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회색도시의 이단아, 닛산 쥬크

북미와 유럽순방을 순조롭게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닛산 쥬크. CUV라는 개념으로 무장하고 소형 SUV와 2천만원대 엔트리급 수입차들을 상대하기 위해 들어왔다. 해외에서 호응이 좋았던 디자인과 상품성이 국내에서는 얼마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쥬크의 스마트키를 손에 쥐었다.

글 / 이진혁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한국닛산,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쥬크는 우리가 지금껏 흔히 봐왔던 차들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앞에서 정면을 응시하면 랠리카를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하단에 원형으로 뚫린 에어홀 등이 독특하다. 측면에서는 더 역동적으로 보이기 위해 휠하우스를 부풀려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전면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며 흐르듯이 기울어진 루프는 스포티함을 추구했고, 2도어 쿠페처럼 보이기 위해 상단으로 숨겨놓은 도어손잡이도 좋은 표현이다. 후면에는 닛산의 패밀리룩인 부메랑 형태의 리어램프와 이어진 뒷유리가 넓게 퍼져있다.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면 예상보다 큰 겉모습과는 달리 차의 급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실내공간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둘러봐도 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전면 유리의 시야는 굉장히 넓다. 최근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자동차들이 A필러를 많이 눕히는 바람에 느낄 수 없던 탁 트인 전방시야 확보는 주행하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 휠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틸트 기능만 가능하다. 앞뒤로 움직이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없어 앞뒤 포지션은 시트만으로 조정해야 하고, 비상등의 위치가 멀어서 작동하려면 몸을 약간 일으켜야하는 점은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


깔끔한 두 개의 계기판과 가운데 붉은 조명의 상태표시는 명확하고 간결하며, 센터펜시아 중앙의 8인치 내비게이션은 여유 있는 화면을 보여준다. 들이치는 햇살을 이겨낼 정도의 선명함 덕분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고 주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내비게이션 하단에는 i-con이라고 하는 통합제어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쥬크의 실내에서 가장 큰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통합제어장치는 노멀, 에코, 스포트의 3가지 운전모드를 지원하며 각각의 버튼으로 세팅이 바뀐다. 아울러 토크, 부스트, 연비게이지를 중앙 LCD에 도식화하여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에어컨도 같은 부분에서 조작이 가능하다. D-모드와 Climate 모드 전환 시 통합제어장치 버튼의 텍스트와 조명이 변하는 것도 신선하다.


시승차의 실내 인테리어는 고광택 레드로 포인트가 들어갔으며, 기어박스부터 콘솔박스까지 마치 차 안에 한 대의 바이크가 들어와 있다고 착각될 정도로 바이크와 흡사한 유선형의 곡선을 품고 있다. 아기자기한 수납공간으로 편의성도 높였다. 하지만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는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낮고 깊다.


뒷좌석에 오르면 좁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뒷좌석은 6:4 비율로 완전 폴딩이 가능하고, 트렁크는 부피 큰 짐도 충분히 적재할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바닥을 열면 칸막이로 구성된 수납공간이 나타나는데, 응급상황 시 단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뒷범퍼 가까이에 기본공구가 적재되어 있다.


쥬크의 파워트레인은 1.6리터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닛산이 자랑하는 X-트로닉 CVT 무단변속기로 구성된다. 쉽게 말하면 쥬크는 일반적인 엔진에 터빈을 추가로 장착해서 연료와 공기가 섞인 혼합기에 공기를 더 많이 집어넣어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고, 이 힘을 톱니바퀴가 아닌 벨트로 이어진 변속기로 조절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파워트레인 구성의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쥬크의 파워트레인은 터보차저의 상징과도 같은 폭발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속충격 없는 부드러운 가속과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토크의 지구력은 훌륭한 편이다.


스티어링 감각은 예리하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저속에서 가볍고 날카로운 조향감으로, 고속으로 갈수록 조금씩 무거워지는 조향감으로 변한다.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속도감응형 스티어링의 장점이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도심에서는 탄탄한 세팅으로 차체가 흔들리지 않지만, 상하굴곡이 심한 국도에서는 탄탄함이 딱딱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쥬크는 가솔린 엔진이기 때문에 당연히 디젤 엔진보다 공회전시 진동이 적다.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와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주행 중에는 하체방음에도 만족하게 된다. 세단 형태의 차량들보다 차고가 높은 탓도 있겠지만 비포장도로에서 자갈이 차체 바닥으로 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풍절음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달리는 상태를 알리는 정도의 뭉뚝하고 희미한 톤으로 A필러와 도어 사이를 치고 들어온다.


제동성능은 날카롭거나 강력하진 않으나 차체를 통제할 만큼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브레이크를 깊게 밟았다가 서서히 발을 떼면 들리는 공진음과 완전히 정차하기 직전에 간헐적으로 들리는 진동음은 귀에 거슬리는 편이다.


총평을 하자면 쥬크는 잘 만들어진 차라고 평가할 수 있다. 컨셉트와 일치하는 디자인과 성능은 이미 유럽과 북미에서 인정받았다. 남들과 다름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쥬크는 좋은 선택이다. 2천만원대의 가격으로 수입차를 고려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수준급 엔트리카로서 충분한 상품성과 경쟁력을 지녔다.

세부적으로는 넓은 시야와 선명한 내비게이션, 그리고 통합제어시스템으로 편리함과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다만 열선시트나 오토라이트 시스템, 텔레스코픽 기능이 없다는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나 안개등의 부재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현 시점에서 국내 시판중인 차종들 중에 그런 차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는 국산차의 경우 상위 모델을 선택해야만 기본 장착되는 차종들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차 투싼 iX의 경우 최상위 트림에만 기본 적용되고 하위모델에서는 선택조차 할 수 없다. 안개등은 1억을 훌쩍 넘는 고가의 차종에도 디자인에 따라서 달려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