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한 차원 높아진 가치,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단지 멋지다는 감탄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강인하고 유려한 라인과 풍부한 볼륨감, 가득 채워도 공간이 남을법한 여유로움이 돋보인다. 가끔이 아닌 매일을 함께하고 싶은 차, 럭셔리 SUV의 정점,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를 시승했다.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예상치 못한 거대한 차량을 마주했다. 시승 당일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구겨져 있다. 그 아래서 레인지로버와 달려야 하는 시간. 아니, 엄밀히 말하면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목적지를 바닷가 근처로 택했다. 시승을 하며 한적한 건물이나 바람 소리들을 배경삼아 이 차를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장소로. 색상은 무난한 흰색이다. 눈부시다는 느낌보단 있는 그대로의 여백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조화가 아니다. 혹자는 이런 것들을 웅장함이라고도 표현한다.


기존 모델보다 낮아지고 넓어진 자태는 위트 있는 신사처럼 당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거대한 차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멋을 부려 절제한 멋쟁이기 때문이다.

보닛 아래 개성강한 얼굴, 강인한 이미지에 결코 딱딱하지 않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와 부드럽게 이어진 헤드램프, 측면으로 이어지는 섬세한 라인 등, 덩치가 있는 편이지만 살을 빼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전혀 필요치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멋스럽다. 21인치의 거대한 휠 사이즈 또한 몸에 딱 맞는 신발을 신었을 뿐이다. 모든 것이 잘 어울려 조화롭다.


출발하기 위해 올라탄 실내에서 처음 마주한 건 표현하기 어려운 아늑함. 눈에 띄게 돋보이는 실내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급스러움의 절정은 시트에 몸을 맞추고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알 수 있다. 때문에 이 단정한 고급스러움이나 더 이상 갖다 붙일 게 없는 실내 인테리어를 이렇다 저렇다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 차는 가질 건 다 가진 편의장비와 우아한 분위기는 물론, 어떤 공간에서도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세련됨을 갖추고 있지만 아주 오래된 옛 연인을 만난 것처럼.


실내등을 찾아보니 터치 방식이다. 살짝 손을 스치기만 해도 밝은 빛이 들어온다. 별다른 색감이나 기교로 치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적인 아름다움이다. 계기판은 아날로그 방식을 모두 제외한 첨단 디지털 모니터다. 그런데 친숙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고민들은 결국 모든 걸 최소화시킨다. 분명히 부족한 건 없지만 난잡하거나 화려함으로 가득하지도 않다.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 고급스러운 공간에는 가짜가 없다. 한 그루의 나무와 부드러운 천연가죽, 자연에서 가져온 질 높은 소재들이 고유의 향기를 풍긴다. 시트도 매우 넓고 부드럽다. 앞좌석 마사지 기능 또한 빠질 수 없는 편의장비 중 하나다. 하지만 시승 내내 사용했던 이 기능이 유일하게 이 차의 정적을 깨는 요인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기도.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가뜩이나 작은 엔진소리나 주행 소음을 더욱 억제하면서 수준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화면은 2분할 디스플레이로 운전석에서는 내비게이션, 동반석에서는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 뒷좌석에서도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달린 모니터가 마련되어 있고, 별도의 수납함에 마련된 무선 헤드폰 세 개를 통해 각각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3.0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된 시승차는 국내 판매 라인업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하지만 차체 무게가 줄어들면서 기존 4.4리터 디젤 엔진급의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고, 놀라울 정도의 정숙성 또한 나무랄 데 없이 만족스럽다. 더 강력한 심장을 품은 상위모델들과 비교하면 단지 출력의 차이만 있을 뿐, 오히려 덩치에 비해 훌륭한 10.7km/l의 복합연비가 색다른 흐뭇함을 안겨준다. ZF제 8단 자동변속기는 최적의 성능과 효율성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제 달리는 것에 집중할 차례.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이 바람은 100% 알루미늄 합금 모노코크 차체인 레인지로버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윈도우를 내리거나 썬루프를 개방해야 ‘이렇게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나’라는 걸 인식할 정도로. 속도를 높여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별 수 없이 큰 몸집이 조금씩 흔들리지만, 그건 단지 불고 있는 바람 때문이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온로드 성능 강화를 위해 탑재된 다이내믹 리스폰스 기능은 차체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최소화하여 핸들링과 승차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차축을 기준으로 앞과 뒤를 별도로 제어하는 2채널 시스템을 장착해 저속에서는 민첩성을 강화하고 고속에서는 제어 능력과 안정성을 높여준다.


출발할 때와 멈출 때, 모두 언제 시작했냐는 듯 부드러운 감각을 전해준다. 구형보다 최대 420kg이나 줄어든 몸무게는 전체적으로 가볍고 쾌적한 주행성능의 밑거름이 되는데, 비슷한 덩치의 다른 SUV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오히려 낮고 탄탄한 고성능 대형 세단과 비교될 법하다.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스티어링 감각은 든든한 안정감을 주고, 큰 덩치를 내몰고 다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멈추어 설 때는 빠르고 부드럽게, 달리고자 할 때도 속도감을 못 느낄 정도로 유유히 물 흐르듯 꾸준하게 가속된다. 결국 이 부드러움에 두 손 들게 되고 마는, 마음먹고 객기를 부리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레인지로버는 조용한 미소를 짓는다.


오프로드 성능은 극찬이 아깝지 않다. 레인지로버에는 기본적으로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 2가 적용되어 주행 조건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지형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선택한다. 이 신형 시스템은 일반, 풀/자갈/눈, 진흙/바퀴자국, 모래, 암벽 등의 5가지 노면 설정을 자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4코너 에어서스펜션은 에어 타입의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했으며 4코너 에어스프링과 결합해 탑승 높이 조절부터 지형 변화에 맞춘 설정 변환 등이 가능하다. 도강 깊이는 기존 700mm에서 900mm로 향상되었다.

결국 온로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갖가지 최첨단 기술력이 집약되어 어떤 환경에서도 최강의 상태로 주행하는 것. 레인지로버와 함께하는 길에 더 이상 갈 수 없는 공간은 없을 듯하다. 비록 아주 가끔 산길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어느 누가 이 부드럽고 강인한 신사에게 매료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승하는 동안 잔뜩 구름 낀 하늘은 다행스럽게도 결국 비를 내리지 않았다. 무심코 달렸던 허허벌판도, 거칠게 몰고 다녔던 풀숲에서도 레인지로버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안전하게 운전자를 초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동화되며 그 매력을 충분히 깨닫게 되고, 도심과 자연의 경계 없이 삶의 형태를 수용하는 차. 뉴 레인지로버는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하며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이들을 더 강하게 유혹하고 있다.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