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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부활을 꿈꾸는 럭셔리, 캐딜락 뉴 CTS

지난 2003년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된 CTS는 당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캐딜락의 중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8년 2세대 모델과 더불어 고성능 모델인 CTS-V까지 선보였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진 다운사이징과 경량화, 효율성이라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판매 부진과 여러 딜러십의 철수로 인해 국내에서 캐딜락은 뼈아픈 상처를 입었고, 모델 체인지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계속되는 브랜드 인지도 하락을 멈출 수 없었다. 이에 GM 코리아는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절치부심했으며, 드디어 캐딜락의 부활을 위해 다시 태어난 3세대 CTS를 선보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CTS가 과연 캐딜락의 부활을 이끌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3세대 CTS도 캐딜락 특유의 선이 굵은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선과 직선이 만나는 부분들을 곡선으로 처리해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이전 모델 대비 길이는 120mm 길어지고 높이는 25mm 낮아졌으며, 길게 늘어진 후드와 짧은 오버행이 차량의 성격을 대변한다.

전면에는 프리미엄 세단다운 거대한 크롬 그릴이 위치해 있다. 헤드램프는 세로로 긴 형태의 디자인으로 CTS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모습인데, 특히 LED 포지셔닝 램프가 범퍼 하단까지 이어진 부분이 인상적이다. 측면은 두툼한 벨트라인이 리어램프까지 이어진 것이 독특하고, 전면의 강인한 모습과는 다르게 깔끔한 후면에는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LED 보조제동등과 범퍼 일체형 머플러 팁이 적용되었다.


길어진 차체만큼 실내공간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뒷좌석 무릎 공간도 넓어져 장시간 이동시에 쾌적하다. 각종 편의장비와 곳곳에 사용된 소재들은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며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것을 확연히 증명한다. 천연 가죽과 리얼 카본, 알칸타라로 마무리한 트림이 스포티한 매력을 더한다.


세부적으로도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는데, 이전 모델에서 팝업식으로 작동하던 LCD 모니터는 센터페시아에 포함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2.3인치 LCD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으로 다채로운 그래픽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 여러모로 최근의 트렌드를 최대한 수용한 모습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또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는 등 부족함이 없다.

한편으론 실제 사용하면서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 복잡한 버튼들이 모두 심플한 터치 방식으로 변경되어 세련된 맛은 있지만 전반적인 터치 반응이 다소 늦은 편이고, 특히 비상등은 2초 이상 누르고 있어야 작동하기 때문에 성미 급한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길러야할지도 모른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경우 디자인은 멋스럽지만 손에 잡히는 9시와 3시 부분 뒷면이 너무 두꺼워서 그립감이 떨어진다.


다음은 뉴 CTS의 파워트레인. 기존의 V6 3.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새롭게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들어섰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다운사이징을 감행한 것.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6마력, 최대토크 40.7kg.m를 발휘하며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국내 복합연비는 10.0km/L로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서는 무난한 편이나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과 비교하면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뉴 CTS에는 3.6리터 트윈터보 엔진 모델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는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주행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로 나섰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과 노면 소음은 굉장히 억제되어 마치 프리미엄 대형 세단을 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기어박스 주변에 위치한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 버튼을 눌러 CTS의 진정한 면모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주행모드는 투어, 스포츠, 스노우/아이스 등의 세 가지로 선택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경쾌한 엔진사운드와 배기사운드가 뒤섞여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내 오른발에 힘을 주게 만든다.


저중심 설계 및 엔진의 위치를 보다 안쪽으로 이동시켜 50:50의 전후, 좌우 무게 배분을 실현해 견고한 차체는 지금껏 알고 있던 전형적인 미국차와는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가변 전자제어 스티어링 시스템이 더해져 고속주행 시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이 안정감을 더해주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능케 한다. 서스펜션 역시 안 좋은 노면을 걸러주는 능력이 수준급으로 발전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갑작스런 차선 변경에도 좌우 흔들림 없이 차체를 제어해나가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이전 세대에서 다소 불안하게 느껴졌던 브레이크는 3세대로 접어들며 브렘보와 손을 잡고 전륜 4피스톤 브레이크를 장착해 고속에서의 갑작스러운 제동에도 차체가 밀리는 느낌 없이 원하는 만큼 컨트롤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차선이탈방지와 전방추돌경고 시스템이 알리는 경고음과 함께 시트의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전하는 신기술인 햅틱 시트가 적용되어 있어 든든함을 더해준다.

마찬가지로 이전 CTS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섀시 강성이나 주행감성은 3세대를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독일차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론 독일차를 의식한 나머지 미국차의 개성을 너무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GM 코리아는 그동안의 부진을 반성하고 3세대 뉴 CTS로 캐딜락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동급 최고수준의 풍부한 옵션과 다채로운 기능, 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효율성이 우수한 디젤 모델의 부재는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독일차가 거리에 넘쳐나는 상황에서 캐딜락은 상대적으로 유니크한 차량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향후 더 많은 판매망과 서비스 센터를 확보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펼쳐나갈 수 있다면 캐딜락이 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여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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