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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 이미지 쉐보레, 말리부로는 부족해


한국지엠 쉐보레 신형 말리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형 세단 구입 시 선택의 폭이 좁았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택시 등을 제외한 개인 소비자 신규등록 대수에서 현대차 쏘나타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시장이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대·기아차를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가격대비 상품성에서 현대·기아차를 뚜렷하게 앞지를만한 대안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의 인기 열풍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상품성에서 현대·기아차보다 만족감이 높은 새로운 차종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차 시장의 스파크와 중형차 시장의 말리부, SM6를 제외하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을 위협할만한 차종은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올해 상반기에만 5만 3,536대가 신규등록된 반면, 동급인 쉐보레 크루즈의 신규등록 대수는 6,039대로 아반떼의 11.3%에 불과하다. 아반떼 10대가 팔릴 동안 크루즈는 고작 1대 팔린다는 얘기다.

SUV 시장의 격차는 더 크다. 현대·기아차의 대표 SUV인 싼타페와 쏘렌토의 올해 상반기 신규등록 대수는 각각 4만 4,814대, 4만 5,302대로 총 9만 116대에 이른다. 반면 쉐보레의 동급 SUV인 캡티바는 같은 기간 1,190대 판매에 그치며 기아 쏘렌토의 2.6%에 불과한 부끄러운 성적표를 남겼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외면에는 다 이유가 있다. 과거 지엠대우 시절인 2006년 출시됐던 윈스톰과 2008년 출시된 라세티 프리미어를 이름만 바꿔서 아직까지도 캡티바와 크루즈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중고차와 새로 구입한 신차가 엠블럼과 소소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눈에 띄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초기 모델 오너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골 국물 우려내듯 푹 고아서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오래된 모델을 소비자들이 반기며 구입할리는 만무하다.

신형 말리부와 흡사한 디자인의 신형 크루즈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중이지만, 국내 공식 출시는 올해 연말이라는 예측만 있을 뿐, 아직까지 정확하게 확정된 것은 없다. 이렇게 늦어지는 신차 출시뿐만 아니라, 일부 차종의 경우 물량 부족으로 인해 계약 후 2~3개월 정도 기다려야 자동차를 인수받을 수 있는 상황 또한 소비자들의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의 인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했을 것이다. 작년 말 새로 부임한 한국지엠 제임스김 사장은 “올해 7종의 신차를 통해 내수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이라고 다짐한바 있다.

그런 다짐을 지키려면 기존 모델의 상품성 개선 정도에만 그치지 않고, 신속하며 적극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기존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2배나 높아진 현대·기아차의 가격 정책을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독자적인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길 기대해 본다.

김태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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