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값 폭리(暴利)인가, 박리(薄利)인가\'
국산차 내수판매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메이커들이 해마다 내외장을 약간 변경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차값을 올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자동차메이커들은 국산차값이 오히려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치열한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적정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정 차값은 어느 수준일까. 한경자동차신문은 주요 국산차종과 해외 동급차 가격(내수기준), 국내 메이커와 선진 메이커와의 대당 판매마진 등을 비교조사해 국산차 가격수준을 가늠해봤다. 그 결과 현대차의 경우 일본차 가격의 60%대였고 대당 마진도 일본과 미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같은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이나 미국 운전자보다 훨씬 싼 값에 차를 사는 셈. 국산차와 해외차의 가격 및 마진 비교내용을 소개한다.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최고 수준인 일본차와 현대차 동급차종의 내수판매 가격(세전가격, 2000말 기준)을 비교했다. 차종간 기본품목으로 달려 있는 장치가 다른 경우 각 품목의 가치를 상호보정, 가능한한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했다.
이 방식으로 비교한 결과 베르나 1.5 SD의 가격은 토요타 플라츠 1.5 F의 68% 수준. 아반떼XD DLX AT는 혼다 시빅 페리오 1.5 IE AT의 69%, 토요타 카롤라 1.5 G AT의 67%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EF쏘나타 2.0 GVS는 토요타 캄리 2.2 G의 59%, 혼다 어코드 SIR-S의 61%로 더욱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권위있는 해외 전문조사기관의 평가에서 주요 국산차의 품질이 일본과 미국의 동급 경쟁차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국산차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 GM은 지난해 총 1,48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39억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연간 판매대수는 875만대로 대당 수익은 450달러였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차 한대를 팔 때마다 58만원(1달러=1,290원)을 남긴 셈이다. 또 포드도 대당 63만원(487달러)의 수익을 냈다. 일본차의 대당 수익은 100만원선. 토요타는 95만원(736달러), 혼다는 102만원(794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 153만대를 판 현대차는 순이익(세후)이 6,680억원으로 대당 마진이 43만6,000원에 불과, 일본차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이 수치는 그나마 현대가 지난해 수익율 3.4%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결과로 과거 평균 수익율은 1% 미만이었다. 물론 수익율에는 차값 뿐아니라 생산성, 환율 등도 영향을 미치지만 선진 메이커와 비교할 때 국산차의 판매마진은 크게 낮은 게 사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와 관련, “세계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적정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나 국내 메이커들은 과거 지나친 과당 및 출혈경쟁으로 제 차값을 받기는 커녕 되레 손해를 보고 파는 일이 잦았다”며 “이 때문에 국산차값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회사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차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차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현대 역시 GM의 인상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
자동차 전문가들도 “기아와 대우차가 무너진 것은 출혈경쟁 탓도 크다”며 “한국자동차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적정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기호 기자 proto640@hanc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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