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저가전술, 북기은상 켄보 600
2017-03-14 01:42:43 조회수 14,411ㅣ댓글 3
지난 2014년, 독일의 한 자동차 기자가 중국차의 미흡한 품질을 고발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이 논란을 일으켰다. 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BMW 1세대 X5의 ‘짝퉁차’라 불렸던 중국 샹환자동차의 CEO라는 차종. 영상에서 기자는 차량을 도끼로 찍고 망치로 내리치다가 결국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버린다. 해당 영상은 “이 차를 신뢰할 수 없다, 완전히 무책임하다”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중국산 제품이라 해서 모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명 ‘대륙의 실수’라 일컬어지는 샤오미의 전자제품들이 바로 예외인 경우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한국에 중국차를 선보인 중한자동차는 중국 북기은상의 중형 SUV인 켄보 600의 국내 초도물량 120대가 모두 계약 완료됐다고 밝혔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월 총 73대의 켄보 600이 국내에서 신규등록을 마쳤으며, 그 중 개인이 72.6%, 법인 및 사업자가 27.4%의 비율을 나타냈다.
‘Made in China’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화제의 중국차 켄보 600을 만났다. 외관은 앞모습과 뒷모습 모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디자인이다. 신선하진 않아도 익숙하다는 점에선 일장일단이 있다. 국산차들도 디자인 카피에 대한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하기에 이 부분은 서둘러 넘어가야겠다.
실내에 들어서면 그럴싸해 보이는 안정적인 디자인을 비롯해 블랙과 브라운 가죽의 조화가 눈을 반긴다.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몰라도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선바이저와 선글라스 보관함, 스티어링 뒷부분 등에 덮개가 없어서 나사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아틀란 3D 내비게이션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뒷좌석은 중형 SUV다운 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시트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장시간 탑승 시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기본적인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며,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대부분의 SUV들이 그렇듯 꽤나 넉넉한 적재공간이 펼쳐진다.
켄보 600의 파워트레인은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CVT 무단변속기를 기본으로 하며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21.5kg.m를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도드라지는 엔진 소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최신의 조용한 디젤 엔진보다 거슬릴 수도 있겠다.
켄보 600은 2,000만원 전후의 가격표와 어울리지 않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후방카메라, 크루즈 컨트롤, 우적감지 와이퍼, 언덕밀림 방지기능 등의 즐비한 편의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차선 인식률이 떨어지고, 언덕에서 출발 시 뒤로 밀리진 않지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2~3초간 차량이 제자리에서 허둥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승차감은 결코 나쁘지 않다. 낮은 기대치 때문이 아니라 국산 중형 SUV의 승차감에 견줘도 그에 못지않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잘 걸러내지만, 굽이진 도로에서는 예상대로 세련되지 못한 거동을 보인다. 고속주행에서도 이질적인 스티어링 반응과 엔진 소음으로 인해 주행하는 내내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다.
현 시점에서 켄보 600의 품질을 동급의 국산 SUV와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켄보 600의 뚜렷한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 국산 중형 SUV들의 기본형 등급보다 약 700~800만원 더 저렴하며, 경차인 기아 모닝 풀 옵션 차량 가격이 1,600만원을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켄보 600의 가격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선택의 순간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황한 선택옵션, 쥐도 새도 모르게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는 정책, 눈에 띄는 원가절감과 내수차별, 그런 국산차를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왔던 소비자들에게 중국차 켄보 600의 ‘저가전술(低價戰術)’은 일단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이 차를 구매리스트에 올리는 국내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력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며, 본래 중국이란 나라는 상식적으로 짐작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중국차가 국산차의 품질을 넘어설 시기가 언제일지 섣불리 짐작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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