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는 BMW의 대표 모델이자 동급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다. 뛰어난 무게배분, 탁월한 운동성능, 훌륭한 주행감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경쟁 차종들에게는 표본이자 표적인 존재. BMW는 보통 완전변경 이후 3년을 기점으로 LCI(Life Cycle Impulse)라 부르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데, 2012년에 등장한 6세대 3시리즈 역시 올해 LCI 버전을 선보였다. 시승한 모델은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320d.
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외관은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다.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1시리즈처럼 완전변경 수준으로 변하지 않고 기존 디자인을 유지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풀 LED 타입으로 변경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앞뒤에서 보다 선명하고 입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를 더해 공력성능을 강화했고, M 스포츠 서스펜션으로 인해 전고가 10mm 낮아졌으며, 18인치 M 더블 스포크 알로이 휠을 장착해 일반 모델보다 한층 더 스포티한 모습. 가격 경쟁력 때문인지 M 스포츠 브레이크까지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실내 또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며 소소한 변화만 가미했을 뿐이다. 센터페시아 중앙부가 무광 블랙에서 유광 하이그로시로 달라졌고, 송풍구와 각종 조작버튼에 크롬 장식이 더해지는 등 소재의 고급화를 꽤했다. 그 외에는 컵홀더 덮개가 분리형에서 슬라이딩 방식으로 변경된 것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등이 기존 스포츠 모델의 백색 LED 타입에서 누런 전구로 바뀐 점은 옥에 티.
M 스포츠 패키지는 필러와 천정이 진회색으로 마감되고, 알루미늄 헥사곤 트림과 블루 라인이 포인트로 들어가 스포티한 느낌을 풍긴다. 나파가죽의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우수한 편. 스포츠 시트는 조절 폭이 커서 체형과 상관없이 최적의 운전자세를 제공하며, 옆구리를 지지해주는 볼스터도 전동 조절된다. 2열은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편안하다. 공간을 떠나 시트의 굴곡과 등받이 각도가 ‘최적화’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 중에서 가장 업그레이드된 것은 내비게이션. 기존 BMW의 내비게이션은 그래픽 해상도가 낮고 정확도가 부족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형 7시리즈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선명하고 정밀한 지도화면과 경로를 제공해 쓰임새가 부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외관의 변화는 미비하지만 20d 엔진은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했던 기존의 N47 엔진은 타이밍체인 텐셔너 결함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리콜 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는데, 부분변경 모델에는 B47 엔진이 적용되면서 결함이 해소되고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ZF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와 결합된다. 0-100km/h 가속시간은 이전 모델보다 0.2초 단축된 7.2초. 복합연비는 16.6km/L로, 연비주행을 하면 20km/L를 쉽게 넘어서는 실제 연비가 지갑을 두툼하게 해준다.
시승을 위해 복잡한 시내와 한적한 외곽 도로를 고르게 달렸다. 정차 시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진동과 소음은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가속을 시작하면 여전히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모델보다 정숙해졌다.
B47 신형 엔진은 높아진 토크로 인해 초반 가속이 향상됐으며, 시내 주행에서 전혀 답답하지 않은 경쾌한 감각은 여전하다. 정체구간을 벗어나 고속화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자 매끄럽고 힘 있게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320d. 속도계의 바늘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상승하며, 무엇보다 8단 스포츠 미션과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듀얼클러치 못지않은 빠른 변속과 기분 좋은 변속 충격으로 오른발을 부추긴다.
개선된 서스펜션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이전 세대인 E90 3시리즈 시절에 비하면 너무 물러졌다는 말도 많지만, 지금의 F30 3시리즈가 더 세련된 것은 분명하다. 불필요한 충격까지 그대로 흡수하던 과거와 달리, 거친 노면을 말끔하게 걸러내면서 필요한 정보만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M 스포츠 패키지에 포함된 M 스포츠 서스펜션은 일반 모델의 서스펜션보다 타이트한 세팅이기 때문에 적당한 단단함이 만족감을 높여준다. 다만 부분변경 이전 스포츠 모델의 M 스포츠 서스펜션과 비교하면 약간 부드러워진 느낌.
스티어링 감각도 F 바디로 진화하면서 날카로움이 무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3시리즈의 핸들링은 여전히 명불허전. 코너링은 동급에서 가장 우월하다. 완벽한 무게배분, 세련된 서스펜션, 믿음직한 섀시가 조화를 이루며 노면을 움켜쥐고 말끔하게 돌아나가는 실력이 미소를 짓게 한다. 급격한 코너에서는 단단함만이 능사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유연함도 갖추고 있어야만 코너 안쪽 바퀴가 허둥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3시리즈는 더 이상 독보적인 최강자가 아니다. 타도 3시리즈를 외치며 이를 갈아온 경쟁 차종들은 저마다 유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다양한 편의장비, 뛰어난 효율 등을 내세우며 우수한 상품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리즈가 최고의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운전의 즐거움’ 때문이다. BMW의 철학을 가득 품고 40년간 진화해온 3시리즈. 달리는 순간에 가장 빛나는 최고의 스포츠 세단. 과한 수식어가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차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BMW 3시리즈는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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