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유럽 자동차시장 회복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유럽이 영국 자동차 컨설턴트를 초청, 주최한 '2004년 유럽 자동차시장 전망 라운드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회복 정도는 기대 이하
유럽 자동차 수요는 99년 이후 계속 위축돼 왔으며, 2004년이 시장 회복시기로 널리 인식돼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판매회복은 확실하나 회복의 폭은 크지 않으며, 회복시기도 내년 가을께나 돼야 할 것으로 인식했다.
그 근복적인 이유로 이들은 이미 많은 메이커들이 경기 회복기에 발생할 판매분을 앞당겨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즉, 메이커들은 지난 4년의 위축기간(특히 지난 1~2년간)동안 판매유인과 저리융자 등을 적극 실시, 내년도 경기가 회복될 초기에 소비자들이 구입할 물량을 미리 팔아 왔다.
주로 활용한 인센티브는 자동차 구입 시 최초 지불액을 적게 하고 장기 저리대출을 하는 것이다. 인센티브제는 위축기에 판매감소폭을 줄이는 데는 기여하나 이로 인해 일단 이러한 혜택으로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차를 팔거나 다음 신차를 구입하는 걸 지연시킨다. 미래 수요를 저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자동차 판매가 위축됐다고 하더라도 판매대수 자체는 정작 지난 99년의 절정에 비해 8% 감소에 불과했다. 통상적인 다른 침체기에는 12~20%까지 줄어든 적도 있었다.
▲일본·한국차, 서구시장 잠식에 한계 있을 것
일본과 한국차들이 유럽시장을 성큼 잠식하고 있으나 그 잠재력이 과대평가된 것일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들은 일본과 한국차가 폭스바겐 골프나 오펠 아스트라와 같은 준준형 및 소형차군에서 유럽시장을 특히 잠식하고 있으나 일본차의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차의 경우 품질은 좋으나 유럽차들이 경쟁력을 이미 확고히 확보하고 있는 분야인 소형 및 준중형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이들 시장, 특히 소형차는 유럽에서 경쟁이 매우 심한 분야인데 일본차는 브랜드 이미지 미성숙 및 상대적으로 미숙한 딜러망으로 인해 현 상태라면 앞으로의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으로 예정된 EU 확대가 일본 및 한국기업의 딜러십을 강화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즉, EU 확대가 이뤄지면 폴란드, 헝가리, 체코와 같은 신규 가입국에서 조립된 차의 서구시장 진입이 쉬워질 것이며 기존 서구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한국 및 일본차도 이들 가입국 시장에 상당한 현지 진출을 했기 때문에 동구시장에서 조립된 한국 및 일본차의 서구시장 진입도 수월해진다는 것. 이는 서구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미성숙된 딜러망을 강화시켜준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결국 동구 통합으로 아시아메이커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과 한국차의 성장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들의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특히 최근 일본차가 추진중인 ‘유럽시장용 자동차 생산’전략에 주목했다. 이들은 제조업계가 시장을 확보하려면 디자인, 외부 요인 및 마케팅 전략의 3박자가 필요한데, 일본차업계가 유럽인 기호에 맞는 디자인 개발을 본격화했고, 외부요인으로는 유로화 강세가 이들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향후 변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M&A 평가 시기상조
지난 98년부터 본격화된 유럽 자동차메이커들의 M&A 결과를 평가하기는 시기상조이며 향후 3~4년이 결정적일 것이란 게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1998년 다임러크라이슬러 형성과 함께 시작된 서유럽의 자동차산업 M&A 움직임은 메이커들이 당초 기대한 좋은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자동차 M&A의 결과는 통상 빠르면 5년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케이스로 볼 수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경우 향후 3~4년이 정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초 M&A를 단행한 메이커들은 경쟁업체를 인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으며, 틈새시장으로 다양화할 수 있고, 규격 및 표준 준수를 위한 고비용도 줄일 수 있어서다. 이러한 기대에서 시작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인 프리미어 오토모티브그룹과 같은 M&A는 아직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모든 차종, 특히 고급차종으로의 업종 확장을 노렸고 이에 따라 M&A 탄생 시부터 높은 위험을 내포해 왔다. 포드도 인수한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브랜드 차별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두 기업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시점에서의 평가로, M&A의 실질적인 성과를 평하기에는 다소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계약제조업체도 통합 움직임
마지오라의 폐쇄와 베르토네의 생산 추가감축 결정은 자동차 계약제조업체(제조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특정 모델을 제조하는 기업)의 통합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들은 시장에서 영업중인 유럽의 자동차 계약제조업체 중 3개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이들 3개사와 함께 추가로 1개사만이 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3개사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스타이르, 독일의 카만 그리고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다. 이들은 모두 다양화된 고객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활동뿐 아니라 상품과 공정 엔지니어링까지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3개사와 함께 추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머지 1개사로는 이탈리아의 베르토네, 프랑스의 울리츠, 핀란드의 발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앞의 3개사와 비교할 때 크기도 훨씬 적으며 생산가능 차종도 1개에 불과하다
자동차메이커들의 자체공장 융통성이 자꾸 커지면서 계약제조업체들의 주문량은 점점 줄고 있다. 전통적으로 생산능력이 부족한 제조업체들이 계약제조업체를 찾았으며 또 계약제조를 원하는 차도 소프트톱과 같은 특정 유형만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BMW만이 X3 생산능력이 부족해 하청계약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럽의 자동차 계약제조업체는 이러한 틈새모델 생산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며, 점점 더 통합 및 M&A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호영 기자(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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