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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포르테, 디자인의 힘을 믿습니다

피터 슈라이어가 선보인 첫 번째 신차 포르테는 디자인을 강점으로 부각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첨단 안전, 편의 사양을 더해 국산 준중형차로서는 처음으로 럭셔리 모델을 지향했다.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외부 디자인은 포르테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실내는 뛰어난 디자인에 비해 재질과 질감, 마무리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는 성능은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수준에서 뛰어난 안정감이 돋보인다.



글 / 박기돈 (RPM9 편집장)
사진 / 박기돈, 현대 자동차

(시승행사가 진행된 기아 주행 시험장에는 현재 쏘울과 쏘론토 후속 모델 등의 주행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관계로 행사 당일 카메라 반입이 금지되었다. 따라서 행사 사진은 기아 자동차 측에서 제공한 사진이며, 나머지 사진들은 신차발표회 때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했다.)

기아자동차가 걸출한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디자인의 기아’를 주창한 이후 그 첫 번째 완전한 신차로 등장한 포르테. 역시 디자인의 반향이 크다. 먼저 나왔던 로체 이노베이션 역시 그의 영향아래서 만들어진 모델이긴 하지만 완전 신차가 아닌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다면 포르테는 세라토를 잇는 완전 신차로 모든 라인 하나하나가 그의 손길에 의해 완성된 만큼 그 의미는 다를 것이다.

일찌감치 디자인을 먼저 선보이면서 바람몰이를 시작한 포르테는 출시와 함께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초반 인기는 누가 보아도 디자인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신차발표회장에서 처음 만난 포르테는 사진으로 보았던 느낌 그대로 멋진 디자인을 뽐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기자와 같이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결국 포르테가 정말 매력적인 차인지 아닌지는 시승을 통해서 주행성능을 직접 확인해 보는 과정만 남은 셈이었다.


기아자동차는 포르테 출시 1주일 만에 화성공장 주행시험장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포르테의 주행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실 이런 행사보다 더 반가운 것은 도로용 시승차를 하루라도 더 빨리 제공받는 것이지만 기아자동차 측에서는 9월이나 되어야 시승차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시승행사로 그나마 조급한 궁금증의 일부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주행시험장에는 일반 도로에서는 시험할 수 없는 상황도 안전하게 연출할 수 있는 만큼 나름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행사는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짧은 브리핑 이후 넓은 평지로 마련된 범용시험장에서 가속, 제동, 슬라럼, 선회능력 등 다양한 시험을 자유롭게 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시승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러버콘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고속 주회로인 프루빙 그라운드에 진입해 고속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범용 시험장에는 10대의 시승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기자들은 나누어서 시승차에 올라탔고 넓은 시험장을 왕복하면서 자유롭게 포르테를 테스트 해 보았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포르테의 디자인을 여러 각도에서 음미할 수 있었다.

포르테는 느낌이 강한 직선과 면을 적절히 사용해 역동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아의 패밀리 룩으로 자리 잡아갈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다.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빨을 드러낸 맹수를 형상화한 것이다. 헤드램프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것을 변형해 계단형상을 도입했지만 첫 눈에 혼다 시빅을 떠올리게 해 개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앞모습은 로체 이노베이션을 선두로 이어져 갈 기아의 패밀리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빅을 머리 속에서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아주 매력적인 모습임에 틀림없다.


포르테의 역동성은 옆모습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A필러 아래쪽에서부터 움푹 내려갔다가 트렁크 라인까지 이어지는 어깨 라인은 그 자체만으로는 다소 어색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 라인의 묘미를 살려주는 또 다른 라인이 엔진 후드와 앞 펜더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앞 펜더 위쪽을 움푹 들어내고 만든 강한 라인이 앞서 말한 어깨 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강한 쐐기형상을 완성한다. 직선과 반듯한 면으로 구성된 쐐기 형상의 옆 모습이 강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 준다. 옆 모습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옆면 하단 부분도 직선으로 깎아내면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라인은 모하비에서 선보였던 라인의 변형으로 보인다.


엉덩이를 뾰족하게 치켜 든 뒷모습은 앞과 옆의 강한 인상과는 조금 멀어지면서 비교적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트렁크 라인이 올라가면서 뒷면의 넓어진 면적이 주는 단조로움을 커버하기 위해 아랫부분을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한 것은 좋은 느낌을 준다.

차체 크기는 동급 최대를 자랑하는데 너비와 높이, 휠베이스 등이 현대 아반떼와 동일하며 길이만 아반떼보다 2.5cm 더 길다. 사실 차체 크기가 주는 당당함보다는 디자인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봐야겠다. 이처럼 외관 디자인은 포르테의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여성보다 남성이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끈하게 다듬어졌다는 점에서는 여성들도 크게 반길 터이다.

인테리어 역시 디자인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지금까지 기아가 보여왔던 실내 디자인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현대차의 느낌을 많이 더했다. 스포티한 느낌의 스티어링 휠도 멋지고 매력적인 빨간 입체 조명이 더해진 수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3단으로 분리된 데시보드의 선들이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하지만 인테리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재질과 질감은 포르테가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준중형차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크게 뒤지지 않지만 이미 현대가 아반떼와 i30를 통해서 기대 이상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재질을 사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를 완성한 바 있어 이들과 포르테를 저울질하는 고객들에게는 상당한 고민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멋진 디자인, 동급에서 가장 앞서는 동력 성능, 그리고 역시 동급에서 가장 앞서는 편의 장비를 갖추면서 과감하게 럭셔리 준중형을 표방하고 나서는 마당에 기왕이면 인테리어 질감까지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기아측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준중형의 판도를 쉽게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면에서 높아진 원가를 다시 끌어내릴 처방으로 어쩔 수 없이 재질을 다운 그레이드 했어야 할 기아 측의 고충이 이해되긴 하지만 조금만 더 과감하게 투자했을 때 그들이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의 급상승 효과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도 남았을 것으로 여겨져서 안타까움의 여지를 남겼다.

스마트 키 시스템과 버튼식 시동장치, 음성인식 내비게이션과 AV 시스템, 내장형 하이패스, 블루투스, 방향 지시등이 내장된 아웃 사이드 미러 등 포르테에 적용된 럭셔리한 첨단 편의 장비들 역시 포르테의 가치를 높여줄 첨병들이다. 실용적인 작은 차체에 첨단 장비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가치가 높은 준중형차를 표방한 것은 올바른 선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기능만 골라 담을 수 없도록 옵션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어 놓은 부분은 역시 안타깝다. 그리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하면서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기능이 없는 점도 아쉽다.

차 밖에서, 옆자리에서, 그리고 뒷자리에서 이래 저래 살펴보다가 이제 직접 운전대를 잡고 달리기 실력을 살펴 볼 차례가 되었다. 운전석에 앉아서 펌핑 타입으로 조절되는 시트 높이를 조절해 봤는데, 가장 낮춘 위치도 기자에겐 살짝 높은 느낌이다. 승용차로서 문제될 정도는 아니지만 역동성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트를 조절하면 안정적인 운전자세가 나오는 점은 다행이다.


시승차는 모두 1.6리터 가솔린 엔진이 얹혔으며 트림상으로 고급형에 해당하는 Si 모델과 최고급형에 해당하는 SLi 모델이 준비되었다. 따라서 기본적인 동력 성능에서는 어떤 시승차를 타건 비슷했다. 1.6 DOHC 감마 엔진은 현대 아반떼와 동일하지만 ECU 매핑을 통해 출력을 124마력으로 올려 동급 최고출력을 완성했다. 하지만 기아측에서 홍보를 위해서 동급 최강이라고 말하지만 불과 수 마력의 차이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연비는 수치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수동 5단 16.1km/L, 자동 4단 14.1km/L를 실현했다. 뛰어난 연비 역시 높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속기는 자동 4단으로 국산 동급에서는 최초로 스텝게이트 방식에 수동변속기능을 더했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긴 하지만 솔직히 1.6리터급 세단에서의 실효성에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평소에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없으면 또 아쉬움이 큰 장비가 아닌가 싶다.


포르테의 가속 성능은 동급 차량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무난하다. 제동 능력도 충분하지만 남들이랑 비슷하다. 그렇다면 기아가 주장하는 다이나믹한 운동성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결국 넓은 주행 시험장을 이러 저리 휘저으면서 포르테를 마구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콘이 있다고 가정하고 슬라럼을 하고, 급차선 변경을 했다. 시험장 끝 쪽에서는 원선회도 시도했다. 한 두 번 주행해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차량을 바꾸어 가면서, 그리고 매 시도 때마다 속도도 높여가면서 여러 차례 다시 시도했다.


결론은 포르테가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확보했다는 데 도달했다. 속도를 높여 급차선 변경과 슬라럼을 시도해도 안정감이 뛰어났다. 차체가 심하게 출렁이거나 허둥대지 않고 라인을 잘 따라가 주었다.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조작하면 결국 뒤가 심하게 미끄러지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어서 이어지는 카운터 스티어링으로 즉시 바로 잡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테스트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주행 시험장이기에 가능한 테스트다. 어쨌거나 예전 국산 준중형차에 비하면 놀랄만한 안정감이다. 같은 뼈대를 가진 아반떼에 비해서도 안정감이 돋보인다. 결국 동급 모델 중에서 가장 높은 안정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잠깐, 포르테 제원이 발표되면서 뒤 서스펜션 시스템이 아반떼의 멀티 링크 대신 커플드 토션빔 액슬로 바뀐 부분이 도마에 올랐었다. 물론 많은 동급 차량들이 토션빔을 쓰고 있지만 베이스 모델인 아반떼가 독립현가식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쓰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고, 또 승차감에서 아반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겨난 것이다. 기아측에서는 시승행사장에서 이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는데, 결국 토션빔으로도 충분한 안정감과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승해 본 결과 기자로서도 기아측의 주장에 한 표를 던지기로 마음을 정했다. 물론 멀티 링크 시스템이 더 좋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멀티 링크를 얹고도 다소 어설픈 주행 감각을 제공했던 아반떼에 비하면 포르테가 더 높은 안정감을 확보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뒷좌석 승차감 부분은 시험장에서의 주행만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는데, 이는 실제 도로에서 다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승차로 Si 모델과 SLi 모델 두 가지가 제공되었는데 주행 성능과 관련된 차이로는 Si 모델에는 16인치 휠과 205/60R16 타이어가 장착되며 주행안정 시스템인 DSC가 없었고, SLi모델에는 17인치 휠과 215/55R17 타이어가 장착되며 DSC가 달려 있었다. DSC는 전 모델에 안전관련 선택사양으로 제공된다. 슬라럼과 급차선 변경 등에서 SLi 쪽이 훨씬 더 안정감이 뛰어났다. SLi 모델은 굳이 DSC가 아니어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확보한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낮은 Si 모델에는 DSC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판단이며 실제로 일상 주행에서는 16인치 휠과 타이어로도 충분히 안정적이며 승차감과 연비 면에서도 더 유리할 것이다. 1.6리터 엔진을 얹은 준준형차에 16인치 휠을 장착하는 것도 과거에는 상당도 하기 힘든 세팅이 아니었던가……

고속 주회로에서는 역시 고속 주행을 위주로 테스트했다. 평소 이 급의 자동차에선 최고속에 별 관심이 없던 기자들도 이날 따라 제원상 최고속도인 182km/h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시승의 특성상 거의 4명의 성인이 타고 에어컨까지 켠 상태여서 실제 고속 주회로에서 182km/h에 도달한 경우는 없어 보였다. 기자가 운전할 때 역시 4명이 타고 에어컨을 켰는데, 4단 4,800rpm에서 175km/h를 기록했다. 반면 고속주회로에서 포르테는 뛰어난 고속 직진 안정성을 보여 주었으며, 속도가 높아지면서 스티어링 휠이 점차로 무거워져 안정감을 더했다.


이날 시승은 일반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불과 두어 번의 주행으로 끝나기 일쑤였던 여느 시승행사와는 달리 원하는 만큼 충분히 타 볼 수 있을 정도의 기회가 주어져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많은 전문 기자들이 저마다 경쟁차들과 비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경쟁차라는 것이 아반떼와 i30 혹은 이전 세라토 정도였지만 말이다.

‘럭셔리 1.6’을 표방하는 프리미엄 준중형 기아 포르테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가치를 지녔음이 확인되었다. 동급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성능 면에서는 빠른 달리기보다는 안정감 있는 달리기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녔고, 뛰어난 연비 또한 중요한 매력이 될 듯하다. 아쉬운 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테리어 질감과 일부 빛 좋은 허울에 그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최고급 옵션들이다. 하지만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완성도 높은 외관 디자인으로 수 많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디자인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포르테의 순항에 청신호가 켜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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