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엔트리 모델인 A클래스가 출사표를 던졌다. 실용성에 무게를 뒀던 MPV 스타일의 구형과 달리 스타일과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탄생한 새로운 A클래스. 최근 국내에서도 가장 주목도가 높은 컴팩트 해치백 시장에서 폭스바겐 골프, BMW 1시리즈 등과 진검 승부를 펼친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1997년 처음 등장한 A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에 비해 넓은 실내 공간과 충돌 시 파워트레인이 탑승 공간 아래로 밀려들어가도록 설계된 샌드위치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차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실용적이긴 했지만 결코 멋지다고는 말할 수 없는 몸매를 갖게 되었다. 또한, 급격한 기동성능을 체크하는 엘크 테스트에서 차가 전복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차는 아니었으나 A클래스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전 세계적으로 150만대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벤츠는 3세대 신형 A클래스를 개발하면서 기존 A클래스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최근 벤츠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이어나가면서, 무엇보다 공들이고 있는 타깃인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과거보다 스포티한 차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벤츠는 신형 A클래스를 보다 스타일리시하고 다이내믹한 차로 만들어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준비한 시승회에서도 이러한 점이 강조됐다. 출발을 기다리는 A클래스들 측면에 붙여놓은 ‘와우(WOW)’라는 문구.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사장은 “신형 A클래스를 한마디로 표현해본 것”이라며, “A클래스를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도 이와 같은 반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A클래스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감각을 강조한 것이다. 시승 코스 또한 공도에 그치지 않고 서킷까지 이어졌다.
국내에 먼저 판매되는 엔진 라인업은 한 가지.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의 대세를 따라 디젤 엔진만을 도입했다. A200 CDI 모델만 출시되었으며, 옵션에 따라 기본형, 스타일, 나이트 등의 세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아울러 나이트 트림의 경우 추가로 AMG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A클래스의 외관은 컴팩트 해치백의 전형적인 비례를 따르면서도 벤츠 고유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익숙한 형태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개 형상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 B클래스의 것을 빼다 박은 듯한 측면 캐릭터 라인이 삼각별의 혈통을 드러낸다. 전면은 풍부한 볼륨과 강한 인상으로 체급 이상의 존재감을 풍기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면은 수수한 느낌을 주는 인상. 휠은 나이트만 18인치, 나머지는 16인치를 끼운다.
실내는 상위 차종들로부터 물려받은 고급스러움과 A클래스만의 특별함이 어우러져 프리미엄의 감각을 표현한다. 비록 소형차지만 ‘어쨌거나 벤츠’인 A클래스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스타일리시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 SLS로부터 이어져 온 송풍구 디자인, 태블릿 스타일의 디스플레이, 부드러운 촉감의 소재들과 깔끔한 마무리 등이 돋보인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는 가죽과 직물을 섞었지만 스티치 장식으로 시각적 만족감이 높고, 몸을 훌륭히 감싸주며 기능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다.
내비게이션은 지니맵을 커맨드 시스템에 연동시켜 놓았고, 디스플레이에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옮겨주는 미러링 기능이 제공되어 활용도가 높다. 수납공간은 동급 차종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도어 포켓이 다소 작은 것이 흠. 트렁크 공간 역시 평균적인 수준인지만 입구가 좁게 설계되어 부피가 큰 짐을 넣을 때 불편할 수도 있겠다.
A200 CDI의 1.8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발휘한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토크가 제법 풍부하고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와 조합되어 가속력도 제법 나쁘지 않다. 0→100km/h 가속시간은 9.2초. 하지만 속도계가 100km/h를 지나고부터는 힘이 약간 빠지면서 속도를 올리는 데 애를 먹는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굉장히 훌륭하다. 평소 고속도로에서 낼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해도 전혀 불안한 기색이 없다. 진동과 소음 억제력은 동급의 경쟁차종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느껴지며, 특히 엔진의 음색이 한결 부드럽게 들려온다.
핸들링은 A클래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으로, 동급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정직하면서도 예리하게 반응한다. 코너에서의 반응도 기대 이상. 탄탄한 하체가 거친 움직임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가볍지 않은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이러한 성격이 과연 긍정적으로만 작용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운전의 재미를 원하는 이들에겐 분명 즐거움을 주겠지만, 안락한 차를 원하는 이들에겐 스포츠 시트를 통해 전해지는 하체의 반응이 제법 민감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 안락함과 역동성의 경계를 찾는 것은 분명 쉽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벤츠에 기대하는 가치를 감안한다면 조금 더 나은 타협점이 있지 않았을까.
공도 주행을 마친 뒤에는 서킷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언급한대로 절대적인 출력은 충분치 않지만 A클래스의 운동능력은 서킷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주행을 가능케 한다. 나름 거칠게 몰아붙여도 좀처럼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뛰어난 핸들링 실력과 보디 컨트롤 능력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새롭게 태어난 A클래스는 스타일뿐만 아니라 주행감각에서도 벤츠가 추구하는 역동성을 확실히 전달한다. 디자인은 매력적이며, 전반적인 품질과 장비들의 수준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신형 A클래스의 진가를 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가솔린 모델과 AMG 모델이 라인업에 더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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