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기함 A8은 몇 번의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기존의 하이테크에 완숙함이 더해졌다. 2002년 데뷔한 A8은 현대적인 아우디의 시작이며 4.2 모델은 라인업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ASF와 세련된 파워트레인은 매끄러운 주행 성능으로 나타나며 210km/h의 속도 제한이 안타까울 만큼 자세가 안정적이다. 부분 변경되었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내비게이션과 부족한 뒷좌석 편의 장비는 옥에 티라 할 수 있다.
글 /
한상기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아우디는 어느 메이커보다도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아우디가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위치가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럭셔리 빅3는 메르세데스와 BMW, 그리고 재규어였다. 하지만 재규어의 자리를 아우디가 꿰찼다. 재규어의 브랜드 밸류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판매 대수가 너무 적고 상대적으로 아우디의 약진이 눈부시다. 아우디 때문에 독일의 럭셔리 빅3는 세계의 럭셔리 빅3로 통한다.
현대적인 아우디의 시작은 바로 기함 A8이다. A8을 시작으로 아우디의 공격적인 디자인과 신차 출시가 이어졌다. BMW나 메르세데스 보다 판매 대수 면에서 뒤지고 있지만 상승세는 가장 무섭다. 2000년대 들어 BMW와 벤츠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우디는 기세에서 두 메이커를 뛰어넘는다. 현재의 추세라면 2010년에 아우디의 매출은 BMW와 동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앞으로 3년 동안 아우디의 판매가 매년 10%씩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는 현재의 BMW 보다 약 3배에 해당한다. 아우디는 작년 100만대 클럽 가입에는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상반기에 50만대를 넘게 팔았다.
아우디 성장의 원동력은 참을성 있게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공격적 신차 출시이다. 공교롭게도 2002년 A8 이후 나온 모델은 하나 같이 잘 팔리고 있다. 아우디는 98년 TT 외에는 디자인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A8 이후 A6와 A4, Q7, A5 쿠페 등의 신차가 모두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아우디는 A8부터 디자인의 존재감이 뚜렷해졌지만 주행 성능도 월등하게 좋아졌다. 이제 BMW와 벤츠, 아우디를 놓고 볼 때 취향의 차이에서 선택이 결정된다.
아우디는 2015년까지 15개 신차종 출시와 세계에서 가장 순이익이 높은 프리미엄 메이커라는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프리미엄급에서 기함의 존재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2010년 이후로 예정된 차기 A8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도 관심사이다.
외관은 약간의 디테일 변경, MMI는 오타 고쳐져
A8은 여전히 단정한 모습이다. 롱 휠베이스가 아닌 숏 보디지만 당당하면서도 장중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늘씬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싱글 프레임 그릴은 스포티한 이미지의 핵심으로, 아우디 디자인의 아이콘 역할을 맡고 있다. 스포티한 매력과 고급 세단의 당당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또 19인치 휠을 신고 있지만 별로 커 보이지 않고, 앞뒤 오버행도 대형 세단치고는 짧은 편이다.
외관에는 약간의 디테일 정도만이 변경되었다. 그릴 주위와 도어 프레임 주변은 크롬을 덧대 고급감을 살렸으며 범퍼 하단에는 가는 핀이 새로 더해졌다. 또 사이드미러에는 LED 방향지시등이 더해졌는데, 다른 아우디와는 달리 조금은 어둡다. 테일 램프 디자인도 조금 변경되었다. 타이어는 초기 시절부터 써오던 255/44 사이즈의 피렐리 P 제로 로쏘이다.
실내의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다. 외관 보다 더 변화가 없다. MMI의 경우 그동안 어색했던 한글의 오타가 수정된 정도이다. 예를 들어 어텝티브→어댑티브로 수정되었다. 개인적으로 독일 3사 중에서는 아우디의 MMI가 가장 사용이 손쉽다. 다이얼을 돌리는 감각도 정확하지만 각 메뉴를 주위에 꺼내놓아 접근이 쉽도록 한 것이 돋보인다.
LCD 스크린을 통해 조작 상황을 볼 수 있는 MMI는 공조 장치를 비롯한 모든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다. 큰 메뉴로 들어가 다이얼 레버 주위의 버튼을 통해 작은 메뉴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이얼로 메뉴를 고를 수 있고, 다이얼 윗부분을 누르면 선택이 된다. 이전 단계로 다시 갈려면 RETURN 버튼을 누르면 되고, 자주 쓰는 라디오 볼륨 버튼은 별도로 빼놓았다. MMI는 사용법이 간단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버튼의 개수보다는 세부 기능이 훨씬 많으므로 완전한 숙지를 위해서는 다소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번 부분 변경 모델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다른 MMI 버튼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반드시 리모컨의 모드 버튼을 눌러야 MMI를 사용할 수 있다.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장점을 일부 잃어버린 것이 아쉽다. 모니터의 화면이 작고 화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1억이 훨씬 넘는 차에 이런 저화질 내비게이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계기판에는 지문 인식이 더러워질 경우 닦으라는 자막도 친절하게 나온다. 지문 인식은 여전히 아우디 만의 기능으로 오너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파워 클로징 도어도 새로 추가되었다.
실내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짜임새는 익히 경험한 대로 최고 수준이다. 손끝에 닿는 버튼들의 작동 촉감도 짝짝 달라붙는다. 차갑지만 감성적인 면도 있다. 시트는 운전 자세를 잡기 매우 편하며, 몸을 잘 잡아준다. 문을 열 때마다 두터운 도어 스텝과 B 필러가 유달리 눈에 띈다.
롱 보디에 익숙해졌던 오너라면 A8 숏 보디의 2열이 좁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제공한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기울기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열처럼 등받이의 상단도 조절 가능한 것이 돋보인다. 여전히 아쉬운 점은 2열에 컵홀더와 열선 이외에는 별다른 편의 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트렁크는 대단히 넓고 깊다. 깊기도 하지만 상하의 높이가 커 어지간한 물건을 모두 실을 분위기다. 독특한 것은 트렁크를 열면 반사판이 있다. 보통 독일 고급차들은 수리 킷에 반사판이 포함되는데 A8은 트렁크 입구에 빨간색 반사판을 마련해 놓았다.
몸놀림 가볍고 직분사 V8은 회전이 스포티해
아우디 A8은 아직도 4.2리터의 배기량을 고집하고 있다. BMW와 벤츠는 V12 바로 아래급 엔진을 5리터 내외로 새로 개발했지만 아우디는 4.2에 직분사 시스템만을 더해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듯 보이지만 ASF 때문에 실제로는 누구나 만족할 만큼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A8 4.2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3초로, 배기량을 감안한다면 750i의 6초나, S500의 5.4초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A8 4.2는 차체 중량이 1.8톤으로 가볍기도 하지만 1단의 기어비를 높게 잡아 출발부터 튕겨나간다는 표현이 어색치 않다. 가속 페달의 초기 반응이 빨라 오른발의 입력에 충실히 움직인다. 어지간해서는 변속기의 수동 모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힘을 얻을 수 있다. V8 엔진은 대배기량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7,000rpm까지 회전수를 쓸 수 있다. D 모드에서 가속해도 이 시점까지 시프트 업을 하지 않는다. 레드존 부근에서도 토크의 하락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회전 질감도 우수하다.. A8의 V8 4.2 블록은 클래스에서 가장 스포티하다.
시승차는 210km/h에서 속도가 제한된다. 자세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속도가 더 올라가지 않는 것에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A8 4.2는 6단으로 달릴 경우 200km/h에서도 회전수가 3,600rpm에 불과해 높은 속도를 편하게 크루징 할 수 있다. 200km/h 이상의 고속에서도 가감속이 자연스럽다. 제한이 없는 A8 4.2는 계기판 상으로 270km/h까지 가속이 된다.
A8은 데뷔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여전히 높은 상품성을 갖고 있다.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은 변속기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ZF 6단은 아직도 가장 우수한 변속기 중 하나지만 BMW가 쓰고 있는 2세대와는 반응 면에서 약간의 열세를 보인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시프트 패들은 양손에 자연스럽게 닿는다. 개인적으로 시프트 패들이 고정된 것 보다는 A8처럼 스티어링 휠과 같이 돌아가는 방식이 더 조작이 쉽다. 초기의 A8은 손가락 하나로 돌릴 수 있을 만큼 스티어링 휠이 너무 가벼웠지만 이번 부분 변경 모델은 적당히 무게가 실렸다.
하체가 꽤 단단한 것을 생각하면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거기다 19인치 휠과 45 시리즈의 고성능 타이어를 생각하면 좋은 승차감을 만드는 섀시 기술이 돋보인다. 이런 승차감은 MMI로 서스펜션을 다이나믹으로 세팅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에어 서스펜션은 MMI로 간단하게 세팅을 바꿀 수 있으며, 컴포트와 다이내믹 모드의 성능이 확실하게 차별화 된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 두 모드 사이를 번갈아 사용해 본 결과 모드 전환이 빠르고 누구라도 바로 느낄 만큼 감쇄력의 차이가 생긴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할 경우 5m 넘는 대형 세단으로서는 정말 코너링이 좋다. 비틀림 강성이 강한 ASF와 콰트로, 거기다 ESP를 비롯한 전자 장비들이 보이지 않게 운전자를 지원한다. 프론트의 무게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과도한 코너링시 머리가 안쪽을 파고드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우며, 리어 역시 충실히 따라와 준다. P-제로 로쏘 타이어는 주행 중 소음이 불만일 수 있지만 접지력으로 그런 단점을 십분 보상한다. 고급 세단임을 감안해 ESP의 개입은 다소 빠른 편이다.
강력한 브레이크는 또 다른 장점이다. A8의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이 너무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제동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그 힘만큼 충실하게 반응하며, 200km/h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도 순식간에 속도가 100km/h 이하로 줄어든다. 제동 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A8 4.2 콰트로는 여전히 대형 스포츠 세단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롱 보디가 아니어서 움직임은 더 날래졌지만 뒷좌석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 거기다 다른 아우디처럼 이번 부분 변경 모델도 가격 인하가 있었다. 몇몇 편의 장비가 추가됐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1천만 원 넘게 가격이 내려갔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가격이겠지만.
2008 아우디 A8 4.2 FSI 콰트로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62×1,894×1,444mm
휠베이스 : 2,944mm
트레드 (앞/뒤) : 1,629/1,615mm
최저 지상고 : --mm
중량 : 1,980kg
엔진
형식 : V8 DOHC 직분사
배기량 : 4,163cc
최고출력 : 350마력/6,800rpm
최대토크 : 44.9kg.m/3,500rpm
보어×스트로크 : 83.0×91.4mm
압축비 : 12.5:1
섀시
구동방식 : AWD
서스펜션 (앞/뒤) : 4링크/트래퍼조이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변속기
형식 : 6단 AT
기어비 : 4.171/2.340/1.521/1.143/0.867/0.691
최종감속비 : 3.539
성능
0-100km/h 가속 : 6.3초
최고속도 : 210km/h(속도 제한)
최소회전반경 : 6.1m
타이어 : 255/45R19
연료탱크 용량 : 90
연비 : 7.5km/리터
차량 가격 : 1억 2,850 만원
* 가격과 제원 일부에 오기가 발견되어 수정하였습니다. (2008년 6월 5일/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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