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첫 SUV Q7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가졌다. 외관은 SUV라기 보다는 CUV에 가까울 만큼 크로스오버의 냄새가 물씬하고, 싱글 프레임 그릴은 아우디 차 중 가장 스포티하다. 2.2톤이 넘는 헤비급이지만 강력한 V8 직분사 엔진 덕분에 200km/h를 넘어서도 가속력이 살아있다. 고속에서의 정숙성과 넓은 실내 공간도 수준급. 한글화 된 메뉴들 덕분에 MMI 사용도 더욱 쉬워졌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원선웅
SUV 시장은 포화 상태로 들어선지 오래지만 여전히 꾸준하게 신차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SUV라는 차종이 메이커와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이 성숙되면 자연스레 틈새 모델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과 차별화 되는 럭셔리 SUV나 포르쉐 카이엔 같은 고성능 모델이 남아있는 수요층을 공략했다.
아우디의 첫 SUV Q7은 성격이 또 다르다. 우선 차체 사이즈부터 북미 시장을 고려한 것이 역력하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북미의 CUV 시장을 겨냥해 기존 SUV와는 다른 스타일링과 패키징을 갖췄다. 거기다 아우디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까지 갖고 있으니 Q7은 또 다른 틈새시장을 찾았다 해야 할 것이다.
왜건의 실루엣, 승용 감각의 CUV
Q7은 앞모습만 본다면 아우디 차 중 가장 스포티하다. 이는 날카로운 눈매와 커다란 싱글 프레임 때문. 싱글 프레임 그릴은 차체 사이즈에 맞춰 크게 늘어나 SUV로서는 공격적인 느낌을 풍긴다. 이 앞모습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끌지 않나 싶다.
Q7은 전장이 5m가 넘고 휠베이스도 3m가 넘는 대형 사이즈지만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하지만 직접 차를 몰아보면 큰 덩치를 실감할 수 있고 넓은 전폭 때문에 좁은 길에서는 조심스러워진다.
커다란 사이드 미러에는 길쭉한 외부 방향 지시등과 바닥을 비추는 램프, 그리고 운전자가 볼 수 있게 안쪽에도 작은 램프가 달렸다. 사이드 미러 값만 얼마일까 하는 괜한 걱정도 든다.
타이어는 V 패턴의 굳이어 이글 F1으로, 사이즈가 무려 275/45ZR/20인치이다. 20인치 휠만 본다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Q7의 덩치가 있기에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린다. 아니 오히려 이보다 휠이 작다면 어색하지 않을까 싶다. 20인치 휠 안에 숨어있는 커다란 디스크와 캘리퍼는 믿음직스럽다.
Q7의 스포티한 실루엣은 짧은 오버행에서 완성된다. 특히 프론트 오버행이 짧은데, 보기에도 민첩해 보이지만 핸들링과도 관련이 있다. 옆에서 보면 SUV라기 보다는 덩치 큰 왜건의 모습이다.
개방감 만점의 파노라믹 선루프, 시트 배열 다양해
실내의 디자인은 A6와 A8을 섞어 놓은 듯 하다. 시트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볼 때의 느낌은 꼭 키 큰 A8과도 같다. 우드그레인은 도어 트림을 제외하고는 자제한 모습이다. 대신 알루미늄그레인과 직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덩치 큰 SUV답지 않게 스티어링 휠은 작고 스포티하다.
Q7은 A8처럼 지문 인식이 되지는 않지만 키를 소유하고만 있어도 버튼으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으며, 도어의 개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키는 사용 할수록 편리한 장비임에 틀림없다. 글로브 박스도 원터치 버튼으로 열린다.
Q7 사이즈의 SUV에 후방 카메라는 매우 유용한 장비이다. 특히 국내처럼 주정차가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Q7은 후진 기어를 넣으면 후방 시야가 모니터에 나타나면서 하단에는 “조심! 움직이기에 안전합니까”라는 메시지도 친절하게 뜬다. 또 후방 시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 자체도 그래프로 나타내어 주기 때문에 물체와의 거리를 가늠하기가 쉽다. 거기다 그래프가 타이어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모니터만 잘 본다면 부딪칠 일은 없을 듯하다.
세팅으로 들어가면 앞뒤의 경고음과 주파수의 정도까지 세밀하게 세팅도 가능하고, P 모드에서도 파킹 버튼을 누르면 후방 시야를 볼 수도 있다.
실내에서는 어떤 특별한 기능보다는 아우디 차로는 처음 지원되는 한글 메뉴가 눈에 띈다. MMI에 안쪽에 숨어있는 다양한 메뉴들을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우디 코리아는 Q7을 시작으로 A8 등에도 한글 MMI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어 서스펜션은 리프트와 오프로드, 컴포트, 자동, 다이내믹 5가지 모드로 늘어났다. Q7은 분명 온로드 성향이 짙지만 에어 서스펜션의 오프로드 모드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다.
MMI의 인터페이스는 기본적으로 다른 아우디 차와 동일하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 장치는 센터페시아에 독립적으로 마련했고, 센터 플로어에 위치한 MMI 다이얼 주위에도 네비게이션과 라디오, 볼륨, TV 등을 꺼내 놨다. 공조 장치의 한 가지 흠이라면 바람의 세기를 조절할 때 꼭 버튼을 눌러 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 정도.
Q7의 CUV적인 성격은 시트 배열에서 나타난다. 시트 배열은 2-3-2 방식으로, 7인승이 기본이다. 2열 시트는 상단의 고리를 젖히면 쉽게 접힐 뿐 아니라 슬라이딩까지 가능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겠다. 3열은 2열의 거리를 조절해도 성인이 앉기에는 아무래도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헤드룸이 좁아 아이들이 타면 좋을 것 같다.
2열 좌석도 시트의 크기는 좀 작지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까지 부족함 없다. 또 SUV에는 쉽게 보기 힘든 접이식 테이블까지 있다.
3열까지 모두 사용할 경우 짐 공간이 넉넉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3열 시트만 접어도 큰 공간이 생긴다. 3열 시트를 젖히면 헤드레스트가 자동으로 접히는 것은 매우 편리하다. 사실 헤드레스트를 별도로 접거나 분리하기가 귀찮을 때가 많았다. 또 2열까지 모두 접으면 대형 냉장고도 들어갈 만큼 공간이 확장된다. 트렁크는 원터치로 열리고 닫을 때도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닫힌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점점 지붕의 유리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Q7 역시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었다. 2열 승객도 천정의 콘솔 스위치로 블라인드를 전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블라인드를 모두 열면 탁 트인 개방감이 그만이다.
3열의 선루프도 전동으로 틸팅이 가능하고, 1, 2열과 동일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3열 선루프도 앞좌석에서 틸팅이 가능하다.
앞좌석 선루프의 슬라이딩은 7단계로 세밀하게 열고 닫을 수 있다. 원터치로 전체 면적의 80%가 열리고 다이얼을 끝까지 돌리고 있으면 모두 열린다. 속도를 높여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은 적은 편이다. 이는 세심하게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 디플렉터까지 적용했기 때문이다.
안락한 하체, 고속에서도 가속력은 여전
전고를 생각했을 때 시트 포지션은 의외로 높은 편이어서 넓은 시야가 확보된다. 또 큼지막한 사이드미러 때문에 좌우 시야도 시원시원하다. 2, 3열의 헤드레스트를 모두 세우면 후방 시야는 어느 정도 제한적이다. 룸미러로 후방 시야를 보면 차가 크다는 것이 실감난다. A, B 필러가 두터워 시야를 약간 가리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시승차에 얹힌 V8 4.2 FSI는 아우디의 최신형 엔진이다. 아우디는 처음으로 FSI의 V8을 뉴 RS4에 적용했는데, 이 350마력 엔진은 회전수의 한계를 낮춘 디튠 버전이라 해도 좋겠다. SUV에 얹기에는 꽤나 스포티하다.
이 V8 엔진은 아이들링에서는 극히 조용하지만 엔진음을 일정 부분 살려놓았다. 카이엔의 V8만큼은 아니지만 2,000rpm 내외부터 울려 퍼지는 사운드가 약간은 자극적이다. 출력의 수치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FSI가 적용되면서 반응이 좀 더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회전수의 한계도 조금 오른 만큼 변속도 7,000rpm이 되서야 이루어진다.
기어비는 세단보다 무거워진 무게를 고려해 다른 6단 AT보다 조금씩 높게 잡혀 있다. 6단 톱기어로 100km/h 시 회전수는 2,050rpm 정도로, 같은 조건일 때 A8은 1,800rpm 내외이다.
시승차는 미국형이라서 210km/h에서 속도 제한이 걸려있다. 실질적인 최고 속도는 248km/h로, 200km/h를 넘어설 때의 느낌을 본다면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디지털 속도계로 확인하면 215km/h에서 정확하게 리미트가 걸린다.
톱기어로 이때의 회전수는 4,200rpm에 불과하고, 5단에서도 5,500rpm 정도로 아직 회전수의 여유는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최고 속도는 5단에서 나온다 해야겠다. 그리고 기어비가 낮은 6단이지만 이 속도에서도 만족할 만한 가감속을 얻을 수 있다.
1, 2, 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50, 95, 140km/h 내외로 타이트하게 설정되어 있다. 엔진이 좋기도 하지만 3단까지의 기어비 폭이 좁기 때문에 초기 순발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4초로 실제 느낌은 이보다 빠르다.
Q7 4.2의 가속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350마력의 최신 V8을 얹긴 했지만 세단에 비해 중량이 많이 나가고,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SUV지만 고속에서의 가속력도 기대 이상이다.
엔진음을 스포티하게 튜닝했지만 Q7은 방음이 대단히 잘되어 있다. 100km/h 이하에서는 타이어 마찰 소음 이외에는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의 유입이 극히 적다. 반면 100km/h 넘어서면 타이어 마찰음은 사라지고 풍절음이 좀 더 부각된다.
200km/h이 넘는 고속에서도 평상시의 볼륨으로 동승자와 대화를 나눌 정도의 정숙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부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Q7은 제동력도 좋지만 좌우 밸런스가 특히 뛰어나다. 100km/h 이상의 높은 속도에서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안전하게 멈춰 선다. 페달의 초기 답력도 민감해 가다서다가 잦은 시내 주행에서 오른발에 약간의 힘만 주어도 쉽게 멈추고, 제동력이 일정하게 증가해 예측이 가능하다.
푹신한 하체는 시승차가 미국 버전임을 감안할 때 이해되는 부분이다. 에어 서스펜션을 댐핑이 가장 단단한 다이내믹 모드에 놓아도 어지간한 충격은 깔끔하게 흡수해낸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이쪽이 더 취향에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토종 미국 SUV 같이 대책 없이 출렁거리는 것은 아니고 단단한 감각의 아우디 차임을 생각할 때 물렁하다는 뜻이다. A8만큼 댐핑의 변화의 정도가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다섯 가지 모드가 지원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Q7의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Q7 시승 내내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최근 시승한 차 중 가장 시선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다. 굳이 해외의 예를 들지 않아도 국내 발표 전에 올해 물량의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하니 아무리 공급이 넘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여도 잘 만든 제품은 통한 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아우디 Q7 4.2 FSI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5,086×1,983×1,737
휠베이스(mm) : 3,002
트레드 앞/뒤(mm) : 1,651/1,676
중량(kg) : 2,240
엔진 : 4,163cc V8 DOHC 직분사
보어×스트로크(mm) : 84.5×92.8
최고출력(마력/rpm) : 350/6,800
최대토크(kg.m/rpm) : 44.8/3,500
압축비 : 12.5:1
구동방식 : 네바퀴굴림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AT
기어비 ①4.148/②2.37/③1.556/④1.155/
⑤0.859/60.686ⓡ3.394
최종 감속비 : 4.32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최고속도(km/h) : 210(속도 제한)
0-100km/h 가속 시간(초) : 7.4
연료탱크용량(리터) : 100
타이어 : 275/45ZR/20
가격 : 1억 2,45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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