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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여유와 낭만, 달콤한 연비 - 푸조 308 MCP

푸조 308의 라인업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2리터 디젤엔진의 해치백 308 HDi와 왜건인 308 SW HDi도 넉넉한 힘과 1등급 연비 등의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추가된 308 MCP는 국내 수입차 최초로 1.6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했으며 6단 전자제어 기어박스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로 자동변속기 같은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기자는 드라마나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때론 아줌마 같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거나(물론 여배우) 재미난 소재의 드라마가 있으면 평일에 챙겨보진 못해도 주말에 졸린 눈을 비비며 시청하곤 한다.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는 반드시 짬을 내서 관람하는 편이고, 좋은 영화를 보면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시승기 등의 글을 쓸 때도 소재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그러다 그 유명한 석호필이 등장하는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접했다가 결국 끝을 봤고, 최근엔 히어로즈라는 드라마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대략 초반부를 보고 있는데, 저마다 특별한 능력을 하나씩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국회의원, 공간이동 하는 회사원, 다친 몸이 저절로 회복되는 치어리더 등등.

보다보니 늘 그렇듯 직업병이 도져 차와 연관지어본다. 일반적인 차에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경우라... 알아서 주차하는 시스템, 스스로 멈추는 기능, 사방에 달린 카메라, 전기로 가는 차 등이 얼핏 떠오른다. 이번에 만난 308 MCP 또한 현 시점에선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푸조의 MCP는 기존의 수동겸용 자동변속기나 수동 기반의 듀얼클러치 등과 성격이 좀 더 다른 새로운 개념의 변속기로서, 자동 같은 수동이 아니라 수동인데 자동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일단 내외관의 모습은 기존의 해치백 모델인 308 HDi와 거의 동일하다. 외관의 차이점이라면 연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16인치로 작아진 휠/타이어(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가 눈에 들어올 뿐, 앞모습이 고양이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펠린 룩’ 디자인은 이제 익숙해져 위화감 없이 적응되는 느낌이고, C필러처럼 생겨서 길게 누운 A필러부터 오동통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해치백의 스포티한 라인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한결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기 때문에 사진보다 실제 모습은 더 커 보이고 살짝 크로스오버의 느낌이 날 때도 있으며, 사이드미러 기둥에 위치한 방향지시등이나 뒷 범퍼 하단에 마치 머플러 형상처럼 디자인된 부분의 디테일 등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디자인의 나라 프랑스 국적답게 어느 곳 하나 예사롭지 않고 강한 개성을 뽐내고 있다.


실내에선 서비스 개념으로 주어졌던 거치형 네이게이션이 순정의 느낌으로 매립되어 자리를 잡은 것과 스티어링휠 뒤에 편리한 기어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가 추가된 것이 작은 변화일 뿐이다. 네비게이션이 매립되면서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작은 정보 패널은 센터페시아 중앙의 수납공간이었던 부분으로 자리를 잡고 들어갔다.

그밖에 화이트 톤의 상큼한 계기판이나 동그란 송풍구 등이 여전히 개성 있게 느껴지며, 308의 주특기 중 하나인 파노라마 루프도 빠지지 않고 마련되어 다시금 넓디넓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게 해 준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파노라마 루프는 뒷좌석에 탑승한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 비가 내리면 분위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연인이나 부부에게도 쏠쏠한 장비가 아닐 수 없다.


기어변속레버 역시 모양은 기존과 같은데, 조작을 위해 들여다보니 뭔가 하나 빠져 있어 흠칫 놀라게 된다. P모드가 없고 N에서 주차브레이크가 당겨져 있었던 것. 어라, 요거 진짜 수동변속기네... 하면서 D모드 대신 마련된 A모드로 옮기면 예상대로 평지에선 브레이크페달에서 발을 떼도 움직이지 않으며, 언덕에선 뒤로 밀리지 않게 2~3초간 잡아준다. 가속페달을 밟아 주행을 시작하면 자동변속기처럼 클러치 조작 없이 알아서 변속하는데, 기어가 변속되는 순간 전체적으로 울컥 하며 한 템포 텀을 두고 반응하는 것이 마치 수동변속기를 찬찬히 조작하는 것과 흡사한 감각이다.

그렇게 야릇한 느낌으로 주행하며 기어가 변속되는 시점의 가속페달 조작에 익숙해지면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감각으로 달리다가, 다시 하단의 S버튼을 눌러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변속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 말 듯 하면서 회전수를 좀 더 높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A모드나 S모드 둘 다 그 상태에서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바로 기어변속이 가능하며, 조작을 멈추고 달리면 다시 자동 모드로 전환된다. 기어변속레버를 왼쪽으로 옮겨 매뉴얼 모드를 사용하면 자동변속기처럼 느껴졌던 녀석의 주행감각이 수동변속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배기량 대비 꽤나 경쾌한 달리기 실력도 보여준다.

이 MCP기어박스 기반의 변속기는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으며, 내구성은 수동변속기와 마찬가지로 뛰어나면서 고장이 일어날 확률도 적고 문제가 생긴다 해도 자동변속기 대비 저렴한 가격에 수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값비싼 자동변속기나 무단변속기처럼 매끄러운 주행감각은 아니지만, 대신 경제성과 내구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독특한 변속기와 함께 국내 수입차 최초로 장착된 1.6리터 직렬 4기통 터보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4000rpm, 최대토크 24.5kg.m/1750rpm의 수치로 낮은 회전수부터 넉넉한 토크가 발휘되면서 덩치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 효율성이 강조된 만큼 2리터 모델 대비 치고나가는 맛은 부족하지만, 19.5km/L의 엄청난 연비를 감안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A모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쭉~ 뻗어나가는 감각은 배기량 대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 연비를 우선시하는 세팅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달리게 된다. 하지만 푸조 특유의 뛰어난 핸들링만큼은 308 MCP에서도 여전한데, 16인치 휠, 타이어는 17인치 대비 살짝 부족한 그립감을 제공하지만 적당히 단단한 하체가 받쳐주면서 꽤나 예리한 거동을 보여준다.

보통 와인딩 코스로 시승을 나갈 땐 그에 걸맞게 출력이 높은 후륜구동 모델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308 MCP는 그런 성격의 모델이 아님에도 어찌하다보니 그리로 향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그저 은은한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을 해보자는 계획뿐이었다. 그러다 사진기자님의 요청(?)에 의해 한 번 달려보기로 했는데, 과연 이 정도 스펙으로 재미난 잡아 돌리기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마침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관계로 기대감이나 긴장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굽이진 도로에 들어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출력은 둘째 치고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리면 돌릴수록 재미가 느껴지면서 타이어의 비명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오지만 그 소리가 오히려 기분을 들뜨게 해주며 차츰 긴장감마저 감돌게 되어, 무덤덤했던 표정이 금세 활짝 펴지고 꽤나 신나게 산을 타고 오르내리게 되었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기본기가 상당한 수준인지라 얌전한 출력으로도 쏠쏠한 재미가 느껴진다는 점은 뛰어난 연비에 가려져 숨어있던 매력이 진하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에필로그
일반적으로 디젤 모델들을 시승하고 나면 뛰어난 연비다, 효율성이 우수하다, 등으로 정리를 하게 되는데, 308 MCP의 연비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대단한가 한 번 보자, 라며 일부러 가속페달을 연신 끝까지 밟았다 떼기를 반복해도 주유게이지의 바늘은 기자의 오른발이 지치기 전엔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적당한 고속 크루징시엔 엄청난 수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기존에 시승했던 2리터 디젤엔진의 308 HDi나 308 SW HDi 모델도 실연비가 뛰어나 연비 하나는 최고라며 인정했었는데, 이번 308 MCP를 겪고 나선 좀 심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비가 이렇게까지 좋을 필요 있나 싶을 정도로. 또한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주유비가 차량 가격을 보상해준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풍부한 편의장비와 수준 높은 코너링 실력은 그저 거들뿐...

아무튼, 검증된 친환경 디젤엔진과 혁신적인 변속기를 장착하고 나타난 308 MCP는 경제성과 효율성에 있어서만큼은 국내 시판된 차량 중 최고수준이다. 역시 어설픈 하이브리드로 유럽의 친환경 고효율 디젤엔진을 앞서기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디젤차라 하면 시큰둥했던 기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마음이 싹 변했으니. 특히 308 MCP 같은 녀석을 만날 때면 기술의 변화와 발전은 끝이 없다는 것을 세삼 깨닫게 된다. 여유와 낭만을 가득 품은 프랑스 국적의 빨간 해치백은 아무리 달려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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