과 공도 주행이 끝난 이후엔 모든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에필로그
3세대 IS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감이라는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성공적인 외관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더 넓고 고급스러워진 실내와 풍부한 편의 및 안전장비들은 상품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들을 가려버릴 정도로 탁월하게 진화한 운동성능과 주행감성에서 비롯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렉서스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시승기는 작성하기 전에 유독 고민을 많이 했다. 직접 타보지 않고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신형 IS의 본모습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껏 렉서스를 타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 역동성이라는 운전의 즐거움이 제대로 가미된 것이다.

반면 역동적이었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은 최근 들어 서서히 그 성격이 희석되며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부드럽고 쾌적한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 GS의 시승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킨 양쪽의 성격은 이제 거의 비슷해졌다. 아니, IS의 경우 어떤 부분에서는 독일차의 강점을 넘어선 면모까지 보여준다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만들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차, 그것이 바로 3세대 IS의 무서운 본모습이다.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