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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애환은 차를 부른다


자동차?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 운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닌가. 그래서 난 Bus, Metro, Walking, 즉 ‘BMW’가 어떤 나라보다 편리한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에 감사하며 BMW를 애용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편리한 대중교통이라 해도, 차를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여기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법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봤다.

지하철 스릴러
퇴근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누군가 등 뒤를 덮쳐왔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몸도 도미노처럼 앞사람 등 뒤로 넘어졌다. 아찔한 순간, 다행히 앞사람이 건장한 체구의 남자여서 잘 버텨준 덕분에 연쇄적인 도미노 현상은 모면할 수 있었다.

만약 영화였더라면 내 앞의 건장한 그는 운명의 남자, 일촉즉발 로맨스가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시궁창. 용케 버텨준 남자가 뒤를 돌아보곤 인상을 찌푸리며 날 노려본다. 참고로 뉴욕에선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숨, 숨 좀 쉴게요!
출근길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기 직전, 내 심장은 트리플 터보 엔진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F1 드라이버도 울고 갈 정도로 치열한 한 판 경주가 시작되기 때문. 그야말로 목숨 건 자리쟁탈전이다. 앉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정거장 지날 때마다 몸이 점점 쪼그라든다. 내가 인간인지 연체동물인지, 이게 지금 출근길인지 참담한 고문 현장인지 구분되지 않을 지경. 생존을 위한 출근길, 자유롭게 숨 쉴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기분이다.

트름은 테러다
“꺼어억~”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세상 온갖 발 냄새를 한 데 모아 농축시킨 듯한 역겨운 냄새가 코를 파고든다. ‘김치찌개에 삼겹살이군’ 그날 저녁메뉴를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불쾌한 냄새가 순식간에 비위를 뒤집어놓는다.

아... 구역질이 올라온다. 꾸역꾸역 오바이트를 참아본다. 역겨운 트름남이 박보검이었다면 냄새마저 향기로웠을까? 그럴리가, 박보검 땀구멍이라도 닮은 사람조차 본 적이 없다.

남자라서 서러워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두려움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 만원 지하철에 타는 순간, 모든 남자는 잠정적 성추행범이 돼버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세.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거슬러 올라가보면, 엄마 뱃속에서 성별이 결정되던 그 순간으로 시공간을 초월해간다. 심지어 몸이 조금 스쳤을 뿐인데 경멸하듯 째려보는 여자라도 마주하게 되면 ‘그래, 남자로 태어난 게 죄다 죄!’라며 울컥이게 된다.

매정한 막차 시간
남자친구는 일산, 나는 인천 살던 시절에 두 도시를 이어주던 번개노선 3000번과 5000번 버스. 막차시간은 일산에서 밤 10시, 인천에선 밤 11시다. 주유비로 치면 5000원 돈인데 택시비에 할증까지 붙으면 3만원이 증발되니 가벼운 지갑사정에 막차를 선택할 수밖에. 정말 차에 관심 하나도 없는데, 굴러만 가면 다 좋으니까 어떤 차라도 있었으면. 버스 막차 시간을 정한 사람들은 사랑을 모르나보다.

BMW 애용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애환들. No Pain, No Gain 이란 명언이 이럴 때도 통할 줄 몰랐다. 고통의 게이지가 하늘 높이 치솟는 사이, 어느새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을지 모른다.

박신원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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