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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존하는 지상 최고의 가스차, BMW 하이드로젠7

여기, BMW의 최고급 세단을 베이스로 한 가스차가 있다. 이 차는 은박지 그림을 오려 붙인 모범택시가 아니다. LPG가 아닌 LH2, 즉 액화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자동차인 것이다. 수소차라고 하면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이 차는 이미 연구용 차량의 단계를 넘어섰다. 양산차나 다름없이 사소한 부분까지 공들여 만들어진 하이드로젠7을 시승해보면 30년 전부터 수소엔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는 BMW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질 지경. 수소 연료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아직도 갈 길이 구만 리쯤은 되지만, 임박한 석유자원의 고갈을 우리가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사이에도 의미 있는 발걸음은 내디뎌지고 있는 것이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박기돈,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BMW의 수소차 ‘하이드로젠7(이하 H7)’이 한국에 왔다. 2007 서울모터쇼 때도 ‘아시아 최초’라며 전시된 적이 있으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는 전시만 하고 돌아갔었는데, 이번에는 시승행사를 하겠단다. 그것도 열흘에 걸쳐서. 전시차만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먼 미래, 다른 세상의 얘기로만 생각해서 뭔가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실, 기자만 해도 그랬다. 유럽 등지에서 이미 일반인들에게 대여를 시작했다고 듣긴 했는데,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차량을 보고서도 ‘전시용 차를 참 잘 만들었네’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속이 들여다보이도록 만들어진 그때의 그 전시차는 이번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이 행사를 위해 총 다섯 대의 H7이 한국에 온 것이다. 아니, 차를 몇 대나 만들었길래 다섯 대나 갖고 왔지?

100대다. 2006년 가을, 파리모터쇼에서 데뷔한 H7은 그 해 연말부터 100대가 한정 생산되었다. 그것도 딩골핑의 BMW 생산라인에서 보통의 5,6,7시리즈와 함께 말이다. H7은 엔지니어들의 품 안에만 있어야 하는 실험용 차량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타고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BMW의 대량 생산차 개발기준으로 만들어진 차다. 그래서 월드 투어의 임무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다섯 대 외에 상당수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수소충전소가 세워진 일부 국가에서 일반인들이 빌려 타고 있단다. 사실 이 차를 타볼 기회를 얻은 사람들 중에는 각 나라의 지도층 또는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많다. 정책결정과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을 통해 수소차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석유고갈이 머지않은 현 시점에서 자동차가 조금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손꼽힌다. BMW 역시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에 대한 연구로서 수소에너지를 주목해왔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할 인프라구축은 BMW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사회적 인식이 시급한 이유다. 때문에 BMW는 다른 업종은 물론, 다른 자동차회사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현재 각 자동차 회사들이 연구하고 있는 수소 이용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이중 메르세데스-벤츠, GM, 현대 등이 주력하고 있는 ‘연료전지(fuel cell)’차량은 수소를 이용한 자체발전으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형식이다. 반면 BMW의 수소자동차는 일반 내연기관 엔진에 수소가스를 넣고 폭발시켜 움직이는, 말하자면 ‘가스차’다. 일단 이 방식은 기존의 엔진을 개량해 쓰기 때문에 경비가 절감되고 위화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BMW 외에는 포드/마쓰다 정도가 이러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H7의 베이스가 된 760Li는 BMW의 기함에 해당하는 최고급 세단이니만큼, 이런 종류의 가스차 중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럭셔리하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H7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에 시판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양산차에 준하는 기준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가령 수소의 특성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몇 가지 주의사항만 주지시키고 키를 맡기면 아무 어색함 없이 운전하고 차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실하거나 엉성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동차용 공공 수소충전소는 전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소차를 아무 곳에서나 몰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BMW는 H7을 가솔린 겸용으로 만들었다. 본래 88리터 용량인 7시리즈의 가솔린 탱크를 74리터로 줄이는 대신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는 택시에 실린 LPG탱크가 우습게 여겨질 사이즈의 수소탱크를 숨겼다. 덕분에 트렁크공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뒷좌석 다리공간도 몇 cm는 짧아졌다. 본래 760Li는 760i보다 휠베이스가 138mm긴데, BMW는 H7의 뒷좌석이 760i보다 25mm 길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워낙 넓은 차이다 보니 7시리즈 롱휠베이스 버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 이상 실내공간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 듯 하다.

BMW는 럭셔리 세단에도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7시리즈를 베이스로 했다고 말하는데, 혹시 그 반대는 아닐지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간이 협소한 작은 차에 탑재하기에는 수소시스템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BMW측의 답변은 3시리즈 정도의 크기만 되면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의전용으로 제공해 그들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에 7시리즈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수소탱크의 무게와 부피가 현재까지의 기술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1978년부터 수소엔진을 연구해왔다는 BMW는 84년에 선보인 745 터보 이후로 거의 대부분 7시리즈를 기본으로 한 수소차를 선보여왔다. 750hL(2000)과 745h(2001), 경주차 H2R(2004)의 뒤를 이은 H7은 수소 모드에서 200km, 가솔린 모드에서 500km를 달릴 수 있어, 양쪽 탱크를 모두 채운 상태에서는 총 70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충분히 실용적이라 할 수 있는 수치다. 특히 가솔린만 넣어도 달릴 수 있으니 빌려 타는 사람들 중에는 수소충전소에 들르는 것을 게을리 하고 있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올 3월에는 수소 전용의 H7이 공개되기도 했다. )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시켜 부피를 1100분의 1로 줄인 상태에서 취급된다. H7에 주입될 때도 마찬가지. 다른 메이커의 연료전지차량들은 고압수소로 탱크를 채우는 경우가 많지만 H7의 170리터짜리 수소탱크에는 7.8kg의 액화수소가 들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탱크 자체에 별도의 냉각장치가 없다고 하는 점이다. 바깥쪽이 20mm 두께의 얇은 스테인레스 철판으로 된 수소탱크는 안쪽 탱크와의 사이에 30mm의 진공 공간을 두고 있다. 이 이중벽 구조의 초절연층은 17미터 두께의 스티로폼에 상응하는 단열효과를 낸다. 끓는 커피를 넣으면 80일 후까지 따뜻한 온도가 유지되고, 얼음으로 채우면 다 녹는데 13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다.

탱크 안에서는 자연적으로 기화가 일어나 내부압력을 높이며, 생성된 수소가스는 탱크 압력에 의해 엔진까지 공급된다. H7의 엔진은 760i의 5,972cc(6.0리터) V12를 수소 겸용으로 개량한 것으로, 밸브트로닉과 더블바노스 기술을 그대로 쓰고 있다. 가솔린은 본래대로 실린더 안에 직접 분사되지만, 수소는 레귤레이터를 거쳐 공기와 섞인 뒤 실린더로 유입된다. 점화플러그에 의해 폭발되는 것은 가솔린과 마찬가지. 수소의 고온연소과정을 감당할 수 있도록 냉각라인을 갖춘 피스톤을 적용하고 탄소에 의한 윤활효과가 없는 점을 감안해 피스톤 링을 변경하는 등 기계적인 변화를 주었다. 각기 다른 성질의 연료를 동시에 취급하기 위해 고도의 전자제어기술이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수소모드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수증기를 생성시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연소과정자체에서는 문제가 되는 배출 가스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덕분에 배기구에 컵을 대고 있다가 모아진 물을 마신다거나 어항에 부어 물고기를 풀어놓는 등의 쇼도 가능한 것이다. 활성 카본 필터 세척과 윤활유 연소 과정에서 탄화수소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긴 하지만 그 양은 극히 적다. 가령 가솔린 모드 사용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2 g/km이지만 수소모드에서는 5.2 g/km로 60분의 1도 채 안 된다. 고온연소에 의한 질소산화물 생성은 다량의 산소를 유입시켜 억제하며 배출과정에는 촉매시스템이 관여한다. 시동은 기본적으로 수소모드에서 걸리도록 되어있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가솔린 모드의 경우 촉매가 일정온도에 이르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져 배기가스를 제대로 걸러주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수소모드를 먼저 쓰도록 하는 것이다. 2~3초 정도의 짧은 지연을 거치는 시동과정은 그 소리가 꽤 멋지다.


시승코스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이천까지 80km정도의 거리. BMW와 독일계 가스회사인 린데는 수소차의 월드투어를 위한 이동형 수소 충전소 시스템을 개발, H7들과 함께 공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시스템이 이천의 BMW그룹 부품 물류센터 옥외주차장에 설치되었다. 시승은 차 한대에 스텝까지 네 명이 타고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운전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H7의 실내장식과 편의사양 등은 760Li 또는 760i의 그것 그대로이다. 다만 도어스커프에 박힌 ‘BMW Hydrogen Power’, 매트의 ‘Hydrogen7’ 로고가 일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이 운전석에 올랐다고 쳤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유일한 단서는 시트 아래쪽에 달린 소화기(수소자체는 연소될 때 화염이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다지만)뿐일 것이다. 수소 전용의 연료주입구 작동 버튼과 수소모드를 위해 변경된 계기판의 일부 디테일, 그리고 스티어링휠의 연료변경버튼은 신경 써서 보아야 알 수 있는 차이점이다. 수소 감지시 빨갛게 변해 누출여부를 알려준다는 도어의 잠금버튼 부분도 마찬가지.

수소와 가솔린 사이의 연료 전환은 오른손 엄지로 스티어링 휠의 ‘H2’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간단명료하게 이루어지는데, 실제로 주행 중 연료를 전환시켜도 실내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중앙하단에 커다랗게 ‘H2’ 표시를 띄워주는 계기판을 보지 않는 이상 다른 승객은 물론 운전자조차 모드가 변경되었음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집요한 우리 시승팀은 그래도 뭔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차를 다그쳤고 약간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변속기를 수동모드에 놓고 강제로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수소모드에서는 갈갈갈하면서 디젤 엔진을 연상시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엔진 본체가 아니라 엔진룸에 추가된 수소공급장치의 레귤레이터에서 나는 것이라서 디젤차처럼 진동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차를 주차해놓고 보닛을 열어보면 공회전 중에도 그 소음이 만만치 않은데, 희한하게도 보닛을 닫으면 가솔린모드일 때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대단한 흡음, 방음기술이 아닐 수 없다. 일부러 조건을 만들지 않는 한, 일반 주행시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뭔가 눈치챌 수 있는 것은 수소모드에서 가솔린 모드로 넘어갈 때이다. 수소모드에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한 채로 연료전환 버튼을 누르면 약간의 멈칫거림이 발생한다. 트렁크 쪽에서 ‘찰칵’하고 작은 차단기 소리가 들리는 것도 수소에서 가솔린으로 전환될 때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일상적인 운전으로 돌아가 변속기를 D에 놓자 H7은 수소모드에서도, 가솔린 모드에서도 760Li와 다름이 없었다.

아, 760Li의 괴력을 생각하면 H7은 순발력이 부족하긴 하다. 수소시스템의 탑재로 무게가 늘어난데다가 H7의 최고출력은 가솔린/수소모드에 상관없이 260마력으로 묶여있다. 본래 445마력인 760Li에 비하면 한참을 뒤지는 것이다. 수소를 쓸 때는 그렇다 치고, 가솔린모드에서는 왜? 주행 중 연료를 전환시켰을 경우 급작스러운 출력 변화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7은 여전히 0-100km/h를 9.5초 만에 끊을 수 있으며 230km/h까지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덩치에 맞게 품위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달리기에는 충분한 힘을 낸다.


그리고, BMW는 이런 차에서도 ‘Sheer driving pleasure’를 말한다. 수소 시스템으로 인해 늘어난 뒤쪽하중에 맞게 서스펜션과 전자제어장치를 개조했고, 새로 양산차를 개발하듯이 데스밸리, 뉘르부르크링 서킷 등지에서의 테스트도 마쳤다. 760Li에 비해 늘어난 몸무게가 200kg 남짓으로 억제된 것은 그나마 차체 일부 패널을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한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외관상 구분되지 않는다. 타이어는 기본형에 245/50R18 사이즈의 런플랫을 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시승차는 옵션사양인 275/40R19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프리머시를 끼우고 있었다.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갔어야 할 트렁크 바닥 밑 자리에는 복잡한 수소 관련 장비가 가득 차 있다. H7은 유로 NCAP 기준에 준한 BMW의 자체 충돌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으며, 수소 탱크는 섭씨 1000도로 70분간 가열해도 손상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홍보용으로 덧붙여진 푸르스름한 은박 장식을 걷어내고 나면 H7은 겉보기에도 760Li와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본다면 수소시스템의 탑재를 위한 노력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눈치채기 어렵지만 H7의 보닛은 다른 7시리즈에 비해 가운데 부분이 한번 더 솟아 있다. ‘파워 돔’으로 불리는 이 부분은 엔진 위로 추가된 수소 공급장치를 수용하기 위해 변형된 것이다. 또, 수소 시스템의 추가 냉각을 위한 흡기구가 앞 범퍼 하단의 안개등을 대체했다.

한편, 뒷범퍼에서 중요한 것은 추가된 크롬장식이 아니다. 좀더 자세를 낮춰서 가운데 하단에 뚫린 두 개의 구멍을 봐야 한다. 이들은 엔진으로부터 연결된 배기구와는 별개로, 오른쪽으로는 공기가 들어가고 왼쪽으로는 수증기가 나온다. 엔진이 수소를 사용하지 않을 때 수소탱크에서 기화된 수소가 내부압력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도록 촉매제로 산소와 반응시켜 수증기로 빼내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엔진 정지상태로 주차되어 있을 때 스스로 작동하며, 만약 9일 동안 차를 쓰지 않는다면 액화수소는 모두 기화되어 차 밖으로 버려지고 20km를 달릴 정도의 분량만 남는다고 한다. (수소가 모두 소진되고 나면 자동으로 가솔린 모드가 된다.)
또, 시스템이 고장 나더라도 수소가스는 공기에 희석돼 배출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다. 수소는 공기 중으로 유출될 경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쉽게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H7의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레버에는 이 차를 반드시 옥외에 주차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지붕의 샤크 안테나 앞쪽으로 달린 배출구는 밀폐공간에 주차할 경우 수소가스의 옥외 배출용 튜브를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가솔린 연료주입구의 위쪽, C필러에 자리하고 있는 수소충전용의 연료캡은 ‘Hydrogen’ 엠블렘만큼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차이점이다. 일부가 투명한 재질로 된 이 뚜껑은 운전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열려 젖혀진다. 실은 두 번을 눌러야 열린다. 처음 누를 때 시스템의 안전성을 체크하고, 이 과정에서 OK가 떨어져야 실제 작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수소센서가 시스템의 다섯 곳에 부착되어 있고, 온도와 압력도 모니터링 된다. 뚜껑이 열리려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주차브레이크가 잠겨있어야 하고 변속기도 P위치에 있어야 한다. 남은 수소 연료를 체크해 일정량 이상 충전되어 있을 때에는 연료캡이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연료캡이 열린 상태에서는 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주유건을 꽂은 상태로 출발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사고가 방지된다.

수소충전장치는 경주용차의 급속주유장치 마냥 생겼다. 커다란 튜브를 주입구에 갖다 꽂아주면 나머지 과정은 알아서 진행되는데, 튜브 안쪽은 의외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무게가 꽤 나가며, 안쪽으로 영하 250도의 액체수소가 통과하는데도 손에 만져지는 부분은 차갑지 않다. 수소 주입에 앞서 주위의 수분이 얼어 붙지 않도록 질소가스를 이용해 배관주위 공기를 불어내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러고 나면 튜브와 차 안에 달린 각각의 밸브가 90도로 꺾이면서 안쪽으로 주입관이 관통하고, 액체수소의 공급이 이루어진다. 차와 충전기 사이에는 통신이 이루어져 어느 한쪽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공급이 중단된다. 독일에 있는 정식 충전소 시설을 이용하면 약 8kg을 완전히 채우는데 8분이 걸린다는데, 이번에 이용한 시설은 간이 형태이다 보니 2~3분이 더 소요되었다.


시승차에 7.36kg을 충전하고 나니 충전기의 화면에는 40.50유로라는 비용이 표시되었다. kg당 5.5유로라는 얘기다. 그런데, 베를린에 있는 정식 수소충전소의 시세로는 kg당 9유로가 맞다고 한다. 엉터리지만 계산을 한번 해보자. 수소모드시의 연비는 3.6kg/100km, 가솔린모드시에는 13.9리터/100km이므로, 모드별 연료비가 나온다. 1유로가 1,625원, 휘발유가 리터당 2,200원이라고 치면 똑같이 100km를 달릴 때 가솔린은 3만원, 수소는 5만 3천원이 드는 셈이다. 물론 지금의 이러한 계산은 별 의미가 없다. 당장이야 기존 차보다 돈이 더 들고, 성능이 떨어지고,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이런 것조차 배부른 소리였다고 추억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르니 말이다.

물론 수소를 연료로 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대기 중에 널린 것이 수소라고는 하지만 이를 연료로 쓰려면 생산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천연가스 스팀개질과 부분산화, 그리고 석탄가스화 공정 등으로, 석유자원 사용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래에는 태양열과 풍력, 수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얻고 그 수소가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다시 물로 돌아가는 재생산 사이클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있지만 이것 역시 단시간 내에 손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물론 BMW만이 당면한 과제가 아니다. 직접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BMW 하이드로젠 7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79×1,902×1,489mm
휠베이스 : 3,128mm
트레드 앞/뒤 : 1,578/1,582mm
공차중량 : 2,460 kg (EC, 운전자 무게 75kg포함시)
트렁크용량 : 225 리터

엔진
형식 : V형 12기통 가솔린 직분사 / 수소가스
배기량 : 5,972cc
보어×스트로크 : 89.0 X 80.0 mm
압축비 : 9.5:1
최고출력 : 260마력/5,100rpm
최대토크 : 39.8 kgm/4,300rpm
구동방식: FR

트랜스미션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
기어비(1/2/3/4/5/6/R) : 4.17/2.34/1.52/1.14/0.87/0.69/3.40
최종감속비 : 3.62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조인트 스프링 스트럿 액슬 / 인테그럴IV 멀티암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타이어 : 275/40R19 (기본형 : 245/50 R18 런플랫)
최소회전반경 : 6.3m

성능
0~100km/h 가속 : 9.5초
최고속도 : 230km/h (속도제한)
연료탱크 용량 : 가솔린 74리터 / 액화수소 7.8kg
연비(EU사이클): 가솔린 7.2 km/리터 / 수소 7.5km/리터
차량 가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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