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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투아렉 V10 TDI 인디비주얼 시승기

폭스바겐 투아렉 V10 TDI에는 다른 디젤 SUV와 차별화 되는 여유가 있다. 5리터 트윈 터보에서 나오는 큰 힘이 오른발의 힘을 덜어주고, 굳이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스트레스가 없다. 200km/h를 넘어서도 끈기 있게 발휘되는 가속력과 고속 안정성은 V10 TDI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가죽과 우드그레인으로 마무리한 실내는 고급스럽기 그지없어 럭셔리 SUV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듯 하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박기돈, 원선웅


수년 전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시승 이후 디젤차는 탈 때 마다 흐뭇하다. 저회전부터 팡팡 터지는 토크 때문에 운전이 편하고 즐거운데다 연비까지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디젤차는 빠지지 않고 시승하는 편이다.
디젤차 좋아하는 기자가 예전부터 꼭 타보고 싶은 차가 있었다. 바로 폭스바겐의 투아렉 V10 TDI이다. 300마력이 넘는 디젤 엔진은 어떨지 그 느낌이 궁금했고, 313마력이라는 수치 이외에도 ‘V10\'이 주는 매력도 있었다.
2002년 데뷔 당시 폭스바겐의 V10 TDI는 양산 디젤 중 가장 출력이 높았다. 지금은 같은 그룹 내의 아우디 4.2 V8 TDI가 더 출력이 높지만 폭스바겐의 V10 TDI는 여전히 가장 힘쎈 디젤 엔진 중 하나이다.
시승차의 상태가 완벽치 않아 아쉽긴 했지만 V10 디젤의 실력을 즐기기에는 부족함 없었다.

사이드 스커트와 날개로 멋 부려

어쩌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기본 뼈대를 공유하는 투아렉, 카이엔, Q7은 실루엣이 서로 닮아있다. 특히 투아렉과 카이엔이 닮았는데, 뒤에서 보면 낮게 주저앉은 모습이 영락없는 왜건이다. 또 두터운 사이드 스커트까지 있어 더 낮아 보인다. 그만큼 안정감 있는 모습이며, 실제로 차고도 조금 낮다.
지붕에는 스포일러까지 달려, 다른 투아렉이 시샘할 만큼 멋을 부렸다.

투아렉 V10 TDI는 18인치가 기본이지만 시승차는 옵션인 19인치 휠을 끼웠다. 사이즈는 275/45ZR/19로, 휠 사이즈만 다를 뿐 얼마 전 시승한 아우디 Q7 4.2와 동일하다. 대신 타이어는 전혀 다르다.


투아렉 V10의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 로쏘로, 가장 접지력 좋다는 타이어 중 하나이다. 투아렉 V10은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편하게 타는 컨셉트이고, 다른 SUV보다 오프로드가 좀 더 강조된 모델인데 타이어는 소음과 접지력이 탁월한 것을 끼워 놨다. 어쨌거나 비싸고 그립 넉넉한 타이어를 보니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인디비주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실내

기본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투아렉 V10의 실내는 극히 고급스럽다. 엠블렘을 보지 않으면 폭스바겐 차라 생각 못할 만큼 비싼 가죽들로 치장해 놨다. 소재나 플라스틱의 질감이 독일 프리미엄 3사에 못지않다.

예전 파리 오토살롱 취재 때 투아렉 W12 스포트의 고급스러운 실내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출시된 V10 TDI 인디비주얼 역시 시트에 앉아 느끼는 감촉과 느낌이 다른 투아렉과는 명백히 차별화 된다.
폭스바겐은 얼마 전 인디비주얼 디비전을 정식으로 출범했는데 이런 식으로 몇 년 지나면 폭스바겐이 아니라 룩서스(럭셔리)바겐으로 회사명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싶다.

V10 TDI 인디비주얼은 우선 시트만 해도 천연 가죽이다. 만져보면 부드러움이 일반 가죽과는 다르다. 다른 폭스바겐 스포츠 시트보다 몸을 잡아주는 맛은 좀 덜하지만 쿠션을 좀 더 강조했다. 시트의 색상도 황토색 계열로 다소 생소하다. 시트 가장 자리와 도어 트림은 나파 가죽이다.
또 대시보드를 제외한다면 플라스틱이 별로 보이지 않을 만큼 알루미늄과 우드그레인을 많이 사용했다. 우드그레인도 검은색에 가까운 블랙 포퓰러를 사용해 느낌이 조금 다르다. 키리스 액세스와 시동 버튼도 고급스러움을 부추키는 요소.

속도계의 눈금은 320km/h까지 새겨져 있어 폭스바겐 차 중 가장 큰 스케일이다. 물론 이 속도를 쓸 수는 없겠지만 가장 힘쎈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차 크기에 맞게 큼직큼직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인터페이스도 간단하다. 기어 레버 뒤에는 주행과 관련된 전자 장비들의 버튼이 모여 있다. 오프로드 주행성까지 생각해 전자식 디퍼렌셜이 있고, 에어 서스펜션과 댐핑도 다이얼을 돌려 간단히 조정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은 160~300mm 사이에서 차고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별도로 잠금 기능 버튼이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수납함은 자잘한 물건을 넣는 데 요긴할 듯 하다. 선루프는 Q7처럼 원터치로 80%가 열리고 다이얼을 끝까지 돌리고 있으면 나머지 20%가 모두 열린다.

트렁크는 당연히 열고 닫는 것이 모두 전동식이다. 다만 닫힐 때 속도가 다른 차들에 비해 다소 빠르지 않나 싶다. 무심코 있다간 머리를 찧을 수도 있겠다. 물론 닫힐 때 물체가 걸리면 다시 열리는 안전 장치가 있다.

뒷좌석도 앞좌석과 동일한 시트이다. 특별한 편의 장치는 없지만 공간이 넉넉하고 공조 장치도 듀얼이다. 뒷좌석의 발판까지 조명이 들어오는 것은 정말 사치스럽다. 음악 애호가에게는 6CD 체인저가 트렁크에 있는 것이 불만일 수 있겠다.

겉에서 본다면 시트 포지션이 별로 높지 않을 듯하지만 시트를 최대한 낮춰도 넓은 시야가 확보된다. 큼지막한 사이드미러 때문에 후방 시야도 꽤 좋다.

추월 가속 빠르고, 조향 정확해

시승차를 받기 전 차의 상태가 좋지 못해 아이들링 시 소음이 심해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다른 V6나 4기통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둥둥둥’ 하는 저음이 좀 더 강조되었다.
아이들링에서 가속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엔진음은 바로 달라진다. 약간은 으르렁 거리는 듯한 저음이 조금은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최신 기술의 디젤보다 전체적인 회전 질감은 떨어진다.

투아렉 V10의 차체 중량은 2.5톤이 넘을 정도로 비슷한 급의 SUV 중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넉넉한 배기량이 있기 때문에 일단 아이들링만 벗어나면 운전자의 의도대로 쉽게 움직인다.
회전수가 대략 2,000rpm에 이르러야 본격적인 토크가 나오지만 작동이 매우 부드럽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회전수가 4,500rpm이 되기 전에 자동으로 시프트 업 된다. 시프트 업 포인트가 다소 낮은 편이지만 이 정도 배기량과 토크면 굳이 더 높은 엔진 회전수를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제원상 100km/h 가속 시간은 7.8초로 310마력의 V8 가솔린보다도 빠르다. W12를 제외한다면 라인업에서 가장 순발력이 좋은 셈이다. 반면 차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그런지 초기 가속력은 수치만큼 몸에 와닿지 않는다.

투아렉 V10 TDI의 기어비는 페이톤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최대한 쓸 수 있는 회전수의 한계가 가솔린보다 2,000rpm 정도 낮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타이트한 셈이다. 1단의 최고 속도는 35km/h 정도, 3, 4단도 120, 155km/h 정도로 보폭이 좁다. 6단은 100km/h에서의 회전수가 1,500rpm일 정도로 매우 낮은 기어비지만 5단 210km/h에서 6단으로 넘어가도 속도가 꾸준하게 올라간다.

앞서 얘기한대로 초반에 기대한 만큼의 폭발력은 없지만 투아렉 V10은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기어비를 생각할 때 최고 속도는 5단에서 그치지 않을까 했지만 예상외의 힘으로 차를 밀어붙인다. 역시 배기량에서 나오는 큰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평지에서 제원 상 최고 속도인 225km/h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시승 당일 날에도 어렵지 않게 220km/h를 기록했다.

댐핑은 다이얼로 조절하는데, 컴포트와 스포트의 전환이 빠르다. 스포트에서 컴포트로 바꾸면 롤과 바운싱이 증가하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하체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편이어서 오프로드 주행이 아니라면 보통 때에도 스포트 모드로 놓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부드럽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가면 단단함이 살아나는 것은 폭스바겐스러운 부분이다.

스티어 특성은 예상외로 뉴트럴이다. 이정도 무게의 SUV에는 언더스티어 세팅이 당연하고 차체가 바깥쪽으로 밀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투아렉 V10은 거의 뉴트럴 특성을 보인다. 속도가 올라가면 그 무게에 의해 차체는 기울지만 프론트와 리어는 조향하는 만큼 일체가 돼서 따라온다. 거동 능력은 당연히 다르지만 이런 느낌은 골프 GTI와도 약간 비슷하다.

브레이크는 무거운 차체를 생각하면 정말 강력하다. 일반적인 속도에서는 페달에 발만 살짝 올려놓아도 충분하고, 급제동에서도 큰 노즈다이브 없이 속도가 사르르 줄어든다. ABS 작동 시 페달로 전해지는 진동도 극히 적은 편이다.

투아렉 V10 TDI 인디비주얼은 엔진과 실내의 고급스러움에서 럭셔리 SUV임을 분명히 한다. 국내 출시 가격은 1억 2,700만원으로, 비슷한 차값과 배기량의 가솔린 SUV 대비 경제성과 패키징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투아렉 V10 TDI 인디비주얼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754×1,928×1,703
휠베이스(mm) : 2,855
트레드 앞/뒤(mm) : 1,655/1,670
중량(kg) : 2,536

엔진 : V10 4,921cc DOHC
보어×스트로크(mm) : 81×95.5
최고출력(마력/rpm) : 313/3,750
최대토크(kg.m/rpm) : 76.5/2,000
압축비 18.5:1

구동방식 : 네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6단 AT
기어비 ①4.15/②2.37/③1.56/④1.16/
⑤0.86/6.0.69
최종감속비 3.27:1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최고 속도(km/h) : 225
0-100km/h 가속 성능(초) : 7.8
최소회전반경 --
연료탱크용량(리터) : 100
연비 : --
타이어 : 274/45ZR/19
차량가격 : 1억 2,700만원(VAT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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