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만든 SUV 카이엔은 달리기 실력에서 단연 돋보이는 SUV다. 그리고 그 카이엔 중에서 가장 포르쉐와 잘 어울리는 모델이 바로 카이엔 GTS다. 24mm 낮아진 차체와 PDCC가 안정감을 더하고 20마력 더 세진 엔진과 경쾌하게 손 본 기어비로 뛰어난 순발력을 자랑한다. 실내 역시 가장 화려하게 꾸몄다.
글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고병배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에디터 / 민병권 (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추억 속에만 간직하기엔 그리움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가을 저 멀리 남쪽 나라 포르투갈의 파루까지 날아가서 만났던 스포츠카를 닮은 SUV, 포르쉐 카이엔 GTS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한국에 카이엔 GTS가 소개된 게 올 2월이었으니 재회는 많이 늦은 셈이다. 그 사이 여러 번 포르쉐 전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눈으로만 그리움을 전하다 곧 시승차가 증발할 것이라는 소식에 놀라 부랴부랴 시승 일정을 잡았다.
파루에서 만났을 땐 먼 이국에의 낯섦과 빠듯한 행사 진행으로 인해 카이엔 GTS만을 집중적으로 즐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다시 이루어진 이번 만남에선 좀 더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전시장 앞에서 인도 받은 시승차는 카이엔 GTS만을 위해 특별히 조색된 GTS 레드컬러로,그 빛이 강렬했다. 파루에서도 여러 색상의 시승차가 있었는데, 이 GTS 레드 컬러가 가장 인기 있다 보니 순번을 기다려 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았었다.
그랬던 빨간 카이엔 GTS를 비교적 여유있게 독차지하게 되었으니 괜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게다가 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짝 들여다 보고는 미소가 함박웃음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아 글쎄… 계기판도 빨간색, 스티어링 휠도 빨간색, 매트 테두리도 빨간색, 그리고 키 홀더까지 빨간색으로 갖춘 것이 아닌가? 시승차를 준비하면서도 남다르게 신경 쓴 흔적이 보여 무척 반가웠다.
이미 시승기와 여러 기사들을 통해 카이엔 GTS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도 간단히 특징을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우선 기존 카이엔보다 24m 낮아지고 29mm 넓어진 차체가 가장 큰 특징이다. 차체가 낮아지는 것은 주행안정성을 높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이점에서 포르쉐가 카이엔 GTS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낮아진 차체는 시각적으로도 공격적이고 날렵해 보인다. 육중한 SUV가 날렵해진들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는 분들은 직접 카이엔 GTS를 만나보기 바란다.
지난 포르투갈 시승에서는 에어 서스펜션이 있는 차량과 없는 차량, 그리고 수동변속기 차량과 자동변속기 차량을 골고루 몰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는 에어서스펜션과 PDCC를 갖추었고, 변속기는 아무래도 국내 여건 상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팁트로닉 S 자동 6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과 바리오캠 플러스가 적용된 카이엔 S의 4.8리터 V8을 손봐 종전보다 20마력이 높아진 40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는 6,500rpm으로, 카이엔 S보다 300rpm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51kg.m/3,500rpm으로 동일하다. 출력에서만 고작(?) 20마력 높아진 것으로 뭔가 특별한 달리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래서 변속기의 최종 기어비도 조정했다. 종감속비를 3.55:1에서 4.1:1로 바꿔 더욱 경쾌한 초기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팁트로닉 S 6단 자동변속기 기준 0~100km/h 가속에는 6.5초가 걸려 카이엔 S의 6.8초에 비해 0.3초 빨라졌으며, 80~100km/h 가속은 7.8초로 무려 1초나 앞당길 수 있었다. 최고속도는 251km/h로 카이엔 S의 250km/h와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제원상의 수치로도 카이엔 GTS는 보다 경쾌한 달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엑셀을 끝까지 밟아서 가속할 경우 45, 90, 140, 190km/h에서 각단의 변속이 이루어졌다. 가속력과 차체 거동 모두 역시 경쾌한 느낌이다. 0~100km/h 가속 6.5초의 실력도 키 크고 부드러운 SUV에서는 감각적으로 조금 무디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GTS는 수치상의 가속실력과 체감상의 그것이 큰 차이가 없다. 4단 190km/h에 이를 때까진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시원시원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스쿼드나 노즈 다이브 현상이 충분히 억제되어 있어 가감속만 반복해 보더라도 차체의 거동이 안정적임을 느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키가 좀 크긴 하지만 주행 느낌이 거의 승용차에 가깝다.
기어가 5단에 접어들면 가속감은 크게 둔해지지만 어쨌든 가속이 지속되어 쉽게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제원상 최고속도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카이엔 GTS에 있어서 200km/h 이상의 고속 순항은 큰 일도 아니지만, 굳이 고속으로 장거리를 주파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속 영역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카이엔 GTS의 장점은 역시 저 중속에서 강력한 순발력으로 바탕으로 한 달리기를 즐길 때 가장 잘 드러난다.
박스터나 911과 달리 카이엔의 팁트로닉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의 팁트로닉 버튼뿐 아니라 기어 레버로도 변속이 가능하다. 물론 변속자체는 팁트로닉 버튼을 쓰는 것이 더 편리하다. 한편으로는 수동변속기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난 번 포르투갈 시승에서 만난 카이엔 GTS
수동모델은 덩치 큰 SUV와 수동 변속기가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완전히 씻게 해줄 만큼 매력적이었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다양한 선택 버튼과 토글 스위치가 화려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는 에어 서스펜션의 차고 조절 스위치, 그 다음으로는 PASM의 컴포트, 노멀, 스포츠 변환 버튼들, 그리고 스포츠 모드 버튼, 가장 왼쪽에는 4륜 구동 전환 스위치가 위치한다.
차고 조절은 로우, 노멀, 하이의 3가지 기본 레벨 외에 정지상태에서 짐을 싣기 위한 가장 낮은 카고 레벨과 저속에서 특별한 험로에 들어가기 위한 ‘SP.터레인’ 레벨의 총 5가지가 지원된다. 카고 레벨은 지상고가 161mm이고, 나머지는 181~251mm까지 조절된다.
비록 GTS가 도로 주행을 위해 기본 차고를 낮추긴 했지만 지상고를 최고로 올릴 경우 웬만한 험로 주행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된다. 굳이 GTS로 오프로드를 달리고자 할 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광폭타이어를 신은 21인치 휠이 아무래도 쉽게 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버튼은 911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 딸린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가 되면 우선 기어를 상황에 따라 한 두 단 낮게 운용하면서 순발력을 높이고, 엑셀의 입력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진다. 또, 서스펜션 세팅이 스포츠 모드로 바뀌고, 스포츠 배기 시스템에 의해 배기 사운드 또한 더욱 우렁차게 변한다. 이때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등 뒤 저 너머에서 울려오는 으르릉 거리는 포효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한편 D레인지로 주행하면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 보면 의외로 변속기 반응이 더딘 것에 신경이 쓰인다. 최근 변속기 분야의 기술 개발이 워낙 활발하고 최신 기종들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그 유명한 포르쉐의 팁트로닉 S도 이제는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는 단계에 이른 듯 하다. 좀 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한다면 스포츠 모드가 필수다. 아울러 이 대목에서 포르쉐가 개발한 듀얼 클러치 타입 7단 PDK 변속기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된다. 911 페이스 리프트 버전을 통해 포르쉐 최초로 장착될 PDK는 잘 알려진 폭스바겐의 DSG와 같은 개념의 최신형 변속기다.
PDK가 등장한다면 수동 변속기 기반의 페라리 F1기어, 람보르기니 E-기어, BMW SMG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에서 열세였던 팁트로닉을 대신해 화끈한 반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페라리와 BMW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람보르기니도 아우디 산하에 있으니 조만간 평준화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카이엔 GTS는 덩치 큰 SUV임에도 불구하고 와인딩에서 상당한 진가를 발휘하는 모델이다. 가속력이 높아진 만큼 짧게 반복되는 가감속에서 유리하고, 낮아진 차체와 PDCC는 와인딩에서의 차체 거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준다. 에어 서스펜션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PDCC는 액티브 스테빌라이저를 상황에 따라 전자식으로 조절해 줌으로써 코너에서 차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즉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차체가 바깥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수평을 유지해 주므로 보다 뛰어난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거동을 훨씬 더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 롤링이 큰 SUV로 와인딩을 즐기는 재미가 크다.
한참을 달린 후 실내 촬영을 하면서 다시 실내 구석 구석을 살펴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빨간색 내장재들. 하지만 이는 오너가 주문하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양들이고, GTS만을 위해 기본으로 적용된 것 중에는 천정과 시트의 가운데 부분, 그리고 도어 트림에 적용된 알칸타라가 시선을 끈다. 물론 대시보드도 가죽으로 덮었다.
시트의 가운데 부분을 알칸타라로 꾸미면서 버켓타입 시트의 지지력이 월등이 높아졌다. GTS의 달리기 성격에 잘 어울린다. 지난 번에는 미처 못 봤었는데, 카이엔 GTS에는 뒷좌석에도 버켓타입 시트가 적용되어 있었다. 카이엔 S나 터보 모델이 고성능 패밀리 세단을 닮았다면 GTS는 럭셔리 쿠페를 닮은 퍼서널 지향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는 변속기에도 알칸타라가 적용됐지만 시승차는 변속기 레버와 좌우 손잡이 부분을 카본 트림으로 스포티하게 꾸몄다. 센터 페시아 모니터는 터치 스크린 방식이며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오디오는 기자가 좋아하는 고성능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시승차에는 기본형 오디오가 장착되어 있었다.
GTS 레드 컬러가 강렬한 외관은 얼핏 봐서 카이엔 터보와 많이 닮았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좌우에 가로로 뻗은 LED 턴 시그널은 카이엔 터보에서 가져온 것이다. 브레이크 캘리퍼도 터보에서 가져온 빨간색. 배기 파이프도 터보와 같은 좌우 트윈으로 뽑았다. 터보와 다른 점은 보닛 위에 불룩하게 솟아오른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이 없다는 점과 GTS만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두 겹의 스포일러가 지붕 끝부분에 달려 있는 점이다.
카이엔 GTS는 둔하기 마련인 SUV 무리 속에서도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뽐내는 포르쉐의 다크호스다. 필요에 의해 SUV를 선택하면서도 포르쉐만의 그 무엇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카이엔 GTS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더불어, 부족함 없는 안락함과 탁월한 주행 안정성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에어서스펜션과 PDCC 옵션을 추가하면 된다.
포르쉐 , 국내 시장 1/4분기 실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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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GTS 주요 제원 (수동기준)
크기
전장×전폭×전고 : 4,795×1,957×1,675mm
휠 베이스 : 2,855mm
트레드 (앞/뒤) : 1,659/1,682mm
최저지상고 : 194 mm
중량 : 2,225kg (공차중량)
공기저항계수 Cd : 0.36
엔진
형식 : V8 DOHC 직분사
배기량 : 4,795c
최고출력 : 405마력/6,500rpm
최대토크 : 51kg.m/3,500 rpm
보어×스트로크 : 96×83mm
압축비 : 12.5:1
섀시
구동방식 : AWD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 더블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변속기
형식 : 수동 6단
기어비 : 4.68/2.53/1.69/1.22/1.00/0.84/R:4.27
최종감속비 : 2.10
성능
0-100km/h 가속 : 6.1초
최고속도 : 253km/h
최소회전반경 : - m
타이어 : 295/35R21
연료탱크 용량 : 100리터
연비 : 6.62 km/ℓ
차량 (팁트로닉 S) 가격 : 108,9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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