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 8.4m의 대형 팬에서 시속 40km의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실험장 한가운데 서있는 쏘나타 차체 위로 바람의 방향을 표시하는 하얀 연기가 흘러갔다.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선 신형 쏘나타의 실험이 한창이었다.
소음풍동실험장 관계자는 \"차량 주행시 바람에 대한 저항이 낮아야 연비가 좋아지고 소음도 개선된다\"며 \"바람의 세기를 시속 200km까지 만들어 차의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450억원을 들여 설치한 소음풍동실험장은 소음 흡입을 위해 벽까지 요철형으로 특수처리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이달 초 내놓은 \'NF 쏘나타\'를 비롯, 앞으로 나올 \'TG\'(그랜저XG 후속), \'CM\'(싼타페 후속), \'BH\'(BMW 5시리즈에 도전하는 명차) 등의 산실이다. 모두 8200억원을 투입해 105만평 부지에 건설된 남양연구소에는 6848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곳에는 60km의 시험로와 70종류의 노면을 갖춘 주행 시험장, 설계 및 디자인 연구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이 회사 홍동희 연구개발본부 부사장은 \"남양연구소에는 지난 3월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벤츠의 세계적 명차 \'마이바흐\'를 2대 들여와 이 중 1대를 완전 해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 2010년까지 현대차가 \'글로벌 톱 5\' 자동차 메이커가 되는데 이 연구소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량의 진동 수위를 측정하는 실험이 진행 중인 파워트레인 연구동. 엔진의 RPM(분당회전수)과 토르크(회전력)가 컴퓨터에 의해 미세하게 조절되고 있었다. 이 연구소 김형욱 가솔린엔진개발실장은 \"쏘나타 엔진을 포함한 모든 엔진은 개발단계에서 이런 실험을 포함해 30종류가량의 내구성 실험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충돌실험장에선 \'더미(dummy)\'를 태운 쏘나타가 시속 48km로 벽에 부딪히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더미\'는 수십 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는 인체모형으로 충돌시 부위별 충격 정도가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기록되는 장치. 개당 1억~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날 실험은 몸무게가 적은 여성 더미를 태웠을 때 에어백이 저압으로 터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말 완공된 디자인연구센터 중에는 3차원 영상으로 신차 후보를 입체 평가하는 \'영상품평장\'과 높이 25m의 돔형 유리천장으로 둘러싸인 \'실내품평장\'이 새로 공개됐다.
이런 실험실을 모두 거친 뒤에야 주행시험장에서 최종 시승이 이뤄진다. 이날에는 도요타의 \'캠리\', 혼다의 \'어코드\'와 쏘나타의 비교시승이 실시됐다. 쏘나타를 직접 운전해 본 결과 가속성과 핸들 움직임, 제동능력에서 캠리를 넘어설 정도였다. 어코드에 비해 승차감이 좋고 소음도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시속 100km를 넘게 가속하는 과정에서 어코드보다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었다.
현대차는 이날 쏘나타를 비롯, 그랜저XG.EF쏘나타 등을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도 공개했다. 아산공장은 용접.조립 과정에 로봇을 도입해 시간당 63대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자동화 덕분에 이 공장에서 패널 형태의 외장재가 완성차로 탈바꿈하는 데 20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다.
안주수 아산공장장(부사장)은 \"일부 공정은 자동화율이 100%에 달할 만큼 효율을 높였다\"며 \"하지만 모든 생산차량은 일일이 손으로 검사한 뒤 왕복 3.2km의 도로주행테스트까지 거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아산=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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