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카이맨이 PDK라는 날개를 달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을 당시, 그 차의 시승기에 감히 ‘완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게 완벽한 차는 지구상에 없지만, 적어도 스포츠카라는 범주에서 놓고 보면 완벽하다는 말밖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것. 그렇게 카이맨은 마음속 깊숙이 파고들어 최고의 스포츠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이후 시간이 흘러 2세대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올 무렵, 포르쉐의 신형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늘 그래왔듯 과연 더 업그레이드된 카이맨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밀려왔다. 행여나 포르쉐 지하연구소의 외계인이 수명을 다해 세상을 떠나진 않았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까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역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던 것도 사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이상형인 여자친구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겠다고 통보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결국 완벽한 이상형이었던 예전 모습이 그립지 않을 만큼 더욱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타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 2세대 카이맨. 외계인의 신변을 걱정했던 것이 기우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길어진 휠베이스는 외모를 돋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높이면서도 코너링을 해치지 않으며, 신형 911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던 스티어링 감각은 역시나 911과 마찬가지로 흡족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이로서 코너를 돌아나가는 순간만큼은 911보다 카이맨이 분명 더 가뿐한 몸놀림을 발휘하게 된다. 박스터보다 탄탄한 차체 강성은 기분 좋은 보너스다.
앞머리를 마음먹은 대로 휘저을 수 있는 특권을 보장하는 차는 스포츠카라는 장르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데, 빠른 속도로 급격한 코너에 진입하기 직전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허락지 않는 카이맨의 우월한 운동성능은 짜릿한 재미마저 반감시킬 정도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해 노면을 박차고 튀어나간 직후의 초반 가속부터 한계치의 고속 영역에 이르기까지 얄미울 정도로 매끄럽고 탄력 있게 뻗어나가는 실력도 더욱 향상된 면모를 보여준다. 911 카레라 S 정도의 출력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감흥 자체는 덜한 게 사실이지만, S 이니셜이 붙은 카이맨도 충분히 빠른 가속 능력을 지녔기에 더 이상을 욕심내기보단 주어진 능력에 수긍하고 만족하게 된다.
날렵하고 가벼운 차체에 325마력을 발휘하는 3.5리터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품고 0-100km/h 가속시간 4.7초까지 기록한다는 것은 500마력 이상의 대배기량 엔진이 달린 크고 무거운 세단이나 쿠페들에게서 느껴지는 다소 무식한 4초대의 느낌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순 가격이나 수치만으로 장르가 다른 차를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정통 스포츠카의 진면목을 제대로 깨닫게 해주는 몇 안 되는 차가 바로 카이맨이다. 동급에서는 치열하게 대적할만한 적수가 없을 정도로 군계일학의 실력을 자랑한다.
이렇듯 밖에서는 엘리트로 칭송받는 카이맨이지만, 한 지붕 아래 포르쉐 가족들과 함께하면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태어날 때부터 겪어온 카이맨의 현실이다. 인지도에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인 쌍둥이 동생 박스터에게 밀리고, 실력으로는 가문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큰형님인 911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
그렇지만 카이맨이 비운의 아이콘으로 인식될 이유는 전혀 없다.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아도 워낙에 가진 것이 많은 출중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박스터는 우아하고 섹시한 로드스터의 상징처럼 인식되면서 정체성을 살짝 잃어가고 있으며, 911은 올해로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실력은 녹슬지 않았지만 자꾸만 편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위아래 가족들의 그런 변화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타협하며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한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그리고 카이맨에게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의 포르쉐와 미래의 포르쉐라는 갈림길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팬들에게 어쩌면 가장 간결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녀석이 바로 카이맨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카이맨은 박스터나 911과 마찬가지로 분명 더 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무랄 데 없는 퍼포먼스와 열정 가득한 운동성능으로 미드십의 장점을 잘 살리며 운전재미에 있어서 변함없는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결국 변화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가장 변하지 않았다.
박스터와 달리며 느껴지는 약간의 허술함을 떠오르지 않게 하고, 911과 달리며 깨닫게 되는 시대의 흐름을 잊어버리게 된다. 함께 달리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지고 운전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카이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최고의 실력이다. 평소엔 나긋나긋하고 상냥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많이 타야 한계치의 한계치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던져주는 요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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